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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그리고
by Grainmaster 최서정 Aug 06. 2017

직장인으로 블로그를 하면서 얻은 5가지

"나"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필자는 현재 티스토리와 브런치 2개의 플랫폼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입사 후 오래지 않아 블로그를 먼저 시작했고 블로그에 담을 수 없는 글들을 중간에 브런치에 쓰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글을 쓰는 빈도가 낮아지고 있는데, 반성한다.


사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직장인들에게 블로그를 권한다. 언젠가 조직을 떠나 독립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든 조직에서 더욱 뛰어난 성과를 보여 인정을 받고 싶은 사람이든 블로그는 유용하다 말한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본인이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나, 전자든 후자든 블로그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게 되었음을 확신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본질적인 이유는 "나"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표현하고 소통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떤 글을 쓸 때 보고서를 쓰듯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글을 쓰는지(콘텐츠를 만드는지) 누가 이 글을 읽고 무엇을 얻었으면 좋겠는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작업, 형식적인 검토와 책임이 아니라 정말 내 이름을 걸고 쓴 글이 정확한 내용이 되도록  공부하고 책임지는 과정, 그리고 내 글을 읽고 "나"를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시간에 조금씩 자아가 싹튼다. 이렇게 S사 대리, P사 과장, H사 상무에서 벗어나 "나"라는 존재가 태어나면서, 사람이 모인 회사(會社) 안이든 밖이든 나는 대체 불가한 존재가 된다. 이것이 소위 자기계발에서 말하는 자기 브랜드 등과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탄생"은 근본적으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바뀌는 소중한 경험이자 출발점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와 나에게 축적되는 자산들은 조직 안에서든 밖에서든 매우 탄탄한 인생의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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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말했는데 그럼 구체적으로 무엇이 "나"를 만드는가 생각해보고 싶다. 블로그 카테고리 중 아마 단일 주제로는 가장 많지 않을까 싶은 맛집을 예로 들어보자. 회식 때마다 사람들을 멈춰놓고 찍은 음식 사진을 올리고 맛집 포스팅을 하는 것이, 정치 또는 연예 스캔들을 있는 그대로 올려서 많은 방문자를(심지어 광고료까지) 얻는 것이 "나의 탄생"을 가져올까? 필자 생각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중요한 건 얼마나 "내가" 깊이 개입이 되었느냐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을 찍고 몇 마디 붙여 올리는 행위에는 "내"가 개입될 여지가 많지 않다. 요즘 같이 누구나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시대에 누구나 그 식당에 가면 금방 사진을 찍어, 또다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블로그에 올릴 수 있다. "맛있다, 최고인 것 같아요, 대박이네요, 정말 좋아요" 같은 감상들은 내가 아니어도 누구의 입에서나 쉽게 튀어나올 수 있는 일차적이고 단편적인 감상이다. 설령 이 글을 찾은 독자도 그저 단순히 어느 동네에 방문했다가 무엇을 먹을까 검색한 사람이라면 글쓴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행위가 왜 이 식당에 가고 어떤 음식을 시키며 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무엇을 느꼈는지 고민하는 "내가" 만든 콘텐츠라면 결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똑같은 행위라고 했지만 이런 고민이 있다면 사실 똑같은 행위가 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이 담긴 글은 갤럭시, 아이폰 카메라만 들고 있다고 해서, 아무리 같이 간 사람들을 음식 앞에서 잘 기다리게 한다고 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내가 많은 시간을 들이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는 분야에서 "나의 탄생"을 가져오는 소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안적으로는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알고 싶거나, 앞으로 몸담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야도 좋은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기준에 따라 생각해보면 직장인의 경우 자신의 일(현재 또는 미래의)이나 취미와 관련된 것으로 소재가 좁혀질 것이다. 취미의 경우 조금 광범위할 수 있는데, 만약 조직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미래의 일과 연결될 수 있는 취미에 대해 써보면 좋을 듯하다.




지금부터는 필자의 얘기를  해보겠다. 나는 무역회사에서 곡물을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파는 일을 하고 있고, 취미는 역사와(전공이 사학과) 글쓰기다. 사실 권투, 등산, 테니스, 수상스키 등도 이미 많은 시간을 들였거나 새롭게 시간을 들이고 있는 취미이기는 하지만 내가 이걸로 먹고살 수 있는 재능은 불행히 전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TV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역사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남과 얘기하는 것에 깊은 만족을 느낀다. 꼭 역사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남과 소통하는 것에 포만감을 느끼는데, 나중에 직업이 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에는 이 나라 저 나라 곡물을 사고팔기 위해 여행을 다니며 수행한 역사적 관찰들을 쓰고, 블로그에는 나의 현재 직업인 곡물에 집중하여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써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게 6가지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


1. 공부하게 된다.


"나"라는 의식을 가지고 쓰는 글이라면 절대 아무 글이나 쓸 수 없다. 내 글이 유익하기를 바라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욕심이자 책임이다. 그러면 결국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남들이 이 글을 읽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과연 내가 하는 말에 틀린 곳은 없을까 하는 불안감이 필자를 채찍질한다. 따라서 책, 논문, 인터넷, 전문가와의 만남, 직접 경험을 통해 지식을 갈구하게 된다. 나아가 공부를 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또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경계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꾸준히 나의 지식을 확장하고 관심을 넓혀가면서 전문가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읽고, 듣고, 경험한 지식들을 나의 언어로 정리하고 풀어내는 과정에서 지식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내가 완전히 이해되어야만 남을 이해시킬 수 있는 글이 나올 수 있다. 남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내가 더 잘 알게 된다는 것과 같은 원리일 것이다. 사실 필자의 경우는 이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처음 썼던 글들은 마치 대학생 때 노트 필기를 하고 공부를 하듯이 새로 배워나가는 지식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렇게 배운 지식들은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고 전문성의 영역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었다. 나중에는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고 글을 남겨주신 분들이 다음 글을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공부로 얻은 지식은 나에게 쌓였다.


