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f Ove Andsnes
런던 Wigmore Hall 위그모어 홀에서 열린 Leif Ove Andsnes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독주회. 1901년 문을 연 위그모어 홀은 실내악 홀이라 오케스트라가 연주되는 대형 연주장에 비하면 집에서 열리는 하우스콘서트 정도로 아담하다. 살짝 올드하고 클래식한 취향의 영국 누구 씨네 안방 문을 열고 들어온 듯 Leif Ove Andsnes가 지척에 앉아 연주한다. 콜로세움 같이 거대한 Royal Albert Hall 로얄 알버트 홀, 5000명 앞에 서서 지휘하던 지난여름 BBC Proms 프롬에서의 모습과는 끝과 끝이다. 그의 호흡, 표정 하나까지도 관객의 피부에 닿아 버리는 속닥한 공간이다.
Leif Ove Andsnes의 음악은 맑고 깨끗한 호수를 떠올리게 한다. 노르웨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일까. 그가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면 거울처럼 하늘을 비춰내는 거대한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하이킹을 하고 Bergen 베르겐으로 돌아가는 차 안, 잠든 친구들 옆에서 조용히 호수면에 비친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어느 날이 생각난다. 맑고 영롱한 음색만 연주되는 것은 아니다. 전부를 쓸어갈 듯 피오르드에 몰아치는 비바람, 까매진 하늘 아래 블랙홀이 된 수면 위를 휘젓는 광풍도 들려온다. 호수를 통과하는 모든 움직임, 온도, 빛이 그의 연주를 통해 쏟아진다. 그가 온전히 호수가 되어 맞아내는 시간이다. 실처럼 사라지는 마지막 음을 놓아주던 그의 얼굴이 미세하게 움직이면 거울 같이 미끈한 호수를 잠시 파르르 떨게 한 바람이 나에게도 닿는 것 같다.
그가 무엇을 해도 나는 호수를 본다. 피아노를 치든, 지휘를 하든, 가만히 서 있든... 그 호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의 호수를 기대한다. 이것이 뉘앙스 같은 걸까. 그 사람- 하면 떠오르는 풍경, 생각나는 장소의 결 같은 것... 나는 어디를 품고 있을까. 나를 통해 어떤 풍경을 흘려내는 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