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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울한 로보트 Nov 08. 2023

10. 남의 기분을 맞춰주며 눈치 보느라 급급한 나에게

이제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살고 싶어 - 나를 지키는 법

영어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people pleaser라는 말이다. 남(people)의 기분을 맞춰주고 남을 기쁘게 하는 것(pleaser)에 너무 연연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이 싫은 이유는? 바로 내가 people pleaser 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남의 기분을 더 연연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양육과정에서 부모님이 그런 경향이 있을 경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학습이 됐을 수도 있고 여러 경유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만족과 행복을 다른 사람의 반응에 의존하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남을 나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은 대다수의 경우 유쾌하지 않다. 특히나 상대방이 이런 착한 나를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 쏙쏙 뽑아가며 나를 괴롭히는 경우에는 엄청난 자괴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남"이란 꼭 회사동료나 상사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슬프게도 우리 주변에는 친구나 가족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를 괴롭히는 자들이 너무도 많다. 


얼마 전 불행포르노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되었다. 타인의 힘듦과 비극을 양분으로 삼아 내 삶이 더 낫다는 자위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도 싫지만 그 뜻은 더 싫다. 더군다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불행포르노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정말 최악이다. 내가 힘들 때 걱정한다는 척 나에게 굳이 연락해서 

꼬치꼬치 내 불행을 하나하나 물어보며 한 톨도 놓치지 않으려는 "친구"들이 있다. 내 허락도 없이 나를 불행포르노로 밀어 넣는 사람들. 더 이상 그들을 용납하지 말자. 


물려도 반응하지 않게
또 애초에 물리지 않게 나를 지키자.

오늘의 글은 남이 아니라 나를 더 우선시하고 지키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나처럼 사람에게 상처받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그들 눈치를 보고 또 그들에게 휘둘리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언제가 이걸 잊고 또 휘둘릴 미래의 나를 걱정하는 노파심도 함께 담았다. 




뭔가 불편하다면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그 이유를 모르겠더라도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나쁜 적이 있는가? 나의 무의식이 나를 지키려고 나에게 보내는 구조요청이다. 


아마 다들 그런 상황을 겪어 봤을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기분이 나쁜데 왜 기분이 나쁜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이유가 정확히 이해되지 않아도 괜찮다. 기분은 우리의 마음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다. 이유를 몰라도 그 상황을 내가 불편하게 느낀다는 것을 내가 먼저 인지해야 한다. 


만약 고수가 싫다면 그냥 먹지 않으면 된다.
내가 왜 고수가 싫은지 그 이유를 이해할 필요도
또 나에게 손가락질 필요도 없다. 
그냥 안 먹으면 그만이다.

내가 무엇을 싫어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지 아는 것이 내 마음관리의 1번이다. 왜 그것이 싫은지는 그다음 문제이다. 어디까지 내가 받아들이고 또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야 한다. 


싫으면 싫은 거다. 그걸로 나를 비난할 필요가 전혀 없다. 왜 이걸로 기분이 나쁘냐고 나를 몰아세우지 말자. 


인스타그램을 몇 달간 하지 않다가 얼마 전 몸이 아파서 먹는 약에 대해 포스팅을 올렸었다. 함께 주변도시로 여행 간 사진을 스토리로 올렸다. 전부터 가깝게 지내던 회사 친구가 스토리가 올라옴과 동시에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녀의 질문이 끝이 없다. 내가 지금 아파서 회사 일을 쉬고 있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여행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일 때문에 갔는지 어떤 용무로 갔는지를 끝도 없이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그녀라면 몸은 괜찮은지를 묻는 게 먼저일 텐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듣고 싶은 답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아서 일 때문이라고 답을 하니 무슨 일로 갔는지를 물어왔다. 그걸 왜 궁금해하지? 내가 어디까지 망가졌는지 자세히 알면 그녀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걸로 과민반응하는 내가 싫었다. 잘못은 쟤가 했는데 내가 나를 원망하는 꼴이다. 


이 친구에 대해 생각하며 나는 EQ가 떨어지는 사람이 나를 어디까지 불편하게 말들 수 있는지에 대해 깨달았다. 나를 경쟁자로 느끼고 경계하는 사람도 싫다는 것을 배웠다. 나의 아픔을 자신의 안도로 사용하려는 것도 용납하고 싶지 않다. 그게 설사 내가 진심으로 아꼈던 친구더라도 말이다. 그녀가 이직으로 힘들어하고 고통받을 때 나는 단 한 번도 어느 회사에 다니냐고 조차 묻지 않았다. 혹여나 상처가 될까 봐 그녀가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했던 배려를 그녀도 나에게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이 나의 과도한 욕심일까?


