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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Dec 13. 2019

기분에 취해_Takhek, Laos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루프’란 일종의 투어 코스다. 대체적으로로 거점을 정하고, 그곳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는 걸 루프라고 부른다. 사실 그냥 둘러보면 되지 거창하게 이름까지 붙이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둘러보는 것’과 다른 특이점을 찾자면 루프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 오토바이고, 2박 3일 이상의 일정을 요구한다는 점이 있다. 하나 더 끼워 맞추면 거쳐가는 개념이 아니라 거점으로 돌아온다는 것 또한 특이점으로 들 수 있다. 마침 타케크에도 이런 루프 코스가 있어 시도해 보았다.



오토바이 운전에는 정말 자신 있었다. 하지만 비포장도로와, 포장 공사 중인 도로가 너무 많았다. 비포장도로는 천천히 달리며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었지만, 포장 공사를 위해 펼쳐둔 자갈길은 나를 자꾸 미끄러지게 만들었다. 사실 앞 브레이크와 리어 브레이크를 제대로 구분할 줄 몰랐다. 자갈에 겁먹고 앞 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이며 제동을 하니, 균형이 깨지고 자꾸 넘어졌다.

여러 번 미끄러져 넘어지면 다음번엔 나아질 법도 한데, 자갈길을 보고 겁을 먹으면 습관적으로 앞 브레이크를 잡았다.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고, 소극적으로 오토바이를 탈 수록 넘어지는 일만 늘었다. 결국 한 번은 언덕길에서 크게 넘어지는 바람에 피까지 보고야 말았다. 분명 위험을 예상했음에도 ‘괜찮겠지’, ‘금방 괜찮은 길이 나오겠지’하며 강행했다. 여행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정말 그만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해 버렸고, 이 루프를 끝내고 돌아가 쉬고 싶어도 결국엔 이 거친 도로를 또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 일이 꽤나 많았다. 사고뿐만 아니라, 가로등이 없는 곳에서 운전을 하기도 했고, 빗속에서 운전을 하기도 했다. 관광객 하나 없이 폐쇄된 것 같은 동굴도 들어갔고 등산을 하며 정글을 헤쳐나가기도 했다. 다행히 큰 일은 없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런 위험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강행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여행 뽕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서운 건가 보다. 여기까지여도 충분 한 걸, 100%, 150%로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덕에 사람 손에 훼손되지 않은 진짜 동굴을 봤다. 정글 끝 언덕에서는 멋진 노을도 만났다. 또 비를 피해 쉬다가 너무 귀여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사실 이제와 생각하면 별거 없는 곳들이다. 하지만 과감히 도전하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못 봤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돌아보려고 의도적으로 돌아보는 느낌도 많이 들지만, 도대체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쉽사리 포기했을까. 과거에 80%가 아니라 100%로 했다면 150%였다면, 지금의 나와 많이 다를까?



아무튼 과감한 도전으로 앞 브레이크의 위험성은 확실히 알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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