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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소리에 대답하듯

브런치 열 살에 즈음하여

by 은수

어제 이른 아침이었다.

분명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를 들었다. 깊은 잠에서 호출된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누구세요?"

대답은 없었고, 뒤이어 우르릉 쾅! 하는 천둥소리가 들렸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나며 헛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집에 혼자 있는데 그 새벽에 누가 노크를 해도 큰일이 아닌가. 그 와중에 나는 마치 잠잔적 없는 사람처럼 태연히 대답하고 있었다.

그 아침, 천둥소리는 내 마음을 두드렸고 잠은 그대로 달아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칠판에 적힌 내 시가 선생님의 목소리를 통해 교실에 울린 순간부터 이야기는 내 안에 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대부분 외로움의 결과물이었지만, 동시에 온전한 나만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글이 되지 못한 이야기가 쌓인 마음은 항상 도둑이 든 방처럼 어지러웠다. 그곳엔 볕이 잘 들지 않았고, 그늘이 진 탓에 쉽게 먼지처럼 날리거나 맥없이 가라앉았다. 그런 마음을 품고 행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2년 6개월.

저장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쌓기만 하던 내 이야기를 드디어 세상 밖으로 하나씩 꺼내놓았다. 처음엔 이미 포화 상태였던 이야기들을 게워내듯 쏟아냈다.

이야기는 아무리 퍼내도 바닥을 보이지 않는 커다란 우물 같았다. 고통의 결과물이던 이야기들이 점차 소중한 선물인 것을 알게 될 즈음, 이제 나는 빨리 무엇이 되고 싶었다. 조급해진 마음은 어지러웠고, 나는 다시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으면 않은데로 부지런히 이야기를 길어 올렸다. 그런 뒤 얻은 가장 큰 성과라면, 드디어 마음에 여백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살풀이하듯 써낸 글은 그저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존재가 가야 할 길을 선명히 하는 하나의 지도였고 안내서였다.


예전보다 나는 덜 불안했고, 더 이상 무엇이 되지 못해 조급하지도 않았다. 무엇이 되든 스스로 깊어진 뒤, 잘 다듬은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런 깨달음은 어제 아침 나를 깨운 천둥소리와 같았다.


브런치 10년.

열 살은 이미 습관과 목소리를 가진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품을 유연함도 가질 시간이다.

지난 10년, 브런치는 존재들의 마음에 천둥처럼 노크해 왔다. 그 소리를 들은 이들이 깨어서 대답했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았다. 사실, 그들은 숱한 이야기의 계단을 건너 마침내 자신이 당도해야 할 삶의 안내서를 쓰는 중이었다.

나는, 이제 열 살이 된 천둥소리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깨우길 바란다. 그리고 마침내 성장한 개인의 서사들이 사회로 선순환되는 꿈을 꾼다.

브런치 스토리의 열 살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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