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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경 Jul 28. 2024

웨딩플래너 만나러 갑니다

무한 선택의 탁자 앞으로

외유내강 : 예의가 바르고 다정하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바로 그런 사람


외유내강 인간의 7가지 특징이 있다.


1. 곧은 자세 :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사람들은 주로 가슴을 펴고 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척추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2. 점잖은 말씨 : 말끝이 희미하거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말하되 힘 있게 의견을 전달한다. 만만하지 않다는 인상은 흔들림 없는 기세에서 나온다.


3. 본업 천재 : 근거 있는 자신감은 부드럽고, 함부로 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는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다양한 상황에 여유롭게 반응하면서 남에게는 신뢰를 주고 나에게는 자기 효능감을 준다. 그렇게 얻은 자신감은 연기를 할 수도, 숨길 수도 없다.


4. 자기 지향적 : 삶의 주도권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다.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개의치 않으며, 내가 편안하고 행복한 조건을 찾아 자기 자신의 얘기에 가장 먼저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가장 궁금해서 이내 남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


5. '까짓 거 한번 해보지 뭐!' :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은 다가오는 기회를 막지 않는다. '창피하면 좀 어때. 다 경험이야.'라는 의연한 생각으로 다양하게 시도하는 것에 익숙하다.


6. 강강약약 : 평소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지만, 옳지 않은 상황에는 확실하게 목소리를 낸다. 타협할 수 없는 일에 관해 가치관과 기준이 분명하다. 자기 가치를 믿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갈등의 순간을 피하지 않고 마주친다.


7. 무리하지 않는다 : 자신을 믿는 사람은 굳이 무리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내 모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 더 많이 가진 것처럼 일부러 꾸며낼 필요가 없다. 편안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한다. 지속가능한 당당함은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결혼을 준비할 때, 이른바 외유내강 인간이 되려 애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리저리 흔들리다 몸도 마음도 통장 잔고에도 시련이 닥칠 것이 분명하다..


예식장을 계약하고 나서는 스드메를 알아보려 웨딩플래너 상담을 먼저 알아봤다. 웨딩플래너를 어떻게 알아볼 지도 막막한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 찾은 소위 인기 웨딩플래너를 먼저 컨택해서 상담 신청을 했고 한 달을 기다렸다.


혹여나 그녀와 나의 성향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상담을 받는 같은 주에 다른 웨딩업체에 문의해서 플래너를 자동 배정받아놓았다. 그녀의 인스타그램도 구경했다. 앞서 찾아놓은 플래너의 인스타가 워낙 화려했기에 다소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차분하고 예쁜. 어쩌면 이 분이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상담을 한 달 남겨두고 스드메를 주제로 열심히 리서치했다. 웨딩플래너 상담 전 사전에 공부를 해간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남자친구와 퇴근 후 중국집에서 10분 만에 저녁을 해치우고 부른 배를 잡고 상담에 들어갔다. 첫 번째 상담은 인기 웨딩플래너와 잡았다. 웨딩 플랜 상담이 처음이라 플래너가 해주는 말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끄덕 한 것 같다. 일 년 만에 인기 웨딩플래너가 되신 분이라 그런지 레퍼런스 셀렉 능력에서 센스가 묻어났다.


약 한 시간 반 정도의 상담이 끝나고, 이번 주까지 고민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왔다. 두 번째 상담이 남아있어서인지 그날 밤은 생각이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틀 후, 두 번째 상담을 받았다. 첫 번째 상담보다 훨씬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스드메 시장의 트렌드 보다 정석적으로 후회하지 않을 클래식한 내용을 소개해주었다. 첫 번째 인기 웨딩 플래너가 좀 더 트렌디하고 센스가 있었다면, 두 번째 플래너분은 꼼꼼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란 사람은 가능한 선택지들 안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익숙한 기획 MD라 가능한 선택지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좋았다. 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더 꼼꼼하게 여러 선택지를 내게 알려주었던 두 번째 플래너 분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스드메를 선택하는 데는 또 2주가 걸렸다. 내가 만든 예산 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옵션을 고르고 고른 다음 일정을 조율하기까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왜 웨딩플래너를 껴야 한다는 지 알 것 같은 2주였다. 무한 선택의 상황 속에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연습. 그리고 나의 선택들이 정말 마음에 든다.



- 예식일자 : 25년 7월 12일 토요일 5시 반, 7월 푸릇푸릇한 여름의 신부가 된다. 오후 시간이라 더 로맨틱하다.

- 예식장 : 크레스트 72, 넓고 웅장하면서 화이트 & 그린이 돋보이는 동화 속 같은 예식장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인공폭포가 야외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주차 800대라 주차 걱정이 전혀 없고, 예식장이 넓고 동시예식이라 하객분들이 모두 편안하게 결혼식을 보실 수 있다.

- 스튜디오 : 누아, 채도가 낮으면서 살짝 다크한 무드라 마음에 들었다. 주택을 개조한 스튜디오의 우드 배경과 청계산 밑에 위치해서 뻥 뚫린 야외까지 사진에 담을 수 있다.

- 드레스 : 브라이드손윤희와 아뜰리에로리에, 러블리한 무드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인 스타일이면서 예산에 들어왔다. 비싼 웨딩드레스에 큰 로망이 없는 내가 나는 참 좋다.

- 메이크업 : 꼼나나 승환실장님, 평소에 화장을 잘하지 않는 편이라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예산에 맞게끔 플래너님에게 추천을 받아 큰 고민 없이 골랐다.

- 본식스냅 : 스바무 스튜디오 & 아이폰 스냅(놀스냅), 웨딩 앨범에 과한 돈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필수인 옵션이라 예식장과 제휴가 돼있는 곳으로 골랐다. 보통 2인 작가 상품을 선택한다고 하는데, 어차피 기본 사진으로 꾸려질 웨딩 앨범이라 1인 상품으로 비용을 아꼈다. 대신 진짜 우리가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아이폰 스냅을 더하기로 했다.


이제 굵직한 결혼 준비는 모두 끝낸 것 같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대부분 내 취향과 고민이 담긴 결정들에 응원해 준 예비신랑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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