주머니 속 AI가 집 컴퓨터를 깨우다

Claude Dispatch, 원격 에이전트의 서막

by 하쿠나마타타

# 주머니 속 AI가 집 컴퓨터를 깨우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폰을 꺼낸다. "Q1 세금 영수증 정리해줘." 한 줄을 보낸다. 집에 돌아오면 데스크톱의 Claude가 폴더별로 영수증을 나눠놓고, 스프레드시트에 금액을 채워놓고, 요약 보고서까지 만들어놨다.


3월 17일, Anthropic이 Claude Dispatch를 공개했다. 모바일에서 데스크톱 AI 에이전트를 원격 조종하는 시대가 열린 거다. OpenClaw가 개발자의 터미널에 머물렀다면, Dispatch는 일반인의 주머니에 들어왔다.


워키토키를 떠올려보자.


버튼을 누르고 말하면, 저쪽에서 듣고 움직인다. Dispatch가 딱 그렇다. Anthropic도 같은 비유를 썼다. "모바일 앱이 데스크톱 Cowork 세션의 워키토키 역할을 한다." 폰에서 프롬프트를 보내면, 집 컴퓨터의 Claude가 로컬에서 작업을 실행한다.


설정은 2분이면 끝난다. Claude Desktop 앱을 열고, Cowork에서 Dispatch를 클릭하고, 폰으로 QR 코드를 스캔한다. 그게 전부다.


"어제 만든 초안을 이어서 수정해줘." 이런 지시가 먹힌다. "Slack에서 오늘 중요한 메시지를 찾아서 브리핑 문서로 만들어줘." 이것도 된다. 핵심은 기억력이다. 매번 새 대화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스레드가 유지된다. 어제 시킨 초안의 맥락을 오늘도 기억한다.


세션이 끊기면 기억을 잃던 에이전트의 고질병. 하네스 엔지니어링에서 "세션 간 연속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바로 그 문제를, Anthropic이 제품 레벨에서 치료하기 시작한 셈이다.


Dispatch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Cowork이라는 보금자리 위에 얹힌 기능이다. Cowork을 이해해야 Dispatch의 가치가 보인다.


Cowork은 올해 1월에 연구 미리보기로 나온 Anthropic의 데스크톱 에이전트 모드다. Claude Desktop 앱 안에서 Claude가 "디지털 동료"로 변신한다. 파일을 읽고, 편집하고, 생성하고, 정리한다.


1월 이후로 생태계가 빠르게 자랐다. Gmail, Google Drive, Microsoft 365, Slack, Notion 등 38개 이상의 커넥터가 붙었다. 서드파티가 만든 플러그인 마켓플레이스가 열렸고,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커스텀 스킬이 생겼다. 복잡한 작업을 하위 에이전트에 맡기는 서브에이전트,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돌아가는 예약 작업, 브라우저까지 연결하는 Chrome 확장까지. 두 달 만에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진 거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Cowork은 에이전트가 사는 집이다. 방마다 가구가 들어차 있고, 현관에는 38개의 문패가 걸려 있다. Dispatch는 그 집에 원격으로 전화를 거는 기능이다. 집이 없으면 전화할 곳도 없다. 사용자가 폴더 접근 권한을 열어주면, Claude는 그 범위 안에서 파일을 읽고 쓴다. Chrome 커넥터를 연결하면 브라우저 작업까지 한 워크플로우에서 처리한다.

같은 "AI가 내 컴퓨터에서 일한다"는 이야기인데, 선수마다 경기 스타일이 다르다.


OpenClaw는 야생마다. WhatsApp이나 Telegram으로 지시하면 이메일, 캘린더, 메신저, 파일 시스템 전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한다. 개발자의 터미널에서 태어났고, 완전 오픈소스이며, ChatGPT든 Claude든 Gemini든 모든 LLM을 지원한다. 자유도가 최대인 대신 보안 리스크도 최대다. 341개 악성 플러그인 사태가 그 증거였다.


Cowork+Dispatch는 잘 훈련된 집사다. 주인이 허락한 방만 드나들고, 허락한 도구만 쓴다. 특정 폴더에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그 안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스프레드시트를 정리하고, 프레젠테이션을 만든다. Claude 생태계 전용이고, GUI 기반이라 비개발자도 쉽게 쓴다. QR 코드 한 번이면 된다. 대신 OpenClaw처럼 시스템 전체를 장악하지는 않는다.


