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사이
“Ash Wednesday”
사순절이 시작되는 수요일, 앞으로 부활절까지 40일 동안 알코올을 끊어내기로 했다. 채워 넣기 전에 비워내기가 먼저라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고된 하루였으니까, 오늘은 신나는 일이 있었으니까, 오늘은 짜증 나니까, 오늘은 심심하니까? 오늘을 오래 달렸으니까, 오늘은 달리지 않고 쉬는 날이니까, 야콤 야콤 IPA를 따서 손에 들고 있던 날이 빈번했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 IPA 맥주는 또 왜이렇게 많은지? 뭐, 한 캔 정도야…
세상과의 타협은 그렇게 시작된다. 한 캔, 한 번의 약속, 한 번의 무관심, 한 번의 눈감음…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을 다시 만들어 보려고 한다. 하루하루를 비워내고, 덜어내기, 내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알코올 그리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아이들이 더 걱정이다.)
40일 동암 비워지는 나를 마주하고 나서
얼마나 창대한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것을 담아내기 위해서 비워내고 버리기부터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