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공부를 하다가 지금 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몸뚱이가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욕심이 가득해서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어쩌면 그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욕심이 가득하다는 말이 정말 무언가 가득 차 있다는 의미인지 나는 잘 모르겠어요. 무게는 꽤 나가지만 그 안은 텅텅 비어 있을 것만 같네요. 세상 속에서 열심히 한다고 뭔가 되는 건 아니죠. 열심히 해서 잘해야 되는데 그것도 그리 쉽진 않고 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또 그렇다고 꼭 우리가 뭔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닌데 왜 항상 다들 내가 뭔가 되길 원할까요. 난 된다면 아무것도 아니고 싶어요 그저 살아있는 사람이길 원하는데 난 누군가의 딸이기에 딸의 역할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면 아내가 되겠죠 자식을 낳으면 엄마가 될 테고 그 자식이 자식을 낳으면 나는 할머니가 됩니다. 그러면 또 그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원치 않게 역할을 부여받는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살다가 없어져버려요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 할머니는 사라집니다. 왜 나의 나는 없을까요 항상 하던 걱정들이 오늘처럼 턱 밑까지 차오르면 난 조금 슬퍼집니다. 어찌나 슬픈지, 더 슬픈 건 슬플 수 없다는 거예요. 누군가에겐 나의 모습이 '또'가 될 테고, 그 '또'는 나의 모습이 돼버리겠죠.다들 모를 거예요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고 질투가 많은지 하지만 원하는 것을 이뤄내기에 지금의 나와 그 모습이 괴리감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항상 좌절한다는 걸 아무도 모를 거예요. 어쩌면 다행이죠 아무도 모르다니.
아, 정말 다행입니다. 이렇게 쓸 수 있어서. 나의 슬픔을 1g씩 덜어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오늘의 나는 이렇게 슬프지만 내일의 나는 괜찮을 거란 걸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은 너무 피곤한 일이지만 요. 당신은 어때요? 아, 아직 대답하지 마요 내일 얘기해줄래요? 오늘은 내가 별로니까 만약 당신이 기쁘다면 난 그 기쁨을 함께 기뻐해 줄 수 없어요. 미안해요. 당신의 기쁨에 내가 더 슬퍼질 뿐이죠. 미안하고 고마워요 안녕 p.s. 글 쓰는 일로 잘되면 밥 살게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