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 하나에 한 가지 주제만 다루기. 주제가 많으면 역효과가 난다
기념일을 맞이해서 인근에 유명한 디너 오마카세를 한 달 전에 예약했다
그것도 대기하다가 누가 취소해서 한 자리 난 걸 잡은 것.
1인분에 8만 원이나 하는데도 이렇게 예약이 꽉꽉 차는 걸 보면
세상에 부자가 이렇게 많나 싶다
‘오마카세’ 하면 보통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기 위해
과소비하는 허세 가득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나도 오마카세를 나름 선호하는 편이다
오마카세가 2만 원짜리 스시에 비해 4배만큼 맛있어서는 아니다
그 장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분위기를 사는 것.
단지 SNS에 올리기 위해서 형편에 비해 무리를 하는 게 아니라면,
가끔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겠지만,
나는 충분히 기분전환이 되더라.
기분 좋은 휴식을 충분히 가져야 또 열심히 달릴 수 있다.
그래도 오마카세 종류는 좀 비싸긴 하니
보통 런치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워낙 예약이 어렵고, 유명한 곳의 디너라 기대가 컸다
처음 보는 형태의 음식이 많았다
보기엔 신기하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니 재미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냥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 싶은 종류도 많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뭐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거겠지만.
‘그냥 삼겹살 먹을걸’ 생각도 들었다
블로그로 치면 사이트 디자인은 이쁘게 되어 있고,
제목도 그럴싸했는데 막상 본문 내용은 AI가 작성한 티가 나는 번역투의 글이거나
다른 블로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단순 정보성 블로그를 보는 느낌.
SNS 마케팅을 워낙 잘하는 곳이라
예약은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솔직히 재방문 의사는 전혀 들지 않아서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신규의 유입이 계속되면 당분간 괜찮긴 하겠지만..
나처럼 재방문 의사가 들지 않는 사람들의 솔직한 후기가 하나, 둘 쌓이면
점점 힘들어지지 않을까.
블로그도 단지 서로 이웃 추가, 구독해서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니라
자발적인 재방문율이 높은 블로그가 성장 속도가 빠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오마카세를 와서,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시계를 보고 있다니.
초반에 나오던 특이한 애피타이저들이 지나가고
메인으로 나오는 초밥들은 예상했던 대로 맛있었다
8만 원의 구성인 만큼 제공되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했다
코스로 계속 음식이 순차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이거 언제까지 나오나? 싶어서 시계를 보니 이제 40분 지났다.
1시간 30분 동안 계속해서 음식이 나오는 코스인데
‘와 이거 다 먹을 수 있겠나..’ 싶은 생각이 앞섰다
배는 부른데, 간만에 비싼 곳에 왔으니 안 먹긴 아깝고.
물론, 음식은 맛있었다
맛있었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코스 요리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보다는 그냥 맛있는 음식을 기계적으로 와구와구 먹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결국 마지막엔 그 비싼 재료로 만든 요리들을 남겼다
여기서 더 먹으면, 기분 좋은 배부름을 넘어 더부룩할 것 같았기에.
굳이 이곳에 방문했던 이유는
예전에 먹었던 3만 5천 원짜리 런치 메뉴가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먹었던 스시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고,
그 좋은 기억이 떠올라 디너를 예약했다
런치를 먹었을 때 만족도가 높았던 이유는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양, 딱 기분 좋을 만큼의 가격대와 메인 요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디너를 다 먹고 나왔을 때,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분명히 음식의 맛은 좋았지만, 너무 과했다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 느낌.
역시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되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글에 키워드 과하게 넣으면 역효과 나듯이.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들 때도 비슷한 것 같다
하나의 글에 너무 할 말이 많아서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게 되면
읽기 어렵고,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글이 된다
영상도 길이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을 끝까지 보게 만들기 어렵다
물론 긴 영상과 글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것.
최근에 24분짜리 영상을 거의 3주에 걸쳐 힘들게 만들었다
크게 3가지 내용으로 나뉘는데, 한 번에 이어서 보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이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하나로 묶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3가지 주제의 내용을 하나의 제목에 담기도 어려웠고,
사실 5분, 10분짜리 영상을 끝까지 보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괜히 여러 주제를 24분짜리 긴 영상으로 묶었다가 망했다
하.. 이렇게 삽질하는 과정을 다 겪겠지만, 후회가 밀려왔다.
3개로 나누어서 올렸으면, 훨씬 반응이 좋지 않았을까.
영상을 보다가 중간에 이탈하는 비율이 높으니
알고리즘이 내 영상을 더 많은 대상에게 추천해주지 않았다
많은 것을 담고 싶었던 내 욕심에, 역효과가 난 것 같다. 으윽.
그날의 기억이 강렬해서 그런지,
요즘 뭔가 투머치한 작업을 했을 때
장난식으로 “ㅇㅇ 오마카세 먹은 것 같네” 말하곤 한다
당분간 오마카세는 안 먹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