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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대사수술, 위우회술과 십이지장우회술에 대하여

비만대사수술 종류

안녕하세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만대사센터 외과 박영석입니다.

오늘은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 대사수술, 비만수술)에서  위소매절제술 및 소장우회술의 당뇨병 호전 결과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우선 기초적인 장기 이름에 대해 알고 넘어가볼까요?

음식을 먹으면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거쳐 대변으로 나오게 됩니다. 비만대사수술을 할 때 주로 다루는 장기는 위, 십이지장, 소장이 됩니다. 이 3가지 장기를 어떻게 우회하느냐에 따라 수술의 종류가 결정되지요. 여기서는 대표적인 비만대사수술인 위소매절제술을 제외한 나머지 우회술의 종류를 말해보고자 합니다.


식이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이 주목적인 위소매절제술 외에 '우회'가 들어가는 수술 중 분당서울대 비만대사센터에서 시행하는 수술은 3가지가 있습니다. 루와이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십이지장우회술, 위소매절제술+소장(근위공장)우회술이 그것이지요. 아래 그림을 참고해주십시오.




위 3가지 그림을 보시면 각각의 비만대사수술(비만수술, 당뇨수술, 대사수술)에서 우회하는 장기가 약간씩 차이가 남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위우회술은 수술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위'를 우회합니다. 여기에 더해 십이지장과 소장(공장)의 앞부분도 우회를 하게 되지요.

십이지장우회술(위소매절제술은 생략하겠습니다.)은 역시 수술명에서 알 수 있듯이, '십이지장'을 우회하고 여기에 더해 소장의 앞부분을 우회합니다.

소장우회술의 경우는 '소장'의 앞부분만을 우회하게 되지요.



세 비만대사수술의 차이를 느끼셨나요? 네, 맞습니다. 위우회술이 가장 많은 장기를 우회하고 그 다음이 십이지장우회술, 그 다음이 소장우회술입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생각해야할 점은 십이지장우회술이나 소장우회술의 경우 '위'를 우회하진 않지만 위절제(더 정확히는 위소매절제)를 하게 되고 위 자체가 음식물의 흡수 기능은 거의 없기 때문에 위우회술과 위소매절제술+십이지장우회술 사이에 '음식물을 흡수하는 장기' 중 십이지장과 소장 앞부분을 우회한다는 점에서 차이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장우회술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소장우회술은 십이지장을 우회하지 않고 소장의 앞부분을 우회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우회하는 장기가 적으니 당뇨병 호전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론적으로 십이지장을 우회하지 않으니 당뇨병 개선효과가 위우회술이나 십이지장우회술보다는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영양소 결핍 가능성도 적겠지요. 단점이 있으면 그에 따른 장점도 있는 법이에요.   


그럼 여기까지 말씀드린 세 가지 비만대사수술법의 장단점을 한번 정리해볼까요?


각각 비만대사수술(비만수술, 대사수술, 당뇨수술)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합니다. 위에서 '이론적'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우회하는 소장 길이에 따라 당뇨병 호전 효과와 그에 따른 영양소 결핍 가능성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에요.

만약 위우회술과 십이지장절제술을 할 때, 소장우회를 50cm 정도만 하고 소장우회술을 할때 소장우회를 200cm 가량한다고 하면, 소장우회술이 위와 십이지장을 우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뇨병 호전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십이지장의 길이는 사람마다 비슷하며 약 30cm 이고 소장의 길이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6m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6m인 소장을 얼마나 우회하는냐 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 효과를 크게 좌우하게 되지요.

물론 일반적으로 우회하는 소장 길이가 센터마다 아니면 의사마다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위우회술이나 십이지장우회술의 경우는 약 1.5m-2m의 소장을 우회하게 되고 소장우회술의 경우는 2.5m-3.0m를 우회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위우회술, 십이지장우회술, 소장우회술 중 어떤 비만대사수술(비만수술, 당뇨수술)이 가장 좋을지는 환자마다 당뇨병의 상태에 따라서 다 다릅니다. 여기서부터는 저의 의견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위식도역류증이 너무 심한 환자라면 수술 후 위내시경으로 위 관찰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더라도 위우회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십이지장우회나 소장우회술의 경우 위소매절제술을 하기 때문에 위식도역류증이 수술 후 악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위소매절제술을 하면 안될 정도로 위식도역류증이 심한 환자는 매우 드물기는 합니다. 

때문에 위암 발병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대사수술을 하는 경우 보통 십이지장우회술이나 소장우회술 중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인슐린을 쓰고 있고, 체질량지수가 35 이하로 낮고, 혈당 조절이 매우 불량하며,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7-8년 이상 길고, C-단백(C-peptide) 수치가 2.0 이하로 낮아서 잔존 췌장 기능이 매우 떨어져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십이지장우회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십이지장 우회 부위는 나중에 이전처럼 복구하는 수술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긴 하지만, 복구를 필요로 할 만큼 영양 불량이 심해지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더구나 요새는 20-30년 전처럼 소장을 4-5m씩 우회하지 않고 2m 정도 우회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크게 영양소 결핍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또 다른 예로, 당뇨약만 복용 중이거나 인슐린을 쓰기 시작한지 1년 정도로 오래되지 않았고, 체질량지수는 35-40 이상으로 높은 편이고, 당화혈색소가 7%대로 혈당조절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고, C-단백 수치는 2.0-4.0 정도로 잔존 췌장 기능이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을 때에는 소장 우회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장 우회는 나중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복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또 다른 장점은 기술적으로 쉽고 수술 시간이 짧습니다. 소장우회술의 경우, Blind loop syndrome이라는 우회한 소장에 염증이 생기는 (사실 더 정확히는 여기에서 균이 너무 많이 자라서 문제가 되는) 합병증을 염려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20-30년 전, 소장우회를 4-5m 이상 길게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이고 요새처럼 길게 하지 않을 때 blind loop syndrome이 생겼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소장 우회술의 경우 위소매절제술만 한 경우랑 당뇨병 호전 효과가 차이가 없지는 않냐는 질문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장우회술을 했을 때 당뇨병 호전 효과가 위우회술만큼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위우회술이 위소매절제술보다는 당뇨병 호전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양처럼 체질량지수가 45 이상 나가는 당뇨병 환자가 많은 경우에는 체중만 충분히 빼줘도 당뇨병 개선이 잘 되기 때문에, 위소매절제술과 위우회술의 당뇨 개선 효과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체중이 그렇게 많이 나가지 않는 당뇨병 환자가 많은 아시아에서는 당뇨수술(대사수술) 목적으로 위소매절제술만 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이 경우 '우회'(어떤 종류의 우회든..)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위우회술과 소장우회술의 당뇨 호전 효과가 비슷하다는 보고를 통해, 소장우회술이 위소매절제술보다 당뇨 개선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뭐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소장을 2.5m 정도 우회하는데.. 단지 십이지장을 우회하지 않았다고 해서 소장위회술이 위소매절제술과 당뇨병 개선 효과가 같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글이 좀 어렵고 길어진 것 같습니다. 쉽게 쓰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만대사센터 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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