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냄새가 들러붙은 공기와
차가운 어둠이 내려앉은 냉장고 한켠에
수박 하나가 태양을 끌어안고 있다.
그 껍질은 푸르고 단단했지만
속은 이미 익을 대로 익어,
뜨거운 낮을 품은 채 평생을 살았다.
칼날 하나가 스칠 때, 그의 생도 잘렸다.
그렇게 그을린 시간을 가르자
붉은 심장처럼 드러난 속살 사이로
작은 별들이 박혀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색감이다.
불덩이처럼 떠올랐던 어느 날의 해,
정수리에 내리꽂히던 그 강렬함.
그날의 열기가, 지금 이 조각 안에서 잠화(潛火)처럼 웅크리고 있다.
한입 베어물자,
한 계절이 천천히 무너졌다.
무너진 잔해를 혀끝으로 돌리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태양의 맛이었다.
-덧붙임-
수박 안에 태양이 있다고 상상했습니다.
결국 내가 먹은 건 수박이 아니라, 한 조각의 태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