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센트럴 파크 사건 목격자
영화 <해프닝>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구요."

by 세음

'갑자기'였어요. 네, 말 그대로 갑자기 일이 벌어진 거죠. 저는 그때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고 있었어요. 늘 똑같은 풍경이었죠. 조깅하는 사람들, 뛰어다니는 개들, 버스킹 하는 뮤지션들,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직장인들. 별 다를 게 없는 똑같은 일상이었어요. 저는 한낮의 더위에 못 이겨 잠깐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스티븐 킹의 <안개>를 읽고 있었죠. 한창 몰입해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고요해진 거예요.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모두 멈춰서 있었어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요. 개들은 짖어대고, 새들은 날아다니지만, 사람들은 정지 상태였어요. 그리고 사건이 벌어졌죠. 사람들이 죽기 시작했어요.


아, 자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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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과일을 깎던 과도로 자신의 목을 찌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머리에 꽂고 있던 비녀로 귀를 찌르더라니까요. 저는 잠깐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 같아요. 살면서 그런 광경을 몇이나 보겠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저처럼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가기 시작했어요. 저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죠. 이게 무슨 상황일까, 갑자기 저들이 왜 그러는 것일까. 당장 텔레비전을 틀었어요. 긴급 속보가 방송되고 있었어요. 뉴스에선 '테러'라고 짐작하고 있었만, 저는 그런 테러 방법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저는 뉴욕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옷가지만 챙겨서 바로 기차역으로 달려갔죠. 아니나 다를까, 벌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이유를 알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왜 자살하는지 말이죠. 물론 '해프닝'이 끝난 지금도 알지 못하지만요. 식물에서 나온 신경독소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누가 알겠어요? 아무튼 가까스로 기차에 올라탔지만 통신이 끊겨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죠. 그때의 아득함은 잊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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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모르는 마을에 남겨진 사람들은 하나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끼니를 때웠어요. 그런데 뉴스에서 뉴욕에서만 벌어지는 줄만 알았던 '일'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아아- 사람들은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한 채 서둘러 떠났죠. 저는 간신히 웨건 하나를 얻어 탔어요. 그런데 도로에는 시체들이 즐비했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어요. 겨우 일행들과 함께 샛길로 들어가 빈 집을 찾을 수 있었죠. 우리에게 남은 식량이라곤 초콜릿바 몇 개가 전부였어요. 우리는 대화를 나눴죠.


"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걸까?"


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없었어요. 이 일은 '그냥 벌어진 일'인 거예요. 옆에 있던 아주머니는 갑자기 기도를 하기 시작했죠. 신께서 우릴 벌주는 거라며 얼른 기도하고 회개해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우리를 종용했어요. 정말로 신의 계획일까요? 그건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거예요. 그냥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대로 사건에 대해 해석할 뿐이에요. 자연적으로 '원인'을 찾고 싶어 하죠. 우리들은 모두 '인과관계'의 시간을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에 모든 일들이 인과관계에 의해 설명될 수 있을까요? 뭐, 그렇다면 세상이 이렇게 복잡할 일도 없을 거예요. '설명되지 않는 무엇'은 우리에게 '미지의 존재'가 되었고, 이것은 다시 '거대한 공포'가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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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지옥이 끝나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정말로 끝나버렸지 뭐예요. 네, '갑자기'요. 이 현상은 우리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렸죠. 거짓말처럼 우린 일상으로 돌아와 버렸어요. 침대 위엔 스티븐 킹의 <안개>가 아무렇게나 놓여있었어요. 그날의 하루는 온통 안갯속에서 벌어진 일만 같아요. 제대로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죠.


아무튼... 저는 예전처럼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밥을 먹었어요. 그때 그 일은 정말 '해프닝'이 되어버렸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아 잠시만요,

지금 바깥에 사람들이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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