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 사이. 끼인 계절의 사이에 들면 생각나는 음식은 온통 국물들이다. 따끈하게 끓여 낸 국을 그릇에 옮겨 담자 마자 덩달아 따뜻해진 그릇을 두 손으로 잡고 후루룩. 그 사이 손에서부터 온 몸으로 퍼지는 온기는 요란스러운 바깥 세상 다 잊고 외로운 맘 추스리라는 신호처럼 곧 마음에까지 퍼진다.
쌀쌀한 날씨 탓에 마음까지 추워지는 하루의 끝에 종종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뜨끈한 어묵 국물을 보고 좌판에 붙어 꼭 한 컵을 마신다거나, 다녀왔다며 집에 발 들이면 코 끝을 스치는 된장국의 구수한 냄새같은 것들. 얼어 있던 마음을 녹이는 작은 마법처럼, 이 맘 때쯤의 국물요리에는 무언가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유독 하루가 길게 느껴진 날에는 꼭 된장국을 끓여 낸다. 온 가족이 둘러앉는 식탁 위로 고소한 향기가 풍겨오면 마음이 그렇게 넉넉해질 수가 없다. 어디서든 종종거리는 엄마와 언제든 피곤한 아빠, 아직은 외로움을 모르는 말간 어린이 모두에게 된장국을 안기면, 그 온기와 향기가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금추, 금추, 하던 배추가 그래도 제법 제 값까지 떨어졌다. 배추 겉면에 붙어있는 억센 잎까지 다 먹지 않아도 죄책감이 덜하게 되었으니, 오늘은 알배추 된장국을 끓여볼까. 여리고 단 노란 잎만 골라 된장국을 끓이면 제철 값을 다 하는 달큰한 맛이 무럭무럭 생겨난다(알배추의 숨을 죽여 된장에 무쳐먹어도 참 맛있다).
알알이 배춧잎을 몇 장 뽑아 깨끗이 씻고 가로로 칼질해 한 잎 크기로 썰어준다. 시원함과 단맛을 더해줄 양파도 채썰고, 땅색 된장국 위로 푸릇푸릇 색깔을 입혀 줄 쪽파를 송송 썰어 준비한 다음, 토장과 물, 요리에센스 연두를 넣고 팔팔 끓여준다. 그 후에 손질한 알배추와 양파를 넣고 한소끔 끓이다가 쪽파를 얹고 불을 끄면 완성이다.
세상 쉬운 것이 알배추 된장국. 그 옛날부터 엄마, 옆 집 아지매 할 것 없이 된장국 후루룩 끓여 상에 올리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라면만큼 끓이기 쉬운 알배추 된장국을 식탁에 올리면 우리 집 사람들이 모두 좋아해주니, 이만큼 손이 안가는 와중에 또 감사한 요리가 없다.
아작아작한 배추와 짭쪼름한 된장 국물의 오묘한 조화. 누가 발견했을지 모를 늦가을 알배추 된장국의 맛은 달큰하고, 짜고, 감칠맛까지 풍부해 말이 안 나온다. 매콤하게 먹는 애 아빠 국그릇에는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각자의 기호에도 알맞게 만든다. 이렇게 우리 집 온기를 피워내는 '알배추 된장국'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우리 집 온기를 만드는 '알배추 된장국' 재료
주재료
알배추 5장(100g)
부재료
양파 1/4개(50g)
쪽파 4줄기(10g)
양념
토장 2스푼(2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2스푼(5g)
정수물 2.5컵(500mL)
✅우리 집 온기를 만드는 '알배추 된장국' 만들기
1. 알배추와 양파는 채썰고, 쪽파는 송송 썬다.
2. 냄비에 토장과 정수물을 넣고 잘 풀어준 다음, 연두순 1/2스푼을 넣고 끓인다.
3. 물이 한 번 끓어오르면 손질한 알배추와 양파를 넣고, 재료가 익을 때쯤 송송 쪽파를 넣어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