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와의 만남 (2025 김포독서대전)

2025.09.20(토) 장기도서관 대강당

by 나예스
"태양은 만인의 것, 바다는 즐기는 자의 것" - 정유정 작가-

김포독서대전 행사 중 <영원한 천국> 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쓰신 소설가 정유정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날은 오은 시인이 진행을 해 주셨는데 진행을 너무 유쾌하고 매끄럽게 해 주셔서 엄청난 시너지가 났었어요.

장편소설의 대가 정유정 작가님은 마라톤이 취미이신데, 길게 간다는 점에서 취미와 직업이 닮았더라고요. 실컷 달리고 오면 머리가 리셋되고 맑아진다고 했습니다. 잘 자기 위해 낮에 몸을 혹사시킨다고요. ENTJ인 그녀는 새벽 4시에 기상할 때 럼슈타인 메탈음악을 이어폰을 꽂아 번쩍 드는 정신으로 하루룰 시작하고 규칙적으로 책상에 앉고 퇴근하듯 일어선다고 해요. 밤샘이 없는 루틴으로요. 오래 할 수 있는 힘은 이런 꾸준함인 것 같아요. 내킬 때만 몰아치키로 하는 제가 본받아야 할 점이었습니다.

<영원한 천국>을 쓰다가도 슬럼프와 번아웃이 와서 달리기를 하셨다고 해요.

정유정 작가님은 41살에 등단해서 59세인 지금까지 범죄스릴러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데요.

악의 3부작인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이후 욕망 3부작 <완전한 행복>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 <영원한 천국>입니다. 17년간 끊임없이 달리며 8편의 장편소설을 쓴 원동력이 바로 '욕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욕망은 곧 '자유의지'라고도 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본 계기는 전남 함평에서, 어느 날 할머니와 함께 구경한 서커스 중에서 형편없는 마술과 묘기 이후 마지막 코너인 개그 만담 대화에서 각색된 흥부 놀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친구들을 모아 들려주기 시작하면서 주목받는 게 너무 좋았었다고 합니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역사의 시작이었죠.

작가의 꿈이 어릴 때 무터 명확했던 그녀는 어머니의 권유로 간호대학을 가서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교양과목 교수님이 종이 백지 한 장을 주면서 '얼굴'이라는 주제로 이 종이에다가 그림이든, 글이든 , 무엇이든 마음껏 표현해 보라는 과제가 있었는데 정유정 작가님은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수님은 그녀를 따로 불러 "꿈을 잊지 마라.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게 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글을 잘 쓰는 아이들은 많아도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나중에 작가가 되면 꼭 찾아다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소설가로 데뷔하는 과정은 신춘문예에서 단편으로 등단하거나, 문학상으로 장편으로 등단하는 방법이 있는데 예선에서 무려 11번이나 떨어졌다고 합니다.

<영원한 천국>은 유발하라리의 <호모데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사랑+SF 조합의 소설을 처음 써보았다며, 인간을 가장 강인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며, 1장을 꼼꼼하게 읽어야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안내해 주셨지요.

"질문의 답이 즉시 나오지 않고 길게 나와야 소설이 된다."


<영원한 천국>에서는 삼애원이라는 장소가 나오는데 , 일본 홋카이도의 형무소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경주'의 어린 시절 불우했던 내면을 나타낸 차가운 '유빙'은 홋카이도에서 얼음을 깨면서 운행하는 세빙선을 타고 가서 직접 보고 왔다고 합니다. '해상'이의 마음을 나타낸 바야리아 사막, 그리고 사막여우는 이집트 문화원에 들르면서 보고 왔다며, 쓰다 힘들 땐 현장에 가서 보고 온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입이 떡 벌어졌어요. 유빙부터 사막 까지라니..

이런 대작을 쓰는 소설가도 워드 앞에서는 너무 막막하고, 너무 어렵고 두렵다고 합니다.

'과연 시작을 할 수 있을까? 중간에서 내가 끝낼 수 있을까? 끝내면.. 가치가 있을까?'

쓰레기 취급이 될까 봐, 지난번 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인 거지요.

야성은 삶에 대한 궁극적 욕망이며, DNA 가장 깊숙이 있는, 끝내 이기려는 강인 함이라 합니다.

인물이 캐릭터가 된다는 것은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했어요. 그가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생각하고, 표면과 상충하는 마음속 진짜 욕망(감춰진 욕망)이 있어야 매력 있는 캐릭터가 된다고요.

소설은 갈등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진이, 지니>에서는 서로 갈등을 겪고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기로가 발단이 된다고 해요. 죽기 직전까지 압박을 받을 때 캐릭터가 선택하도록 주인공을 최소 3번은 단두대에 올리고 그것을 이겨 내야 주인공이라 하더라고요.

극 중 반가운 이름인 '한기준'과 '김용'등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소한 장치였다고 합니다.

<영원한 천국>은 아들이 시스템설계자로서 조언을 해 주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처음으로 읽어 주고 "잘 쓰네"라고 말해주었다고요.

작가와의 만남에서는 웃으며 재미있게 말씀하시는 동안 아프셨던 사실을 못 들었었는데, 오늘 검색을 해 보니 암투병 10년을 하면서 5권의 베스트셀러를 냈다고 하니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욕망은 생의 희망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토요일 오후 3:30~17:30까지 지루할 틈도 없이 유익하고 알차고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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