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예뻐지는 것뿐!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고 깜짝 놀랐다.
날씬한 그 애에 비하니
비루한 내 몸뚱이는 소인국의 거인과 같이 느껴졌다.
'관리'에 들어갔다.
온통 머릿속에 달다구리 생각뿐이다.
이런 단당류의 노예 같으니라고.
단짠단짠으로 조합을 맞추면 하루에 2킬로도 거뜬히 찔 수 있다.
마음 급하게 살 빼려 압박 느끼지 않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되뇌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커진 내 몸이 돌아올 수 있기나 한 것인지 걱정이 된다.
아주 가끔씩 '엑스'들을 구글링 해보곤 한다. 워낙 걸출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때가 되면 경제면이든 정치면이든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날이 오리라고 예상은 했었다. 요즘은 참 어려운 게 없다. 이름석자 치고 엔터 누르면 상상이 현실이 된다. 최근에는 첫사랑이 대기업 임원이라고 떡 하니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려 며칠 잠 못 이뤘었는데(그 이유는 노코멘트하겠다), 오늘은 이상한 예감이 들어 꽤 오랜 기간 썸을 탔던 썸남을 검색했더니 유니콘 기업의 CTO가 되었단다. 유니콘 기업은 뭐며, CTO는 또 뭐람...
이십 대 감정의 소용돌이가 떠오른다. 작은 것에도 웃고 울던.
이제는 안갯 속 같던 삶의 비밀스러운 장막들이 걷혀가고,
노력은 보상으로
돌아오는 수확의 계절인 모양이다.
단순하게
혹여라도 썸남, 첫사랑과 다시금 마주친다면 숨고 싶지 않게
이불 킥하지 않게
예뻐져야겠다는 의지가 타오를 법한데,
우리의 여주인공 이번생에 삶의 무게에 많이도 짓눌린 모양이다.
그다지 감흥이 없다.
아줌마의 스피릿이랄까.
그나마, 한 가닥 활력 있게 아름답게 다시금 중년을 꽃피우는데
동력이 될 수 있다면
식상한 첫사랑이든 썸남 소재든
영혼까지 끌어올릴 셈이다.
기다려라!
내 삶에서 수확하고자 하는 가치들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단 말이다.
나를 버리고?
혹은 내가 잡지 못했던
인연이 사그라든 어색하고도
떫떠름한 지나간 시간들을 다시금 되돌이켜보아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오늘을 익혀나갈 결심을 하며...
아직 오지 않은 행복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