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구인의 사랑

by 윤혜림
스크린샷 2025-09-13 오전 11.08.15.png


한 사람의 끝을 그 마지막을

그 종료의 지점을 더듬어 짚어보자면

그건 다름 아니라 사랑의 음성으로써 발음되어

마침내 공중에 던져내지는 알맹이를 드러내는

처절한 순간과 다름없다 할 건데


그렇다면 그건 또 사랑의 마침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지 않냐고 되물으면

그것 또한 아닌 게 아닌지라


나는 그냥 갸우뚱 기운 행성 같은 네 얼굴을

붉은 별 같은 두 동공을

아무런 기력 없이 응시할 수밖에는 없다


결국은 그래서 나라는 미물은 영영 네 아름다움을

그 초상화 앞을 서성이며 떠나지 못하는

끈질긴 관람객 아니 행인도 아니고

미술관 청소부 되어서

우주로 우주로 우리 사랑의 파편을 쓸어낸다



지구인의 사랑. 윤혜림.

keyword
이전 05화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