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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Jul 05. 2019

“스타트업에게 지식재산권이 의미 있나요?”

지재권에 대한 이야기

지식재산권이 의미 있느냐를 묻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지식재산권을 내야 하는 거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지식재산권(IP)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은 해보게 될 거야. 특허나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을 비롯해서 무형의 권리를 명문화하여 소유권을 인정받는 과정이지(그냥 통칭해서 ‘지재권’이라고 말할게. 그런데 많은 창업자들은  지재권의 효용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곤 해.


“이거 어차피 누가 따라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무용지물 아닌가요?”

“지재권이란 게 거기서 거기잖아요”

“출원료에 성공보수까지 부담스러워서 딱히 낼 여유도 없어요.”


 그런 고민 같지 않은 핑곗거리에 맞장구 쳐주기엔 내 시간도 소중하다고.


1.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 굳이...     

 우리가 접하는 뉴스와 사건들을 통해 특허나 상표권, 저작권, 초상권 등의 보이지 않는 권리에 대하여 분쟁이 일어나고 막대한 돈이 오고 가는 걸 기억해봐. 그게 꼭 글로벌 기업들과 대기업들 간의 다툼이나 유명 연예인,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지? 그런 이슈들이 뉴스거리가 되고 대중들의 이목을 끌게 되니 드러나는 거일뿐, 우리 눈에 비치지 않는 수많은 분쟁들이 일어나고 있어. ‘우리는 스타트업이라 작아서 굳이 필요가 없을 거 같아요’라는 무식한 소리 하지 마. 


 지재권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특허를 예로 들어 볼게. 특허가 만능은 아니야. 모든 걸 보장하거나 보호해 주지는 않지. 심지어 잘 만들어진 특허일지라도 경쟁사 또는 타인에 의해 특허 회피를 통해 변형된 채 버젓이 시장에 등장하곤 하지.


 그렇다고 특허를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꽤 일차원적인 생각이야. 네게 기술이나 노하우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수단으로써 특허가 의미를 가지기도 해. 사업을 하는데 최소한의 방어 전략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만들어 주기도 하지. 스타트업이기에 더더욱 특허는 갖추는 게 좋아. 여전히 많은 은행권이나 기관에서는 특허의 유무를 기업평가 지표 중 하나로 사용하고 있어. 해외 바이어를 만나도 특허가 없는 것보단 있는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물론 특정 아이템 특히, 플랫폼이나 어플과 같은 지식서비스 계열의 사업 분야는 특허 낼 건덕지가 없는 경우가 많아. 사실은 BM 특허가 있긴 한데 자기 사업의 노하우가 대중에게 공개되어 버리는 것이 두렵다면 특허출원할 필요가 없어. 다만, 경쟁사에 의해서 같은 비즈니스 방법이 특허등록된다면, 너도 실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말로 노하우로서 비밀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해야 하지.


 너의 사업 전략에 의해 특허로 공개되는 것이 사업에 불리하다면 몰라도 그 외에는 출원하고 등록을 하는 게 나아.



2. 지재권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비용이지. 지금 당장 운영비에 허덕이는 스타트업의 뻔한 재무상태로 보았을 때, 각종 지재권에 대한 비용 지출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야. 그럼에도 출원 정도까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네가 몰라서 또는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지역지식재산센터(https://www2.ripc.org)에 접속하면 지식재산권 출원 관련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어. 그중 지원사업신청 시스템으로 연결하면 깜짝 놀랄 거야. 웬만한 국내 출원들을 비롯해서 해외 출원과 디자인 개발까지 폭넓게 지원해 주고 있거든.


 심지어 각 지역 테크노파크나 경제진흥원, BI 센터들도 지재권 출원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있어서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30% 정도 수준으로 줄어들어.


 간단한 국내 상표출원의 경우, 처음에는 변리사를 통해 수행하지만 몇 번 하고 나면 직접 진행해도 등록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 실제로 우리 회사는 상표권을 담당 직원이 직접 올리고 있어서 수수료 정도만 들어가고 있지. 그러니 비용이 크게 부담이라는 이유는 좀 해소되었지? 



3. 지재권을 내도 그게 사업화되거나 사용하는데 까지 까마득한데...

 기회는 언제 네게 다가올지 몰라. 일례로 우리가 추진하던 프로젝트에 대해 예상치 못한 관심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점차 미팅이 진행될수록 ‘이거 기회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욕심이 나더라구. 아직은 개발 중이었던 프로젝트라 어느 정도 서로 간만 보다 중단될 줄 알았던 협상에서 상대방이 지재권 확보가 되었는지 여부를 묻더라. 다행히 그 점에 대해서 어필하고, 상대를 안심시킨 순간부터 급물살을 타면서 속도가 붙더라.


 런칭 직전까지는 되어야 지재권을 확보한다는 룰은 없어. 아이디어 수준에서도 구체화되어 있다면 지재권 출원을 일찍 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수도 있고, 시제품/베타서비스 수준에서 내는 것도 좋아. 언제 출원하는 게 좋다는 정해진 바는 없지만 사업화 직전에 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해.


