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름다운 것에 대하여 # 3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어놓고 나와 일단 기차역으로 가서 바투미에 갈 기차표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삼십 분쯤 걸어 필름 현상소를 찾아갔다.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아직 되감지도 못한 필름을 카메라 째로 건넸다. 너무나 듬직해보이는 직원 분이 직접 필름을 되감아 가져가셨다. 현상과 스캔을 하는 데에는 약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다.
그 시간을 떼우기 위해 밖을 돌아다녔다. 알고 보니 바로 옆 거리가 대학가였다. 덕분에 카페, 마트들이 많았다. 우리는 일단 마트에서 계란, 버터, 식용유, 파스타 등의 식재료를 구매하고 카페에 들어가 저녁거리를 시켰다. 저녁을 다 먹고 핸드폰을 보니 이메일이 도착해있었고, 제목은 ‘scan(스캔)’이었다.
“어!!!! 다 됐나보다!!!!!”
우리는 카페 안에서 조용히 소리 질렀다. 바로 이메일을 클릭했고 우리가 고심해서 찍은 첫 롤의 결과물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와이파이가 느린 덕에 우리의 애타는 마음은 최고조가 되었다.
기다림 끝에 첫 롤이 모습을 드러냈고, 우리는 뛸 듯이 기뻐했다. 이건 ‘사진’이었다.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 사진이었다. 우리가 모스크바 시장에서 헐값에 샀던 이 카메라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그 장소에서의 감성을 그대로 필름에 태워내는 카메라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첫 롤 현상에 있어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작동 여부였다. 이제야 우리는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있었다.
한 장, 한 장, 베일이 벗겨질수록 우리는 더욱 환호했다. 사진이 맞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예뻤다. 디지털 카메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감성으로 우리의 순간들이 녹아있었다. 이보다 더 기쁠 수 없었다. 사용 미숙으로 빛이 들어가 살짝 탄 사진들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예술적이었다.
필름 사진이라는 것, 매번 필름을 구매해야 하고 들고 다녀야 하고 현상소도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롭고 비싼 일이지만 계속 해보기로 했다. 주변의 빛과 사물과의 거리를 세밀하게 느껴서 한참을 고민해 셔터를 누르고 나면 단 한 장, 나만이 바라보았던 그 시선이 화면에 갇히는 일이 참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2018.06.
조지아 트빌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