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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세진 Nov 16. 2024

[프롤로그]도전을 무서워하는 아이

사실 나는 도전을 잘하지 않는 사람이다.

도전이라 해서 그렇게 거창한 것도 아니다.


늘 쓰던 로션, 늘 먹던 메뉴, 늘 가던 길..

정말 사소한 것 하나하나 늘 해왔고,

안정적인 것만 고집해 오며 살았다.


이런 내가 작년 가을 가족들에게

파격적인 소식을 통보한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타지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하겠다고.

가족들은 당연히 놀랐고, 타지로 가겠다는 나를 말렸다.


난 치과위생사다. 학교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남들 하는 것처럼 치과에 입사해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치과일을 하며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그 자체에 나름대로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 만으로는

내 미래에 뭔가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매일 비슷한 환자들,

(물론 그들은 처음 듣겠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안내하는

진료 후 주의사항,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가 왔고,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둔 채

어떤 일이 있는지 찾아보기 바쁜 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본가와 멀러 떨어져 있는

치과 마케팅 회사에서 입사제안이 왔다.


아마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정말 좋은 조건이었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편도 4시간 거리로 본가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과,

전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이라는 사실이

새로운 도전을 피하는 나에겐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 당시 치과일에 의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자친구가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상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그때 결심했다.

그곳에 가지 않더라도 면접만이라도 보자고


그리하여 일정을 잡고 면접을 봤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사실 처음엔 갈지 말지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축하는커녕 반대가 너무 심했다.


“넌 오래 버티지 못할 거다. 일주일도 안 돼서 다시 돌아올게 뻔하니 가지 마라.”


지금생각해 보면 이런 말들을 듣고

오기가 생겨서 도전한 게 아닐까 싶다.


오히려 가서 잘해보라는 말을 들었다면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거나

시작했더라도 일주일도 못 버텼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기로 지방에서 상경하게 됐고,

4시간 만에 후회를 하게 된다.


집은 어떤지보고, 짐정리와 청소를 도와주겠다며

같이 왔던 엄마가 이제 그만 돌아가겠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으나 이제 곧 떠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엄마가 갈 때까지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우린 지하철역 앞에서 서로 안고 울고 있는

사연 있는 모녀가 되었고, 결국 엄마가 떠난 후


도전을 무서워했던 아이는 본격적으로

난생처음으로 하는 자취생활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


좌충우돌 시골쥐의 상경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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