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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May 24. 2024

 
'괜찮아'라는 말이 위로가 될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굉장히 T스러운 생각.

  지난 휴일 TV 채널을 돌리다가 정말 오랜만에 '뭉쳐야 찬다'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자취한 이후로 거의 보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본 이 프로그램은, 규모도 훨씬 커졌고 심지어 해외 원정경기도 갔다. 마침 너무도 완벽한 치킨과 맥주라는 곁다리를 차려놓은 터라 각을 잡고 봤는데, 생각보다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다들 체력적으로 지친 건지, 상대 팀에게 계속 골문을 내어주고 있었다.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을 찰나, 한 한국팬이 '괜찮아!'라고 외치기 시작하더니 다 같이 입을 모아 '괜찮아! 괜찮아!' 하며 위로의 응원을 해주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더 슬펐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나에겐 저 말이 결코 위로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비단 순간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초등학생인 시절, 체육을 잘 못하던 나는 단지 키가 크단 이유 하나만으로 계주에 나갔던 적이 있었다. 또래 애들보다 한 뼘은 더 컸기에 달리기도 잘할 거라고 다들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었다. 뜀박질에 소질이 없던 나는 결국 꼴찌로 들어왔는데, 그때 같은 반 친구들이 하나같이 '괜찮아'라며 음을 맞춰 위로해 주었는데, 이상하게 그 소리가 마음에 콕콕 박혀 상처로 남았다. 실제로는 아무도 괜찮지 않았다는 걸 피부로도 느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진정성 있고 세련된 위로의 말을 찾으려는 시도를 여러 번 했었다. 막상 대체할 단어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찮다'라는 말만큼은 가급적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깔끔한 대체어를 찾진 못했지만 조금 더 뭉뚱그려 '잘했어'라고 말하려고 노력한다. 결과가 어찌 됐든 간에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한 그 자체가 잘한 일이라는, 나름 최선의 위로라고 생각해서 나온 말이다. 안온한 말 한마디를 건네려는 어쭙잖은 나의 위로가 누군가의 마음을 폭 감싸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제가 이래저래 실수하더라도 '잘했어'라고 말해주세요. 정말 정량적으로 잘한 지는 결과물이 보여주기 때문에 그냥 심적으로라도 위로받고 받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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