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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배 Dec 31. 2021

떨어지는 돌덩이를 바라보는 시지프처럼

사라진 시간의 축을 되돌려야 한다

더 이상 하루를 분절하는 단위가 시간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에 자는 잠도 아니다. 요일, 날짜 더 이상 그런 개념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까 시간의 축이 사라졌다. 분명히 지나온 시간인데 그게 어디에 위치하는지 분별할 수가 없다. 어제 일어난 일인지 지난주에 일어난 일인지 구분이 안 된다. 차원이 달라졌다.


시간이 사라진 축에는 일과 사람이 놓여있다. 지나온 순간들이 일과 사람으로 기억된다. 누구와 만나서 무얼했다. 아니면 필연적 인과성. 이걸 하고 저걸 했다. 인과성으로 묶여 있지 않은 사건은 독립된 덩어리로 존재한다. 어느 세계에 존재하는 덩어리인지 모르겠다.


일주일이 너무 짧다. 하루도 짧고, 한 시간도 너무 짧다. 사건이 끊어질 때마다 시간을 돌아보고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있다. 누가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시지프는 돌덩이를 산 꼭대기로 밀어 올린다. 정상에 이르면 다시 돌덩이는 다시 떨어진다. 부조리다. 이 세계는 틀렸다.


아마 몰입일 것이다. 시간의 축이 사라진 세계는. 몰입하느라 잊어버린 틈새를 찾아야 한다. 기억의 단위를 다시 시간의 축으로 되돌려야 한다.


주어진 일이 부조리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내가 벌인 일이고 몰입한 순간이 너무 즐겁다. 다만, 돌덩이를 밀어 올릴 때 돌덩이에 가려 보이지 않는 앞길이 무섭다.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 의문이 들 때마다 돌덩이를 내려놓고 싶다.


그러기에는 끝이 있다. 부조리하지 않다. 지나온 길들이 틀린 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귀납적인 확신이다.


그럼에도 일련의 사건들을 시간의 축으로 재정렬할 필요가 있다. 하루를 정리하고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일상의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그 세계는 틀렸다.


돌덩이는 또다시 떨어질 것이다. 이것은 업보인가. 과업으로 착각하고 있던 업보. 휴지(休止)가 필요하다. 울고 화내고 허망해 해야 한다. 떨어지는 돌덩이를 바라보는 시지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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