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순간,이었다.
000님이 분실하신 핸드폰 A22XX-XXX를 보관하고 있으니 연락 바랍니다.
관리번호 (F20XXXXXXXX)
*습득자 보상 관련
유실물법 시행령 제4조 (습득물의 반환)에 따라 습득물 반환 시 습득자와 보상금액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바, 관련 내용은 해당 경찰서로 문의 바랍니다.
제주XX경찰서 (064-XXX-XXXX)
지난 주말, 받은 메시지에는 뜻밖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무려 10개월 전에 분실한 내 '아이폰'이 경찰서에 있으니 찾아가라며, 습득자와 보상금액 합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작년 9월이었다. 아침부터 허둥대던 날, 핸드폰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 바로 인지했지만 택시는 떠난 뒤였고, 가족 폰으로 수차례 전화를 걸 때만 해도 당연히 폰을 찾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통신사 위치추적 결과 분실한 지 30분도 안 돼서 인근지역 00 빌라 앞에서 폰이 꺼졌다. 배터리는 풀 충전된 상태였기 때문에 누군가 '안 돌려줄 결심'을 한 게 틀림없었다.
약정기간도 남았던 폰을 돌려받지 못해 속상한 건 말할 것도 없고, 폰 안에 담겼던 연락처를 복구하지 못해 무척 애를 먹었다. 습득한 사람이 곱게 돌려줄 맘이 없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핸드폰이 사라지자 스스로 기억하는 거라곤 가족 전화번호가 전부였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내 민낯을 보고 말았다.
애초에 잃어버린 내 잘못이 제일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잊은 지 10개월이 지나 핸드폰이 돌아온 거였다. 이미 난 새 폰을 갖고 있었고, 이건 내가 마치 '지조'라곤 없는 존재로 여겨져서 돌아온 폰을 마냥 기쁘게 맞이할 수가 없었다.
'갖고 있던 사람이 다시 버렸나? 그걸 다른 사람이 주워서 경찰서에 맡겼을까? 아니면,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사람이 직접 경찰서에 갖다 줬을까?'
주말 내내 궁금증이 끝없이 이어졌다. 습득자에게 합의급을 어느 정도 주면 될지 알아보려니 다시 속이 쓰리고 아팠지만 아직은 무엇도 속단하거나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그저 상황이 주어지는 대로 할 뿐이었다.
월요일 아침,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핸드폰은 누가, 어디서 발견했나요?
"지난 6월 5일에 택시기사 분이 손님이 두고 내렸다며 직접 경찰서로 갖고 오셨네요."
" 그럼 그분께 합의금을 어떻게 드리면 될까요?"
그러자 경찰이 대답했다.
"아, 택시 기사분이 사례금 안 받으신다 했네요. 핸드폰은 콜센터 통해 택배로 받으시면 됩니다."
경찰서까지 직접 방문해 폰을 전달한 택시 기사는 당연한 일이니 사례금은 필요 없다며 손사례를 치는 마음 선한 분이셨을까? 아니면, 그날 내가 탔던 택시의 기사였을까? 생각하다관뒀다. 허탈했지만, 이제 더 이상의 진실은 알 수 없게 됐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은 누군가의 행동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물질적 손해만 문제가 아니었다.이런 작은 불신이 모여 결국 타인을 곁눈으로 보고 의심부터 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습득한 핸드폰 전원을 고의로 꺼버리고, 써 볼 수도 없는 남의 폰을 자기만 아는 곳에 숨긴 순간부터, 그의 마음도 바위에 눌린 듯 무거웠길 바란다. 많이 늦었지만, 결국 그의 '양심'이 이긴 것으로 됐으니까.
나는 그만,
그 일을 잊기로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
곧 택배로 도착할 폰을 무슨 낯으로 만나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