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응, 괜찮아 아직은!)
첫 문장부터 비관적이어서 죄송합니다만, 정말이지 이직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특히 BX 디자이너들에겐)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시기를 맞아 폭발적으로 성장한 IT 대호황의 시대는 예상보다 빨리 저물었고,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이라는 단어가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세상으로 격변했습니다. 당장의 캐시카우가 있는 탄탄한 기업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비하여 긴축모드에 돌입한 지 오래고, 필연적으로 신규 TO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살얼음 같은 시기에 이직하려는 분들도 많지 않을 테니, 결원 TO도 발생하기 어렵겠지요.) 온라인 업종들도 이러하니, 경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오프라인 베이스의 기업들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구직/이직을 원하는 디자이너들은 수없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업무 경험을 위하여, 자기 발전을 위하여, 더 좋은 근무 환경을 위하여. 이유는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사회생활을 버텨가는 디자이너/사회인에게 이직은 피할 수 없는 숙제와도 같습니다.
이직시장의 부정적인 측면만 너무 강조한 것 같은데요, 사실 지금도 주위를 살펴보면 심심치 않게 디자이너 분들의 이직 소식이 들려옵니다. 저도 작년 여름, 새로운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했었고 (포폴 준비부터 이직처 물색까지 1년은 넘게 살펴본 거 같아요) 또 그 사이 틈틈이 포트폴리오 크리틱을 진행하면서 다른 분들의 이직 준비를 도와드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직을 준비하며 느꼈던 주관적인 느낌과 타인의 이직을 도와드리며 느꼈던 객관적인 느낌들을 정리하여 소개해볼까 합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라는 흔한 말이 있습니다만, 어릴 때는 그렇게 잔소리 같던 이 말이 한살한살 먹어갈수록 "어른말 틀린 거 하나 없다"로 느껴지곤 합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채용공고가 올라오는 빈도는 줄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기회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도록 준비는 철저하게 해 두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갈 곳도 없는데.. 다음에 준비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포폴 업데이트도 하고 있지 않다면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십상입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채용 공고를 여러 채용 플랫폼에 동시에 올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플랫폼의 수를 줄이거나 혹은 자사 채용 사이트에만 업로드하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제가 이직했던 포지션도 자사 채용 페이지에만 업로드되어 있었습니다.) 원티드나 잡코리아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본인이 가고 싶은 업계의 채용 사이트들은 꾸준히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채용 사이트를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규모가 큰 회사라는 반증일 수 있으므로 좋은 회사, 유명한 회사로 스텝업하고 싶다면 더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링크드인이 사회인의 필수 SNS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야 저변이 확장되는 느낌입니다. 링크드인은 업계 전반에 걸친 다양한 소식을 접하기에 용이하고 페북이나 인스타와는 달리 일면식이 없는 동종 업계인과 1촌을 맺는 데에 허들이 낮은 편입니다.
특히 해외 본사가 있는 기업 또는 글로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 국내 채용 플랫폼보다 링크드인에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꾸준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IT업계에 채용 붐이 일던 2~3년 전에는 링크드인을 통해서 리크루터들이 직접 면접 제안을 하는 경우도 많았으나 최근에는 빈도가 줄어든 느낌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경력은 항상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엔데믹이 선언되고 일상생활로 돌아간 지는 꽤 되었지만 면접은 비대면으로 유지하는 곳이 꽤 많습니다. 비대면일 경우 비교적 면접장의 분위기와 흐름을 읽기 어렵고, 또 화면으로만 상대를 보는 특성상 딱딱한 분위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면접에 자신이 있는 분들도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러므로 페이스가 말리지 않고 정확하게 의사 전달이 될 수 있도록 본인의 생각을 미리 간결하게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 전에 미리 혼자서 화상화면을 띄워두고 실제 대화하듯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무래도 경기 불황인 상황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한 명 한 명 뽑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넓은 스펙트럼의 업무가 가능한 분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이것저것 다' 가능한 직원을 원한다는 말인데, '이것저것'이라 함은 어도비 제외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아는 다재다능함일 수도 있고 (ex. 3D 모델링이 가능한 블렌더 or UI작업을 위한 피그마 등), 하청 업체들과 원할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및 프로젝트 매니징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이것들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며 여러분이 3D나 UI/UX 등 다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절.대.로 아닙니다. 여러분은 궁극적으로 '브랜드 경험'을 담당하는 디자이너이고, 해당 브랜드의 전반적인 '경험'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능력치만 어필해도 충분합니다. (당장 저만 하더라도 3D는 아예 손도 못대고, UI/UX 작업은 기본적인 지식 정도만 있지만 어떻게든 잘 살아남고 있습니다 허허..)
+) 챗지피티나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생성형 AI 기술들도 틈틈이 친해지세요. 업무 효율은 물론 본인의 시야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위 5번에 이어서) 사실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졸업생/주니어급 분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다들 정말 열심히 한다. 그리고 참 잘한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잘한다,를 어필하는 건 좋습니다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다양한 장르의 제작물들이 무분별하게 섞여 있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구색을 위해 끼워 넣은 조악한 3D 모델링, 대학교 저학년 레벨의 UX프로젝트 등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 쉽습니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BX잘하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고, 일부러 강점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장점을 잘 포장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직은 멘탈 싸움입니다. 채용 티오가 많지 않은 현 상황만큼, 한번 지원할 때 경쟁률이 높은 경우가 많고 당락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되면 마음도 몸도 쉬이 지치게 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이직이란 것은 당장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프로세스입니다. 긴 호흡으로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최상의 레벨까지 갈고닦아 두는 시기로 생각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른 글에 사용했던 제 글귀를 빌리자면) 신입이던 3년 차던 10년 차던 이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하지만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고, 더울수록 과일은 달게 여문다고들 하죠. 그만큼 당장 눈앞의 결과만 바라지 말고 더 발전된 디자이너로 거듭나기 위한 장기적인 과정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신다면 몇 년 뒤에는 "그럴 때도 있었지.."라고 생각이 드는 때가 오게 될 겁니다.
그때까지 (저 포함) 함께 정진해 봅시다!
전편의 글들은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