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할게요'와 '삭제'
링크드인은 내가 자주 접속하는 유일한 SNS이다.
그 이유로 다른 서비스와는 다르게 개인의 기분, 감정, 일상을 표현하기보다(물론 이러한 것들을 표한 할 수도 있겠지만) 주로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가 잡혀있고, 경력관리를 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본 링크드인은 그렇다.
이직을 하거나 자격을 취득하는 등 이력에 변화가 생기면 링크드인의 프로필 정보를 수정하곤 한다.
근래에 이력을 수정하기 위하여 링크드인에 접속을 하였다.
모바일로 경력 사항을 수정하다가 데스크톱으로 수정하려고 수정을 취소하려는데 잠깐 고민하게 되었다.
바로 페이지 하단에 있는 다음의 선택지 때문이었다.
'경력 사항 삭제'와 '저장'
수정을 취소하려고 했을 뿐인데, 삭제 아니면 저장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라니 당황스러웠다.
저장을 누르자니 변경사항이 저장될 테고, 경력 사항 삭제를 누르자니 수정하고 있는 경력 사항이 아예 삭제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혹시 모를 삭제에 대비하여 기존에 작성한 내용을 캡처해놓은 다음 경력 사항 삭제를 눌렀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항목에서 또 당황하였다.
'사양할게요'와 삭제
나는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는 사양할게요 대신 삭제를 눌렀고,
그 결과... 경력 사항이 삭제되었다..!! ㅠㅠ
그래서 나는 캡처해놓은 것을 보고 경력 사항을 다시 추가하는 수고를 하게 되었다..
여기서 경력을 삭제하시겠어요? 에 대한 대답으로 사양할게요를 누르면 모달 창이 닫히고 본래의 수정 페이지로 돌아간다.
그리고 삭제를 누르면 경력사항이 삭제된다.
그렇다면 수정 취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좌측 상단에 X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런데 X 버튼을 누르자 세 번째로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다음 스크린샷을 보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양할게요'와 '삭제'가 나왔다.
큰 글씨로 변경 취소라는 타이틀이 나오고, 아래에 조금 작은 글씨로 변경하신 내용을 삭제하시겠어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타이틀 아래의 문구를 보지 않고 변경 취소에 대한 대답으로 사양할게요를 누른다고 가정하면
문맥상 변경 취소를 사양할게요가 되는데,
변경 취소를 사양하면 변경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사양할게요를 누르면 모달 창이 닫히고 수정 페이지로 돌아간다.
아래의 문구(변경하신 내용을 삭제하시겠어요?)에 대한 대답으로 사양할게요를 눌렀다고 하면 그나마, 조금이나마 납득이 간다.
하지만 변경한 내용을 삭제하겠다는 물음에 사양할게요라는 답을 했다면 적용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변경 취소에 대한 답으로 '삭제'를 눌렀을 때 비로소 수정하고 있던 활동이 취소되고 프로필 페이지로 전환된다.
이렇게 내가 헤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이해력이 부족해서였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링크드인은 미국의 서비스이다.
미국의 서비스를 미국식으로 번역을 해서 나온 결과인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다.
영어로는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을 하지 않았지만,
'사양할게요'와 '삭제'라는 선택지는
미국인이 영어를 그대로 직역하여 한글로 번역을 했다면,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왔거나
한국인이 번역을 했다면, 영어의 표현을 살리기 위해서 나오게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링크드인의 경력 사항 수정하는 플로우는 사용자가 실수로 삭제를 눌렀을까 봐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닐슨 노먼의 사용성 평가의 '유저의 실수를 되돌릴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는 항목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처럼 의미와 기능이 다르게 매칭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사용성에 대하여 한 번 더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