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에서 사계절을 날 수 있을까요?
글쓰기 책을 읽다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지요.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매일 써야 작가다.
매일 쓰지 않으면, 작가 아니다.
그런 얘기요.
그래서 저는 아직 작가가 되지 못했습니다. 왜 숙제정신이 없으면 안 쓸까, 나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것일까, 자책합니다.
당근마켓으로 지역 독서모임에 들어갔듯이 글쓰기 모임도 보이길래 클릭했어요.
글을 꾸준히 쓸 생각은 별로 없이, 그저 동네에서 모인다는 글쓰기 모임이 궁금해서 클릭했어요.
이미 독서모임을 두 가지 하고 있고 일도 시작한 7월이었어요. 에세이 쓰기와 전자책 쓰기도 같은 기간에 시작한 상황이라 오프라인 모임을 더 늘리지는 말자고 다짐하며 엄지발가락만 담가보려고 당근채팅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카톡방 오픈채팅으로 입장하려는데, 방장님이 아시는 분이었어요. ^^ 유령회원이 되면 서로 민망해질 것 같아서 몇 초 고민 끝에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첫 모임을 나갔어요. 방장님은 시인이라 시를 써오셨어요. 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서 표현력, 구성과 은유 등에 대해 조금 배울 수 있었어요. 저는 에세이 두 편을 출력해서 갔지요.
두 번째 모임이 7월 27일이었어요. 초3 아들을 데리고 가서 옆테이블에서 독서와 게임을 하도록 했죠. 아이는 음료 하나를 차지하고 1시간 독서 후 1시간 게임하는 시간이 힐링인가 봅니다. 독서모임 때도 그렇듯이 옆테이블에서도 얌전히 잘 있는 매너남입니다.
저는 에세이 세 편을 들고 갔고 출력해서 소리 내어 읽기 전의 글이었어요.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글쓰기 교육 강사님께 1차 피드백을 받고 수정한 거니까, 여기서 크게 벗어날 일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예님 글은 힘이 있네요.
그런데 한 편에서 너무 여러 가지 사건이 들어가는 것보다 한 두 가지로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무리 비중이 아쉬워요, 조금 더 쓰면 좋겠어요.
생활 수필 같아요. 수필은 소설보다 간결성을 요구해요.
주어, 목적어, 보어, 서술어 외에는 될 수 있으면 자제하는 게 좋고요.
2인칭 말고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어떨까요?
이 글을 읽고, 차도하 시인이 생각났어요.
생동감 있고, 재미있어요.
에세이가 옴니버스 소설 느낌이에요.
표현을 다양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윗 문단에 쓴 단어나 끝맺는 말을 아래쪽에는 안 겹치는 것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굳이 이 말은 안 쓰는 게 낫겠어요.
1명 , 2일, 7개 이런 표현보다 문학에서는 한 명, 이틀, 일곱 개 등으로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초심자의 마음은 달떴다가 바사삭했다가 쓴 글을 뭉텅이 문단으로 버리는 것도 아깝고, 듣기 좋은 조언은 귀담아듣게 되고 비평은 잠시 못 들은 척도 해보았어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리고 에세이와 수필 차이는 뭘까, 내 글은 멋이 없는 일기장인 걸까 하고 시무룩해졌습니다.
교육청 에세이 책 쓰기 강사님께 따로 여쭈어보니, "에세이는 경수필, 중수필 모두를 아우르고, 저의 글은 사적인 이야기,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라 경수필"이라고 하셨고요, 중수필은 경수필보다는 실용적이고 논리적인 글에 가깝다고 하셨어요. 생활 수필이라는 장르는 없지만 공모전에서 많이 쓰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카페에 모여 서로의 글을 합평하는 시간에 들은 '생활수필'이라는 말도 경수필과 느낌은 통하는 것 같았어요.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글이 그런 느낌이 난다는 뜻이지요.
저는 통찰력을 반영한 깊이 있는 결론을 내기보다는 아직 상황을 설명과 그려지듯 묘사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나쁘게 말하면 구구절절 장황하고 결론이 취약한 것 같아요. 하지만 늘고 있어요. 지금 이렇게 쓰면 60세, 70세에는 얼마나 잘 쓰겠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출력한 저의 글을 소리 내어 읽다 보니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어라? 제법 완성형이었는데?
대공사 해야겠는걸...
낮에는 귀담아듣지 않으려 애썼던 부분부터 보이더라고요. 시간의 격차를 두고 나니 조언의 아픔은 살이 되었습니다. 저 초록색 펜으로 10개의 글을 수정 후 한글 파일에 반영하기를 사흘 밤 보내고 최종 퇴고본을 교육청 책 쓰기 강사님께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 내서 글을 꼼꼼히 읽어주신 세 분이 너무 감사했어요.
반면 저는 시가 너무 어려운 사람입니다.
어떻게 조언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방장님도 시인이셨는데, 이날 처음 나오신 분도 이미 시집을 내신 시인이셨어요.
이틀 뒤 세 번째 모임을 갑니다. 모임명은 '사계' 에요. 제가 꾸준히 동네작가님들과 사계절 함께 쓰는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 응원하며 어서 글을 쓰러 가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