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벤츠

by 명희

흰색 벤츠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뒷좌석에 올랐다.

운전석에는 낯선 남자가 앉아 있었고, 조수석에는 고등학교 동창 소영이가 타고 있었다.

사실 소영이랑 그리 썩 친한 편은 아니였다.


차는 낯선 남자의 아파트로 향했다.

높은 층에 자리한 집, 문을 열자 고슴도치 한 마리가 나타났다. 작은 앞발로 간식을 집어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어색했던 공기가 조금은 풀렸다.

“귀엽지?”

남자가 웃으며 물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남자친구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평소라면 뭐든 다 말하는 나인데,,,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도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는데,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나는 집을 나섰다. 하지만 또다시 그 남자의 차에 오르게 되었다. 이번에도 조수석이 아니라 뒷좌석. 왠지 그게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시간은 9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남자친구에게선 뜨문뜨문 톡이 와있었다.


'뭐해?'

'난 이제 씻고나왔어'

'잠들었어?'


나는 답을 미뤘다. 괜히 지금 털어놓는 것보단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낯선 남자 둘이 차에 올라탔다.


“오, 형. 이 차 멋지다. 구경 좀 해도 돼?”

"어"

"이 여자분은 누구? 안녕하세요"

"아,,, 네"


외간 남자가 한명이여도 이리 초조한데 두명이나 더 있다니 미칠지경이였다.


'얼른 집에 가야하는데,, 씁,,'


담배 연기가 옆자리에서 피어올랐다. 나는 코를 막았다.


"아 미안, 누나 담배냄새 싫어하는구나?"

“누나 손가락 좀 펴봐. 혈액형 맞혀볼게.”
“뭐?”
“소심해 보이니, A형이지?”
“틀렸어. B형이야. 이래 봬도 화도 많고 욕도 많이 해. 지금도 속으로 욕하는 중이야.”


운전석의 남자가 피식 웃었다. 정확히는 비웃었다.


"뭐야, 왜 웃어 진짜야"


차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렸고, 두 남자를 내려주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하고 싶은 거 없어?”
“집에 가고 싶어.”
“데려다줄게. 가기 전에 들리고 싶은곳은 없어?”

"없어"

"폭죽보러 갈까? 밤바다는?


'밤바다?'


솔직히 밤바다에 솔깃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더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냥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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