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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Aug 19. 2024

달릴 수 있는 만큼 끝까지 달리기

Run the run you can run.


8월, 여름이 쓸쩍 멀어져 가는 시원해진 아침 공기로 시작되는 두 번째 월요일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6월의 시원한 아침과는 또 다른 공기의 습도와 온도, 아침에 달리면 느끼는 계절의 움직임이다.


저번주 일요일 과는 다른 페이스로 움직 인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 어젯밤 꺼내 놓은 옷을 입었다. 머리는 하나로 땋아서 묶었다. 모자를 쓰고 묶어 둔 머리를 뒤로 뺀다. 오른쪽, 왼쪽 목을 스트레칭을 하고, 어깨도 풀어준다. 흠, 달릴 수나 있으려나?


5년을 달렸는데도, 유럽 출장 후 아프면서 10일을 꼬박 쉬었다. 달리지도, 걷지도 않았다. 오늘 아침 다시 달려 보려고 한다. 오늘은 Jack Duffy 5K 레이스가 있는 날이다. Jack, 엄마 친구 아들 스펙을 자랑하는 친구의 친구 아들이다. 아이비리그 대학교를 다니고, 크로스컨트리 달리기를 하고, 친구도 많았던 대학생이었다.


Jack Duffy 5K 레이스는 6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3년 전 마라톤을 트레이닝하던 여름 친구와 함께 달리고 그 후 매년 8월 같이 달리고 있다. 힘껏 활짝 피기도  전에 대학교 1학년때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부터 시작된 레이스. 왜 Jack 이 자살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줄은 잘 모른다.


산후 우울증으로 자살뿐이 살길인 줄 알며 지난 시간을 견뎌 봤던 나는, ‘자살’이라는 단어가 불편하면서도 익숙하다. 자살, 사고, 내가 나를 죽이는 허망한 사고. 타살, 남이 나를 죽이는 사고. 둘 다 어쩔 수 없는 사고이다. 선택할 수 있을 거 같은 사고, 예방할 수 있을 거 같은 선택 같은 사고이다.


Jack 엄마는 말한다. 매일 힘들지, 쉬운 날은 없어…

Jack 이 없는 하루는 매일 힘든 하루이다. Jack의 엄마 아빠와 같이 아이를 잃고 매일 힘든 하루를 보내는 부모가 너무 많다. 청소년, 어른 자살은 매년 늘어난다. Jack의 엄마, 아빠는 둘 다 약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예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린 1년에 하루 너무 일찍 가버린 Jack을 기억하고자, 자살 예방과 멘털 건강 캠페인을 하고자 하는 Jack의 부모, 가족, 친구들이 함께같이 달린다.


올해부터 딸과 함께 달렸다. 12살, 조금씩 자아를 발견하고 이 세상을 알아 가고 있다. 자기만의 페이스도 달려 나가는 딸 뒤에서 내 페이스로 달렸다. 혼자 또 같이 하는 달리기, 각자의 페이스로 같은 마음으로 달린다. 건강한 몸, 마음과 멘탈 위해서 … 같은 이유를 마음에 품고 함께 달린다. 우리 아이들 앞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소망 가득한 기도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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