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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빈 Feb 25. 2021

문화 충격의 시작

독일이란 나라가 이런 곳이었어?

독일에 오기 전에 나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한 학기를 보냈다. 미국과 유럽이 다르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워낙 독일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었던 터라 나는 독일로 오는 짐을 싸면서 '달라도 뭐가 그렇게 다르겠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캐리어 안에는 해가 쨍쨍했던 애리조나에서 입었던 짧고 타이트한 옷들이 가득했다. 


나의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는 독일에 와서 애리조나에서 산 크롭탑과 엉덩이가 보일 정도의 짧은 반바지를 입고 밖에 나갔을 때 바로 느꼈다. 그 해 여름이 너무나 더웠기에 나의 옷차림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었음에도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특히 아랍계 남자들은 아주 음흉한 미소를 보내왔다. 그 기억이 너무 불쾌해서 그때부터 나는 길거리 사람들의 옷차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젊은 사람들도 물론 여름엔 몸을 많이 드러내는 옷을 입기도 한다. 그러나 노출은 상체에 많이 국한되어있다. 간혹 10대 여자아이들은 엉덩이가 보이는 반바지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20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하체 노출은 많이 꺼려하는 것 같았다. 독일의 여자아이들도 크롭탑을 입기도 한다. 다만 독일에 사는 아시아 사람들은 크롭탑을 잘 입지 않는다. 더군다나 처음 내가 정착한 도시는 베를린이 아닌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도시였으므로 옷차림이 진보보단 보수에 가까웠다. 


독일에서도 스타일을 고수하며 계속 짧은 옷을 입고 다닐 정도로 뻔뻔하진 않았던 나는 그 후로 독일 여자애들이 옷을 어떻게 입는지를 보며 비슷한 스타일로 따라서 옷을 샀던 것 같다. 그러면서 길거리에서 불필요하게 이목을 끄는 일도 줄어들었다. 독일의 여름은 또한 마냥 여름이 아니다. 쨍쨍하다가도 비가 오고 꾸물꾸물한 날씨가 되면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기도 하고 며칠 째 해가 나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애리조나의 옷들은 금세 옷장의 깊숙한 곳으로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독일에 와서 정착하면서 지금까지 겪었던 사소한 문화충격들이 많다. 매번 이런 건 적어두었다가 언제 한 번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실제로 적어둔 것은 없다. 지금은 독일에 산 지 5년이나 되어서 처음에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도 내 삶의 일부로 녹아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게 독일에만 있는 문화였던가?' 할 정도로 나의 문화충격 탐지 레이더가 많이 녹슬었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재미있어할 몇 가지는 며칠 전부터 늦게나마 수첩에 적어두기 시작했다. 두 번째 편에서는 요 몇 가지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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