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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타이밍에 좌우되는 것일까.
누구나 인생에서 어떤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폭풍우와 같은 시절도 있고, 그 폭풍의 시기를 지나 뜻하는 바를 이루고 어느정도 평화로운 시절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들마다 누가 내 곁에 있게 됨에 따라 내 인생의 많은 것들이 변하기도 한다.
'만약에'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무언가를 가정하는 단어이지만, 그 이면에는 후회의 마음이 짙게 배여있다.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만약에, 만약에...
은호와 정원의 대화에서 '만약에'라는 말은 오히려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서로의 시절에서 서로에게 충실했고, 아낌없이 내어주었던 그 시절의 둘의 모습으로 후회없이 깔끔하게 추억하기만 했으면 더 좋았을걸 싶었다. 닫히는 지하철 문을 하릴없이 바라보며 정원을 떠나보냈었지만, 그 시절의 둘은 그것이 최선이었음을. 만약 그 지하철으로 달려들어가 은호가 정원의 손을 잡았으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서로가 이별함으로써 서로의 인생에 더 빛나는 인연으로 기억되었으리라 믿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