Perplexity Personal Computer는 또 다른 길을 택했다. 맥미니를 전용 기기로 세팅하고, AI 추론은 클라우드에서 돌리되 실행은 로컬에서 한다. 24시간 상시 실행이지만, 모든 행동에 사용자 승인을 받는다. 자유와 안전 사이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선택이다.


결국 자유도와 안전성의 줄다리기다. 개발자라면 OpenClaw의 유연함에 끌리겠지만, "세금 영수증 정리해줘"가 목적인 사람에게는 Dispatch가 압도적으로 쉽다.


그런데 편리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모바일에서 인터넷을 타고, 데스크톱에 닿고, 파일 시스템을 건드리고, 외부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체인. Claude 공식 지원 페이지의 표현을 빌리면, "휴대폰의 지시가 컴퓨터에서 실제 작업을 트리거할 수 있는 체인이 생성"된다. 이 체인의 고리가 하나라도 뚫리면 전체가 무너진다.


실제로 이미 균열이 발견됐다. Cowork에서 프롬프트 인젝션을 통해 사용자 파일을 공격자 계정으로 업로드할 수 있는 취약점이 나왔다. Cowork은 가상 머신에서 돌아가며 대부분의 외부 네트워크 요청을 차단하지만, Anthropic API는 신뢰 도메인으로 허용되어 있었다. 그 틈을 파고든 거다.


Claude Code 쪽에서도 구멍이 드러났다. 악성 레포지토리 설정 파일을 통해 원격 코드 실행과 API 키 탈취가 가능했다. 프로젝트를 여는 것만으로도 개발자의 API 키가 공격자에게 날아갈 수 있었다. Anthropic은 이런 취약점을 알면서도 Cowork을 출시했다. 연구 미리보기이기 때문에 감수한 결정이지만, 사용자가 이 사실을 모르면 곤란하다.


한편 Microsoft도 같은 엔진에 올라탔다. 3월 10일, Claude Cowork 엔진 기반의 Copilot Cowork을 M365에 출시했다. Word, Excel, PowerPoint, Outlook, Teams를 넘나들며 에이전트가 작업한다. 수억 명의 M365 사용자가 잠재 고객이 된 셈이다. Anthropic의 기술이 소비자 앱과 엔터프라이즈 플랫폼 양쪽에서 동시에 퍼지는 구도다. 기술적 잠재력은 검증된 거다. 다만 에이전트의 행동 범위가 넓어진 만큼, 공격 표면도 함께 넓어졌다.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보면, 에이전트에게 일을 시키는 문법 자체가 바뀌고 있다.


2025년에는 터미널에 명령어를 쳤다. 개발자의 전유물이었고, 세션이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올해 초에는 WhatsApp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여전히 개발자 중심이었지만, 메신저라는 친숙한 인터페이스를 얻었다. 그리고 지금, 전용 앱에서 탭 한 번이면 된다. 비개발자도 쓸 수 있고, 지속적 컨텍스트로 세션이 끊기지 않으며, 38개 커넥터로 외부 서비스까지 연결된다.


방향은 명확하다. 더 쉽게, 더 연속적으로, 더 많은 서비스와 연결. 에이전트가 개발자의 울타리를 넘어 모든 지식 노동자의 주머니로 들어오고 있다.


아직은 거칠다. 직접 테스트한 리뷰어들에 따르면, 파일 읽기와 분류 같은 단순 작업은 90% 이상 성공하지만, 캘린더 이벤트 생성이나 이메일 전송 같은 크로스 앱 작업의 성공률은 절반에 불과하다. 노트북이 잠자기 모드에 들어가면 Dispatch도 멈춘다. 클라우드가 아니라 원격 제어이기 때문이다. 작업이 끝나도 푸시 알림이 오지 않고, 여러 작업을 동시에 돌리는 멀티스레드도 안 된다. "연구 미리보기"라는 딱지가 아직 붙어 있는 이유다.


하지만 38개 커넥터, 지속적 컨텍스트, 서브에이전트, 예약 작업이라는 기반은 이미 깔렸다. Microsoft가 같은 엔진으로 Copilot Cowork을 만들 만큼, 가능성은 입증됐다.


에이전트 시대의 첫 장은 터미널에서 시작됐다. 다음 장은 주머니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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