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기 잘 계시나요?
매일 몸살 앓듯 드나들며 글 쓰던 이곳인데 무척 오랜만에 왔어요.
그런 처지에 <브런치 성장> 매거진에 글을 쓰는 게 맞냐고 자문하다 마음을 바꿨습니다. 브런치에서 1년 이상 글을 쓰며 여러모로 성장한 것도 사실이지만, 브런치를 잠시 멈춘 시간도 나를 키웠으니, 브런치 성장이란 말이 아예 틀린 것도 아닐 것 같다고요.
모두 잘 지내셨나요?
지독히 더웠던 지난여름. 저는 '나'를 만나느라 다른 정신이 없었어요. 살뜰히 돌보지 못한 살림을 정리한 다곤 했지만, 지나고 보니 헝클어진 마음을 추스르는 중이었더군요. 물건을 들고 내게 더 이상 소용이 있냐 없냐를 쉴 새 없이 가늠하던 것조차 그걸 비워서라도 큰 숨 한번 쉬고 싶은 거였더라고요.
늘 ‘사춘기들 다 키우고’ 단서 붙던 일을 더이상 미루지 말고 당장 하기로 마음을 바꿨고, 짧은 여행을 자주 다녔습니다.
얼마 전 서울 여행땐 브런치 팝업 전시 <작가의 여정 > 행사 날과 일정이 맞아, 제주에 사는 제가 서울에서 열린 브런치 행사에 다 가 볼 수가 있었지요. 온라인을 벗어난 오프라인의 만남은 언제나 낯설고 설레지요. 글로 소통한 관계는 놀랍도록 쉽게 벽을 허물고 다정하게 다가오기도 했고, 때론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날, 제가 느낀 브런치 오프라인 세상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젊은 모습이었어요. 잠깐 젊은 척하는 걸로는 어림도 없는 게 현실이었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느끼는 게 더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그 여행의 목적은 어릴 때 살던 동네, 다니던 초등학교를 다시 가보는 거였는데요. 어릴 적 기억이 남아있던 예전 동네를 걷는 동안, 브런치에서 소통하던 몇몇 작가님이 떠올라 뵙고 싶기도 했답니다.
오늘, 11월 첫날. 제주도엔 비가 많이 내리고 다시 계절이 바뀔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난여름만 해도 막연했던 일들은 이제 선명해졌고, 그때의 염려 또한 대부분 별 일이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떠날 것 같지 않던 지독한 여름도 지났으니까요. 제 글에 잦은 화두가 됐던 사춘기들도 그사이 각자 다음 여정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네요. 그러니 지금의 막연함이나 불안도 이 비가 그치면 또 지나갈 거라 믿게 됩니다.
소식을 전하지 못한 동안 궁금해해 주시고 따로 안부 물어주신 작가님들과 귀한 먹거리를 멀리 제주까지 보내주신 작가님들 고맙습니다. 저도 그간 못 들렸던 작가님들 글방에 들려 차근히 읽어보고 늦은 답변도 드릴게요. 받아주세요. 11월엔 더욱 자주 만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