내가 견딜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선을 그려보자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남이 나를 해치지 않으려면 이 빨간 선이 어디에 있는 지를 내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소중한 사람들과만 보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나의 벽을 침범하는 침입자들을 허락하지 말자. 그를 위해서는 내 성벽이 어디에 놓여있는지 내가 허락할 수 있는 선은 무엇이고 허락하지 못하는 선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내가 인지해야 한다. 남들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나의 선한 마음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판별해 내는 눈은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의 리스트를 한 번 쭉 적어보았다. 다들 5분 정도만 앉아서 적어보자. 이 리스트는 결국 나라는 "성벽"을 이루는 소중한 벽돌이다. 


1. 나의 안위에 대해 예의 없이 너무 꼬치꼬치 질문 (위의 친구 예시) 

2. 인간으로 해야 하는 기본적 사회적 예절 및 존중을 지키지 않는 경우 (둘이 있을 때 눈도 안 마주치고 계속 무시를 한다거나 핸드폰을 보는 사람들) 

3. 내가 베푼 선의나 노력을 평가 절하하거나 감사를 표하지 않는 행위

4. 내가 묻는 말을 무시 (이메일이든 문자든 말이든) 

5. 나의 희생을 당연스럽게 요구

6.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나를 이용하려는 경우  


사실 이보다 분명 더 리스트가 길 텐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았다. 내가 이것만은 견딜 수 없다는 마지노선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알아야 침입자들을 가려낼 수 있다. 이 리스트가 없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편을 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위의 예시로 든 친구는 사실 예전부터 내 기분을 삭삭 긁는 얄팍한 질문을 뿜어내는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으로 그녀를 변호해 왔다. 그냥 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걸 거야라던가 나보다 어리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며 그녀의 편을 들었다. 그리고 늘 그녀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필요가 없다. 세상의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는 없다. 내가 무시하고 싶은 질문은 무시해도 된다. 남의 편을 먼저 드는 나의 특성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 편을 들 가치조차 없는 사람은 거르고 또 걸러내자.


이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의 또다른 장점은 내게 진짜 소중한 사람들을 가려낼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저 항목들 각각에 대해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며 나에게 예의와 존중을 표현하는 사람들. 내가 정말 에너지를 쏟아야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침입자를 어떻게 처단할지는 나의 선택이다. 나에겐 그런 선택을 내릴 힘이 있다. 


꼭 기억해야 하는 점은 침입자에 대해서 어떻게든 우리가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무시하거나 그 사람을 차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는 그 사람을 마주하고 내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다. 무엇인가는 액션을 취해야 하다. 


가령 나의 경우 친구들 중에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삼진아웃제를 실시한다. 3번 실수를 반복할 경우 마음에서 그 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절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마음을 공유하지도 않고 내가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상대방이 나에게 노력을 들일 경우 감사하게 받지만 고맙다는 말 이외의 그 어떤 노력도 성의도 넣지 않는다. 


회사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 경우 나도 정확히 사무적인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로 지낸다. 굳이 친해지려 노력하지도 않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궁금하지도 않은 것들에 대한 질문을 뿜어 내며 공백을 채우려는 시도도 모두 다 끊는다. 때로는 선을 너무 넘어서 나의 정상적 업무를 침해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우려될 때는 반드시 말한다. 그리고 말한 후 나눈 이야기에 대해서 이메일 또는 문자로 증거를 남겨둔다. 너무 선을 넘어대서 인사과에까지 이슈 공유가 필요할 상황에 대비해서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침입자에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하찮은 존재로 여기게 된다. 이렇게 부당한 일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니 나는 정말 가치가 없는 존재이구나. 나 스스로가 나를 싫어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무의식에 흘러넘치게 된다.


남이 나를 무시하게 내버려 두면
나도 나를 무시하게 된다. 

꼭 바깥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그게 나와 같은 소극적 방식의 삼진아웃제더라도 좋으니 꼭 무엇인가를 하자.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지키고 있다고 나에게 말해주자.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은 내가 나를 무시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주자.  


굳이 영양가 없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받지 말자. 지금까지 들였던 시간에 연연하며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을 억지로 끌고 가지 말자. 내가 사는 건 내 인생이지 그 사람의 인생이 아니다. 내가 나를 아껴야 다른 사람도 나를 아낀다. 오늘도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하루가 되길 기원하며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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