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이 다시 시끄러워진 이유

전 세계가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하고 있다

by 하쿠나마타타

# 거실이 다시 시끄러워진 이유


나는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기술이 만드는 가치를 믿고, 그 위에서 밥을 먹고 산다.


그런데 최근 나는 우리 아이들의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을 닫았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쇼츠. 전부 다.


나 역시 모든 소셜미디어를 삭제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우리 거실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그 전까지 우리 집의 저녁 풍경은 이랬다. 아이들은 각자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거실은 조용했다. 식사 시간에도 대화는 짧았다. "학교 어땠어?" "괜찮았어." 이게 전부였다.


아이들은 뭔가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거나, 자기 전에 불안해하거나, 비교와 자기비하가 입에 붙어 있었다.


소셜을 끊은 뒤,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방에 박혀 있던 아이들이 거실로 나왔다. 대화가 시작됐다.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주말에 보드게임을 하자는 말이 아이들 입에서 먼저 나왔다.


물론 이건 한 가족의 경험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 전 세계 정부들이 정확히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8일, 그리스 총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가 틱톡 영상으로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 SNS 금지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발표한 것이다. 2027년 1월 1일부터 15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그리스는 열 번째 나라다.


호주가 2025년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금지법을 시행한 이후, 프랑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페인, 덴마크, 오스트리아, 포르투갈이 뒤를 이었다. 18개월 전만 해도 극소수 국가의 실험적 정책이었던 것이, 이제 글로벌 물결이 됐다. 대륙도, 정치 성향도, 경제 수준도 다른 나라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스는 한 발 더 나아가 EU 전체에 공통 프레임워크를 요구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키즈 월렛" 앱을 통해 기기 단위에서 SNS 접속을 차단하고, 위반 플랫폼에는 벌금을 부과한다. 부모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미성년자의 계정 유지 자체를 금지하는, 가장 강경한 모델 중 하나다.


하지만 금지한다고 끝나는 걸까.


호주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시행 첫 달에만 470만 개 미성년 계정이 삭제됐다. 호주 전체 16세 미만 인구가 약 500만 명이니, 거의 전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숫자만 보면 압도적이다.


그런데 2026년 초 YouGov 전국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금지 이전에 계정을 갖고 있었던 부모 중 약 70%가 "우리 아이 계정은 아직 살아 있다"고 답했다. 공식적으로 삭제된 계정 중 상당수가 우회 계정이나 나이를 속인 재가입으로 부활한 것이다.


2026년 4월, 호주 e-Safety 위원회는 주요 플랫폼들을 비준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위반이 확인되면 최대 약 46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금지한다"와 "금지가 작동한다"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을, 호주가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나라가 동시에 같은 결론에 도달한 걸까. 답은 플랫폼의 설계 자체에 있다.


무한 스크롤. 피드의 끝이 없다. 사용자는 "한 번만 더"를 반복하게 된다. 가변 보상 시스템. 새로고침할 때마다 다른 콘텐츠가 나온다. 슬롯머신의 핵심 메커니즘과 동일하다. 알고리즘 개인화.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멈출 수 없는 것"을 최적화한다. 빈번한 푸시 알림. 하루에 수십 번 울리는 소셜 검증의 낚싯바늘.


런던정경대학은 2026년 3월 연구에서 이를 "세심하게 설계된 행동 조작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설계에 대한 법적 심판이 이미 내려졌다. 2026년, 미국 연방 배심원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플랫폼을 의도적으로 아동을 중독시키도록 설계했다는 책임을 인정했다. "플랫폼은 도구일 뿐, 사용자 책임"이라는 빅테크의 오래된 방어 논리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주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아동에게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이를 플랫폼에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중독 엔진을 아이에게 작동시키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접근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아마도, 더 본질적이다.


정부들이 행동에 나서는 동안, 과학계는 아직 논쟁 중이다.


예일 대학 아동연구센터는 소셜미디어 사용과 청소년의 사회적 불안, ADHD 증상 악화 사이의 연관성을 보고했다. 노스웨스턴 대학은 8-12세 아동에 대한 첫 전국 규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이미 2023년에 공식 권고를 발행한 바 있다.


반면 맨체스터 대학은 "소셜미디어 사용량이 많을수록 불안이나 우울 증상이 증가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Nature Human Behaviour의 메타 분석도 효과 크기가 생각보다 작고, 방향성도 일관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과학은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증거가 충분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의 비용이 너무 크다. 증거가 충분해질 때쯤이면, 한 세대가 이미 지나가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청소년 SNS 금지를 "게으른 해법"이라고 부르는 목소리도 있다. 금지는 쉽지만 플랫폼의 설계를 바꾸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금지가 오히려 청소년들을 규제되지 않는 어두운 공간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 비판에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하나를 놓치고 있다. "완벽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전벨트도 교통사고 사망을 100% 막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전벨트를 의무화했고, 사망률은 실제로 줄었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아빠로서 나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고, 기술의 사용자이기도 하고, 기술이 영향을 미치는 아이의 부모이기도 하다.


기술은 도구다. 하지만 도구의 설계에는 의도가 담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현재 설계에 담긴 의도는, 사용자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 두는 것이다. 그 사용자가 아홉 살이든 서른아홉 살이든.


호주의 실험은 불완전하다. 하지만 이 실험이 없었다면, 우리는 "금지가 왜 어려운지"조차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궁극적인 해법은 "아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중독 설계를 금지"하는 것이다. EU의 Digital Fairness Act, 뉴욕주의 알고리즘 추천 금지, Meta와 Google 판결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우리 집 거실이 다시 시끄러워진 건, 하나의 앱을 삭제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이들이 화면 대신 서로의 얼굴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미초타키스가, 호주의 e-Safety 위원회가, 미국의 배심원이,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되찾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완벽한 답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 자체가 이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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