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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by 서기선

하늘이 슬피 우는 날,
걸음이 야초(野草) 앞에 멈춰 섰다.
모두가 고개를 돌린 그 시간에도

야초만이 묵묵히 눈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떨어지는 하늘의 울음을
연약한 몸으로 다 품으면서도
그 풀은 뿌리를 놓지 않았다.
잠시 흔들렸을 뿐,
끝내 쓰러지진 않았다.


눈물에 젖은 야초가
슬퍼하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은 누구보다 단단했다.


그 모습에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남들 앞에선 괜찮은 척하며
속으론 눈물 하나 감추지 못해
허물처럼 부서졌던 내 얼굴이 떠올랐다.


강한 척, 단단한 척하느라
정작 울 줄도, 버틸 줄도 몰랐던 나.
자존심은 지켰으나
슬픔은 늘 안에서 젖어 있었다.


그런데 저 풀은
하늘의 슬픔도 거절하지 않았다.
눈물이 싫어 도망치지도,
두려움에 몸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켰을 뿐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강함이란,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울음 속에 머물 줄 아는 것이라는 걸.
눈물 속에서 뿌리내릴 줄 아는 것이라는 걸.


하늘이 우는 날,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는 슬픔 속에서도 자라고

누군가는 패여져 나간다는 것을.


결국 중요한 건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임을
야초가 내게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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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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