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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Apr 11. 2024

집에서 춘장을 볶아, 블랙데이 전야제 '집 짜장'

짜장을 싫어하는 요상한 어린이가 우리 집에 있다. 짜장은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공통 애정템 아니었던가? 입학식이고 졸업식이고 어린이날이고 어버이날이고, 짜장면집을 국룰처럼 알고 자란 나는 '짜장이 맛없다'는 어린이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짠맛, 단맛, 감칠맛까지 듬뿍 담겨있는 짜장을, 심지어 먹어보고도 싫어하기는 참 쉽지 않은데! "와, 맛있어" 연발을 기대하며 당.연.히 좋아할 거라 생각했던 음식을 내어줬는데 "안 먹어" 소리가 돌아오면, 내상을 입은 엄마는 그 요리를 식탁에서 영구제명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 세상에 당연히 맛있는 요리란 없으니까.



기름에 고기와 채소, 춘장을 넣고 볶아 면에 얹어 먹거나 밥에 비벼 먹는 짜장. 한국 특화(?) 요리로 중국의 원본과는 그 모양과 맛이 다르다는데도 중화요리의 대표격으로 불린다. 짜장, 간짜장, 계란프라이 얹은 옛날짜장. 해물이 들어간 삼선짜장, 쟁반 같은 넓은 그릇에 나오는 쟁반짜장, 재료를 갈아 만드는 유니짜장, 두반장이 들어간 사천짜장, 전라북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된장짜장까지. 만드는 방법이나 지역에 따라 짜장 앞에 붙는 수식어 역시 천차만별이다. 짜장에 들어가는 면도 우동면, 메밀면, 수제비, 칼국수면, 떡볶이 등등으로 무수한 짜장요리가 존재한다.


지금처럼 치밀한 배달 시스템이 발달하기 전에는 전화 배달 요청에 최적화된 것이 중국집이라, 배달이 곧 짜장면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더랬다. 배달을 통해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외식'으로서의 메리트 때문일까. 짜장면에 대한 기억은 정말 어디에나 존재한다. 만화카페나 친구네 집, 이삿날의 새집, 한강공원이나 선배 따라 들어가 본 당구장까지. 까묵까묵한 기억을 들추며 사는 나이가 되고 보니 짜장면이 만들어 준 추억들이 꽤나 많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지는 바.



이따금씩 물가의 가늠좌로도 쓰이는 짜장면의 가격이 7천 원을 넘어 8~9천 원이 된 지 오래. 덕분에 아주아주 용이한 배달을 포기하고 춘장을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고생을 결심했다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우리 집에는 분명 짜장을 싫어하는 어린이가 살지만 이 어린이가 언젠가 추억을 들추는 나이가 됐을 때, 드문드문 생각나는 짜장으로 하여금 그 때를 회상하기를 바라며. 또 그 날이 오면 엄마가 만들어 준 '집 짜장'이 곧 '옛날 손맛 짜장'이 되어 네 기억 속에서 팝업처럼 떠오르기를 바라며.


돼지고기와 좋아하는 채소들을 사방 깍둑썰기해 준비하고, 예열 팬에 기름 넉넉히 둘러 춘장을 빠르게 볶은 다음 체에 올려 기름과 분리한다. 그 기름을 다시 팬에 올려 다진 마늘, 다진 생강과 함께 돼지고기를 빠르게 볶고 썰어둔 채소를 넣어 3분 가량 더 볶는다. 그리고 걸러뒀던 춘장과 설탕을 넣고 센 불에서 다시 한 번 볶으면 짜장 완성. 따끈한 밥이나 중면 혹은 우동면을 삶아 올리면 우리 집표 짜장이 탄생하나니. 


중국집에서 오는 불맛 가득 짜장은 아니지만, 아이 입에는 순한(?) 집 맛이 더 맞을지도 몰라. 기대감으로 근 5년 만에 다시 짜장밥을 식탁에 올렸다. "왜 짜장이야?" "응! 곧 블랙데이야." "그게 뭔데?" "짜장면 먹는 날!" 세상 당연한 건 없지만, 엄마 말 한마디에 그냥 그런 날이라 믿게 된 어린이가 밥 한 공기를 클리어해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집밥으로 돌아온 엄마표 짜장. 군소리 없이 그릇이 비어져 나오는 집 짜장. 블랙데이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는 '집에서 짜장 만들기',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블랙데이니까 '짜장' 재료

주재료

양파 1개(150g)

양배추 1/6개(150g)

애호박 1/4개(50g)

감자 1개(100g)

당근 1/4개(50g)

돼지고기 1컵(150g)


양념

식용유 6스푼(60g)

춘장 약 1컵(130g)

다진 마늘 1스푼(10g)

다진 생강 1스푼(10g)

설탕 2스푼(20g)


✅블랙데이니까 '짜장' 만들기

1. 돼지고기, 감자, 당근, 애호박, 양배추, 양파는 각 사방 1~2cm 크기로 썰어요.

2. 예열된 팬에 식용유 6스푼을 넣은 후, 춘장을 넣고 센 불에서 약 15~30초간 타지 않게 볶아준 다음 체와 볼을 이용해 춘장과 기름을 걸러줍니다.

3. 예열 팬에 2)의 기름과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돼지고기를 넣고 센 불에서 약 30초간 볶다가 썰어 둔 채소를 넣어 센 불에서 약 3분 가량 더 볶아주세요.

4. 팬에 걸러낸 볶은 춘장과 설탕을 넣은 다음 센 불에서 약 1~2분간 춘장이 재료에 잘 스며들 정도로 볶아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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