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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하 SEONGHA Sep 13. 2024

작가를 사랑해 <1>

작가를 찾아서, 먼 바다 너머로 가다.

작가를 찾아서, 먼 바다 너머로 떠났다.


<1부>


처음부터 작가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머나먼 행성의 사람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외국 어딘가 프랑스인가? 스페인인가? 머나먼 나라의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그런 게 작가였다. 어딘가 평범한 모습하나 없는, 고독하거나 특이하던가, 이상하거나, 소심하거나, 왠지 대단한 일을 할 거 같은 것이 작가였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내 삶에서 볼 수 없는 이들, 어쩌면 죽음을 경험할 마지막까지, 손에 닿지 않을 먼 것들이었다.


그 작가들은 하나씩 날 때부터 재주가 있어서, 범접할 수가 없는 존재이다.


글을 잘 쓰는 작가,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 만화를 잘 그리는 작가, 작곡하는 작가, 작사하는 작가, 노래를 잘 부르는 작가, 악기를 잘 다루는 작가 등, 세상에는 많은 작가가 있다.


나는 그들이 가진 재능에 감탄을 하며 감상하는 존재,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태어난 선택받은 존재들을 감상하며, 다음 생에는 그들과 같은 재능 하나, 받아서 태어나고 싶었다.


그렇다고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음 생에 부디, 재능하나 꽃 피울 수 있도록, 지금 생에는 열심히 감상하고 느끼고 즐기는 이번 생이라고, 오히려 선택받은 건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동경할 수 바께 없는 그들이었다. 천부적인 재능에 알아갈수록 스스로는 작아짐으로, 거리를 두기도 하지만, 눈길이 갈 수 바께. 부러웠다.


내가 동경하는 것들은, 그들이 받은 품평이나 재력이 아니다. 내가 부러웠던 것은, 감정을 꺼내는 능력이었다. 역동적인 자신들의 내면을 꺼낼 수 있는 도구가 있다는 건 어떨까?

말하지 않아도, 표정을 짓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는 건 어떨까?


찰나의 감정을, 기억의 휘발성에도 지지 않고, 죽음도 이길 수 있는 생존력. 나는 영원히 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두려워서일까. 머나먼 죽음이 까마득한 그 순간이 두렵나?


이런 생각을 가지기에는 무척이나 어린 나이였다. 죽음이 멀다고 생각한 것은, 매일 커가는 나의 모습이 말해주었다. 그러면 왜 무섭나, 뭐가 그리 두려운가, 남은 시간이 많은데, 무엇하나 남기고 가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내가 두려운 것은 오늘의 감정을 남겨두지 못하고 변화할 스스로가 무서운 거였다. 언젠가는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할 지금의 내 모습을 붙잡고 남겨두고 싶은 것이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내가 스스로를 잊어버린 다는 것을,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어릴 적 깨 발라하게 웃었던 감정을 잊었다. 앞으로 나아갈 텐데, 새로운 것을 품고 살 텐데, 지금의 나는 어리고 서툴어서 그래서 잊는 걸까?

기억할 필요 없어! 전부 버려, 지우고 잊고 사라져 버려!


버렸다.


사실 유년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학교 친구들 누구 하나 선명히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얼굴이 존재하질 않는다. 유치원은, 기억할리가. 아무것도 남질 않았다.


텅 비어버렸다. 사진 몇 장 남겨둘 걸, 후회해도 소용없다.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 시간의 불 가역성 때문이다. 열역학을 전공해서 알고 있다. 우리 닫힌 계 우주 안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시간은 엔트로피의 변화를 정량화한 것. 뒤로 돌아갈 순 없다. 열역학 법칙에 어긋난다. 우주는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잡을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다. 좀 더 매일을 붙잡을 걸, 꼼꼼히 기억하려고 노력할걸.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


돌아갈 순 없는 거니까.


앞을 바라본다. 더 앞으로 더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앞으로, 뛰고 붙잡고, 늘 새로운 걸로, 채우려 했다. 더 많이, 더 더 많이, 최대한 많이 많이.


잊어버린 기억만큼 존재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걸 채워야 했다. 텅 비어버린 것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많이 만나고, 많이 공감하고, 생각하고, 느낀다. 넓은 세계로, 더 더 넓게, 아주 넓게, 최대한 멀리. 크게 아주, 크게.


몸이 나만할 리가 없다. 감정도 무뎌지는 것이다. 기억은 감정이다. 감정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될 리가 없지. 감정이 무뎌진 채로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체, 무엇도 기억할 수 없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은 채 살았다. 그러다 문뜩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을 빠에는 멀리 떠나고 싶다.


그래, 아주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


멀리 떠나고 싶었다.




이어서 <2부>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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