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의 눈과 귀가 서울경제의 한 [단독] 기사에 쏠렸습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GP)의 해임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는 뉴스입니다. 어려운 용어들로 뒤덮인 이 기사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 자본주의 시장의 뿌리를 흔드는 '배신'의 서사가 숨어 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큰손인 국민연금과 신세계가 돈을 모아 강남의 금싸라기 땅에 '센터필드'라는 멋진 빌딩을 샀습니다. 그리고 전문 부동산 대표 격인 '이지스자산운용'에게 관리를 맡겼죠. "매달 수수료 줄 테니 내 집 관리 잘해주고, 나중에 내가 팔고 싶을 때 잘 팔아줘." 이것이 위탁운용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10년이 다 되어가자 주인이 말합니다. "이 건물, 수익이 너무 좋으니 안 팔고 5년 더 갖고 있을래."
보통의 하인이라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관리인이 갑자기 주인의 명령을 거부합니다. "아니, 난 지금 당장 팔아야겠어!"라며 매각을 강행하려 합니다. 왜일까요? 건물을 팔아야 자기 주머니에 거액의 성과급이 들어오고, 그 실적을 뽐내며 자신의 가게(이지스 경영권)를 제3자에게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자산운용사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가?"
원래 운용사는 주인의 이익을 극대화해 주는 대가로 보수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운용사라는 '하인'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주인의 이익을 뒷전으로 미룰 수 있다는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하인이 주인 머리 꼭대기에서 자본을 휘두르려 한 것입니다.
이지스는 "계약서대로, 법대로 하겠다"며 당당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이지스의 완벽한 자충수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설령 법원이 계약 문구에만 집착해 이지스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그것은 승리가 아닙니다. 주인(LP)의 뒤통수를 치고 자기 잇속을 챙긴 운용사에게 누가 다시 돈을 맡기겠습니까? 국민연금이라는 거대 고객과 척을 진 가게가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리 만무합니다. 결국, 돈 몇 푼에 미래를 팔아치운 꼴입니다.
만약 법이 이지스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는 자본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판결이 될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사유재산권'입니다. 내 재산을 내 뜻대로 보유하고 처분할 권리 말입니다.
그런데 대리인이 맺은 과거의 계약서 조각이 주인의 현재 의사보다 우선한다면, 그것은 자본의 주인이 자본을 통제하지 못하는 '주객전도'의 시장입니다. 계약서는 주인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이지, 주인의 손발을 묶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번 사태가 자산운용사라는 제도의 종말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봅니다.
자산의 주인이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려는 하인을 가만둘 리 없습니다. 이제 거대 자본은 배신을 일삼는 운용사에게 수수료를 주며 맡기기보다, 직접 전문가를 고용해 관리하는 '직접 운용'의 길을 택할 것입니다.
주인의 명령을 거부하고 자기 장사에 몰두한 하인에게 남겨진 것은, 단 한 번의 비싼 수수료와 영원한 시장 퇴출뿐입니다. 신뢰를 저버린 기술은 자본의 정당한 권리를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전 속의 승리가 시장에서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는 이번 이지스 사태를 통해 뼈저리게 배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