2. 일을 좋아하게 된다.


시간과 관심을 계속 쏟으면 좋아하게 된다. 아니면 이미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과 관심을 계속 쏟을 것이다. 블로그에 정성 어린 한편의 글을 올리는 것은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이다. 평일이 바쁜 직장인의 경우 소중한 주말 휴식 시간 중 상당량을 쏟아야 한다. 이미 좋아서 하는 일이면 다행이지만 좋지도 아는데 이 짓을 해야 한다면 고역이다. 하지만 어린왕자의 한 구절처럼 계속 시간을 들이고 그 시간을 어느 시간과 다르게 한다면 같은 대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대두박의 단백질이 46.5퍼센트라는 사실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없다. 한국과 대만이 밀을 수입하는 패턴이 비슷하다는 사실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블로그에 생동감 있는 글을 써보고자 대두박 샘플을 내가 직접 키우는 닭에게 줘보고 계란 껍데기가 두꺼워지는 것을 보면서 이를 필리핀 사료업체 미팅에서 농담 삼아 얘기해주고, 왜 대만과 한국이 밀 수입에 있어 너무나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지 알기 위해 양국의 현대사를 읽으며 일본과 미국을 만나게 되면 당장이라도 이 사실을 블로그에 쓰고 싶고 이렇게 새로운 지식들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좋아하게 된다.


3. 회사 안과 밖에 나를 알리게 된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얘기하고 실용성의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 수 있는 부분이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그리고 성공적으로 "나"라는 존재가 싹튼다면 회사 안과 밖에서 분명 (긍정적이기를 바라는)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고 이곳저곳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모은 명함들이 이제 겨우 4~500장이다. 그중 명확하게 기억하고 업무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결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반이 조금 넘을 것이다.


블로그와 브런치에는 하루 200~300분이 방문한다. 많은 날은 10만 명이 넘게 들어온 날도 있었다. 맛집이나 유행을 타는 주제에 대해 포스팅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검색어로 들어오는 경우가 꽤 많다. 그중에 메일을 주셔서 만나게 된 업계 분들도 적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업계 분들이 무엇을 찾기 위해 검색하다 내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주시는 경우도 제법 되었다. 공식 업무 시간 중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10시간이 되기 어려운데, 블로그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168시간 쉬지 않고 내 이름을 알리기 위해 돌아간다. 그것도 내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나를 회사와 직급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름과 블로그로 기억하고 있다.


처음에는 회사 동료들에게 블로그를 하고 있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별 볼일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거니와 꼭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것 같지만은 않아서였다. 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아도 점차 블로그가 성장하면서 동료들도 블로그에 대해 알게 되었고(무언가를 검색하다가 찾게 되면서) 나를 농담반 진담반(이기를 바라는) 블로그의 필명인 "grainmaster"로 불러주고 있다.


또한 채용시즌이나 인사이동 때가 되면 블로그 방문자 수가 많아지는 것을 관찰하게 되는데, 나와 비슷한 업종 또는 조직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이렇게 블로그에 들어오던 사람들이 동료가 되어 함께 일하고 있고, 우리는 서로 만나기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친근감에 더욱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4. 예상치 못한 기회로 연결된다.


기회는 사람에게서 온다. 3번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나와 같은 관심을 갖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통해 나를 알게 되고 다행히도 긍정적인 인상을 받는다면 언젠가 좋은 기회로 연결된다. 처음 미팅을 한 상대방이 "이미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먼저 얘기를 해오면, 이후 비즈니스는 훨씬 쉽게 얘기가 흘러갔다. 개인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면 혹할 만한 제의도 몇 번 있었고, 이직을 원하지도 않았는데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준 헤드헌터 분들도 꽤 많았다.


신기한 건, 방문 기록을 보면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면서까지 일본, 러시아, 아르헨티나, 호주 등에서 내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젠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영어로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이 사람들 중에도 나중에 내 연락처를 찾아 같이 비즈니스를 해보자고 연락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 무척 부족한 블로그임에도 이렇게 좋은 기회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힘을 강력하게 해 준 인터넷의 위력에 대해 놀라게 된다.


5. 책을 쓰게 된다.


많은 블로거들이 출판을 꿈꿀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아무 글이나 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렇다. 작가와 블로거가 갖는 이름의 무게도 다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분야에 책을 낸 사람이라면 같은 분야에 대해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사람보다 신뢰하게 된다.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블로그 포스팅과 달리 수백만 원의 돈을 들여 찍어내는 책에는 그 돈과 나무를 들여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고, 1인 출판이 아니라면 그 이유를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아니라 비슷한 판단을 수없이 해본 남(출판사)이 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필자도 블로그와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언젠가 이 내용들을 책으로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그 꿈에 많이 가까워졌다. 앞에 말한 다른 건 다 몰라도 내 이름으로 낸 책 한 권을 갖게 되면 글쓰기가 취미인 필자에게는 매우 큰 행복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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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장사꾼의 이야기 - 곡물, 무역, 여행,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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