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8년 8월 26일은 태종 이방원이 막내동생 이방석과 정도전 일파를 제거한 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난 날이다.
이 사건으로 태조 이성계는 상왕으로 물러나고, 2남 정종 이방과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이방원과 함께 난에 동참한 태조의 4남 이방간은 내심 차기 왕위를 기대했다.
하지만 용상은 동생인 이방원에게 돌아갔고, 2등공신 책정이 불만이던 박포의 이간질로 2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으나 실패하고 귀양길에 오른다.
복귀를 노리던 이방간은 남몰래 뇌물 작전까지 쓰는데, 뇌물로 쓰였던 물건이 다름아닌 생강이다. 뇌물은 이방원의 매제인 심종에게 주어졌다.
유배지인 전라도 완산에 찾아온 심종은 방간이 보낸 생강 선물을 냉큼 받았고, 왕위에 오른 후 뒤늦게 사실을 안 태종 이방원은 심종을 유배보냈다. 이 사건은 태종실록에 '방간이 보낸 생강'이라고 기록됐다.
고작 생강 때문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완주에서 나는 봉상생강은 재배도 까다롭고 품질도 뛰어난 '귀한 몸'이었다. 생강은 연작이 불가능하고 수확하는 데 2년이 걸린다. 물빠짐이 좋은 땅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특히 한방에서 생강은 구토를 완화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등 쓸모가 많은 약용식물이다. 옛드 '대장금'에서도 약으로 먹는 생강으로 밤참을 해오자 중종이 질색하다 매운맛이 없다며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겨울철 감기에 걸렸을 때 생강을 갈아내 뜨거운 꿀물에 타 마시면 말 그대로 직방이다. 장어를 먹을 때 채썬 생강을 곁들이는 이유는 장어의 찬 성분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다.
일본에서는 초밥에 생강절임을 곁들이고 규동에도 올라간다. 돼지고기 잡내를 잡기 위해 생강을 넣은 '쇼가야키'는 국민반찬이다.
칵테일 필수 아이템 '진저에일'은 생강이 베이스다. 그냥 마셔도 알싸한 풍미가 좋은데, 추억의 지경사 시리즈에는 한밤중 파티 음료로 언급된다.
논알콜 칵테일 '셜리 템플'은 진저에일에 석류로 된 그레나딘 시럽을 섞어 만든다. (미성년자인 아역배우 셜리 템플을 위해 만든 레시피라고 하는데 막상 본인은 싸구려 사탕 맛 같다며 싫어했다고...)
우리나라에서도 생강은 김치양념 등 은근 많은 음식에 들어간다. 향신료 역할부터 과자나 디저트, 반찬, 음료까지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