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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십대 초반의 시절에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찍기를 즐겼었다.
즐겼다,는 표현이 민망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적절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상이라기에는 이벤트에 가까웠고, 그냥 고민없이 마구 찍어댔기 때문이다.
한창 미놀타와 캐논 시리즈의 수동 필카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토이카메라 열풍도 한 몫했었다.
화르르 불타올랐다가 또 양은냄비처럼 식어버릴 나의 변덕을 스스로 알았기에 멋진 수동카메라를 갖는 것은 포기했었다. 재미삼아 사보기에는 가난한 대학생이기도 했다. 그래서 마련한 것은 귀여운 모양이 딱 내스타일이기도 하고 필카의 매력도 한스푼 맛볼 수 있었던 토이카메라 중 젤리카메라. 뽀리라는 귀염뽀짝한 이름도 지어주었다. 학교 앞 사진관에 분기별로 필름스캔 하러 가는 것도 하나의 의식처럼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나.
하지만 늘 그렇듯, 사는 일이 바빠지고 우선순위들 속에서 '필름 사진 찍기'는 아래로 아래로. 어느 순간에는 목록 중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린 그런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언젠가의 생일에 일회용 흑백필카를 선물받았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이런 감성적인 물건이 있었다는 걸 그 때에 처음 알았다. 생각지도 못한 카테고리의 선물이라 놀랍기도 했다.
선물 받고 난 후에도 한참을 화장대 서랍속에 봉인해두었다가, 올해 초 달랏 여행을 떠날 때 잠자고 있던 카메라를 꺼내어 캐리어에 넣었다. 같은 장면들도 조금은 다르게 담겨진다는 걸 알았기에 무엇이든 망설이지 않고 담아보고자 했었던, 그 시선들의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