 이제 곧 런칭하려고 하는데 그제야 이것이 경쟁사 지재권으로 걸려있다면, 그동안 매몰된 비용과 시간을 어떻게 수습할 거야? 알고 보니 지재권 방어가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서 시장에 나갈 때, 그 잠재적인 리스크는 우리를 두고두고 괴롭힐 거야. 그래서 중간중간 사업화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꾸준히 체크해야 할 사항이고, 이왕이면 기획 초기부터 충분히 검토하고 가는 게 더 낫지.


 예전에 특허 선행조사가 굳이 필요할까 하는 마음으로 몇 건 진행했다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비용은 비용대로 낭비한 적도 있어. 진짜 처음에는 가볍게 느끼고 간과했던 일이 나중에는 괴물처럼 커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 이전에 직장인이었을 때, 스스로 명세서도 작성해 보고 직접 특허 등록도 해 본 경험이 있지만 그럼에도 변리사/특허법인을 찾아가 상담하고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야.


  한 가지 더 팁을 주자면, 실력 있는 변리사를 찾아! 그는 네가 가져간 아이디어를 더 다듬고 보다 더 권리 범위를 넓게 가질 수 있도록 보정을 해주고, 더 나은 아이디어와 개선점을 제안해 주거든. 그 안에서 네 사업에 대한 다른 시각, 색다른 인사이트를 얻어서 피보팅 할 수도 있어. 이건 진심으로 우리가 경험하고 도움이 되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4. 지재권을 잘 사용하는 방법     

 첫째로 지식재산권 중 등록된 특허의 경우, 기술평가를 통해 가치를 측정할 수 있어. 그리고 그 가치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받아 자금을 수혈할 수 있지. 2019년 기준으로 기업 당 최대 10억까지 한도 보증 지원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일단 내 주변에서는 5억 정도 수준에서 보증지원받는 분들이 있더군. 그리고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에서는 특허기술가치 평가에 대하여 평가 비용도 지급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어. 일반평가가 대략 5백만 원 정도(부가세 별도) 수준인데 그중 3백만 원 정도 지원해 주지.


 둘째로 재무제표에 무형자산으로서의 지재권이 유용하지. 아니, 이전보다는 더 유용해질 거야. 국제회계기준(IFRS)을 비롯해서 지금의 회계기준은 유형자산(기계장치/설비/토지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다 보니 상대적으로는 지재권의 비중이 낮았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지재권으로 인한 비용 지출은 그만큼 그 회사가 개발, 연구에 힘쓰고 있다는 증거가 되지. 게다가 최근에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화폐로 표현하기 어려운 항목인 무형자산을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하고 있어. 점차 더 지재권의 비중은 늘어날 거라고 봐.


셋째로 여러 기관들의 가점사항으로 지재권이 활용되지. 국가기술개발 R&D부터 각종 지원사업들에서는 추가 가점사항으로 지재권이 포함되어 있어. 진짜 아쉽게 소수점 점수 차이로 선정의 희비가 갈리는 케이스가 많은데 가점을 몇 점씩 더 챙길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경쟁력이 되지. 또한 은행에서 지재권 자체로 기업평가를 하지는 않지만 보조지표로써 활용하고 있기에 여러모로 유용하다고.




 “무늬만 특허, 마케팅용 지재권”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어. 얼마나 한심한 말이니? 지재권이 사업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무용론자들에게 하고픈 말은 지재권이 무용한 게 아니라 무용한 지재권을 억지로 만들어서 그런 거라고. 생색내기 용으로 만들어진 지재권이 유용한 게 이상하잖아. 


 우리 창업자들은 지금 당장 매출이 되지 않거나 수익이 안 될 것 같으면 비용과 신경을 덜 쓰려는 경향이 있어. 일이 많은 것도 있지만 근시안적으로 당장 닥친 일을 매번 습관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점차 이런 것에 익숙해지나 봐.


 그러나 기억해야 해. 우리 창업자들은 지금의 빵 한 조각을 보고 오늘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내일의 만찬을 기대하면서 오늘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야. 리더는 더 멀리 바라보고 가야 하잖아. 어쩌면 작고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는 지재권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확보해 가는지에 따라 검이 될 수도 있고, 방패가 될 수도 있어. 역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냥 솜방망이가 될 수도 있지.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고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무기를 갖추면, 적어도 없는 것보다는 있기 때문에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어. 


그럼! 동지들!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 움직여볼까? 가자~!          




(역주)

* BM특허: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특허(Business model patent, Business Method patent), 인터넷/통신기술/컴퓨터에 관한 정보 시스템을 활용한 혁신적인 경영이나 마케팅 기법에 부여하는 특허이며, 사업모델이 컴퓨터를 통해 구현되거나 온라인 상의 매체(앱 또는 웹)등을 통해 구현되는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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