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니까…
딱히 커다란 이유도 없이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유 없는 일은 없고,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글쓰기를 그만두었다고 할 수도 없다. 매일 일기를 썼고, 틈틈이 책을 읽으며 적었다.
2024년 8월 1일 새벽 3시 33분,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된 새벽, 어제저녁 먹고잔 약빨이 다 떨어진 때이다. 한번 시작되면 쉴 새 없는 기침에 머리가 울려 기침약 보다 두통약을 집어 들었다. 내 몸 약한 곳을 점령하였다가 항생제 폭탄이 투하되고 항복하기 전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
“Things will get worse before they get better.”
상황이 낳아지기 전에 항상 제일 악화대는 것처럼, 있는 힘을 다해 공격을 한다. 그리고 약빨로 버티는 내 몸도 최대한의 방어를 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내 몸이 이겨낼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음에… 꼬박꼬박 여러 가지의 약을 먹으라는데로 챙겨 먹는다. 약은 약사에게… 약사도 아프면 별수 없다. 밥 먹고, 약 먹고, 푹 자야 숙주가 정신을 차릴 테니…
아파봐야 느껴지고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안 아프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거들떠도 안보는 생각과 상황들. 한두 번 아파 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죽을 거 같이 한 번씩 아프고 나면 정신 번쩍 든다. 안 아플 때 잘하자. 나를 내가 더 아끼자. 난 슈퍼우먼도, 원더 우먼도 아니다. 몸 이 낳으면 이러지 말아야지, 괜찮아지면 이건 해야지 하는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거 보니, 곧 괜찮아 지려는가 보다. 정말 긴박하게 아플 땐 생각 이란 여유는 허락되지 않기에…
아등바등 쪼개서 쓰던 시간은 아파서 자면서 뭉퉁그리 제로 섬 게임이 돼버렸다. 유럽출장 중 잠 안 자고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정신없이 아파서 자는 사이 지나가버린 7월의 마직말 주. 허무하다 라는 느낌을 떨쳐내기힘들다.
8월의 첫날, 거창한 이유 없이 다시 글을 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유 없는 일은 없고,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은 쉼표였나 보다.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주 뻔뻔하게…
쉼표 와 마침표 사이 : https://brunch.co.kr/@seinaplee/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