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끝을 그 마지막을
그 종료의 지점을 더듬어 짚어보자면
그건 다름 아니라 사랑의 음성으로써 발음되어
마침내 공중에 던져내지는 알맹이를 드러내는
처절한 순간과 다름없다 할 건데
그렇다면 그건 또 사랑의 마침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지 않냐고 되물으면
그것 또한 아닌 게 아닌지라
나는 그냥 갸우뚱 기운 행성 같은 네 얼굴을
붉은 별 같은 두 동공을
아무런 기력 없이 응시할 수밖에는 없다
결국은 그래서 나라는 미물은 영영 네 아름다움을
그 초상화 앞을 서성이며 떠나지 못하는
끈질긴 관람객 아니 행인도 아니고
미술관 청소부 되어서
우주로 우주로 우리 사랑의 파편을 쓸어낸다
지구인의 사랑. 윤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