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Apr 16. 2021

벌과 스타트업

Bee and Startup


어릴 적, 친구들과 곤충채집한다고 벌을 잡아 보기도하고, 명절이면 벌초 따라가서 윙~~거리는 벌의 날개짓 소리에 후다닥 도망친 추억이 있어. 곤충도감이나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벌은 언제나 근면성실하고 체계 잡힌 조직과 사회적인 동물의 표본으로 언급되었지.


 그리고 인간에게 “꿀”이라는 천상의 달콤함을 생산해주는 유익한 곤충으로 알려졌어.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 벌은 배울 점이 많은 생물이면서 한편으로는 그냥 스쳐 지나갔던 단편적인 이미지만 남아있었지.


벌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 적 있니?


요즘은 보기가 힘들어졌지만 딱 까놓고 말해서 벌은 날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몸통이 통통한 편이야. 그 가냘파 보이는 날개는 몸에 비해 3분의 1 정도 밖에 안 되기에, 이런 녀석이 어떻게 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야.


통통함을 넘어 뚱뚱하다고 할 수 있는 꿀벌의 한 종류인 호박벌의 경우는 흔히들 진화론 관점에서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은 개체로 보기에는 불합리한 녀석이라고 해


(호박벌아! 미안해~ 널 까려고 하는 소리는 아니야~)


보편적으로 공중을 비행하는 생물들은 날개가 더 길거나, 몸이 유선형 또는 날렵하게 빠지는 편인데, 벌의 뭉툭한 몸매는 공기유체학적으로 저항을 많이 받거든.


게다가 몸에 비해 너무도 작은 날개로 인해 에너지 소모는 지극히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어. 그렇기에 곤충학자들은 우스갯소리로 ‘날지 못하는 날개로 날아다니는 곤충’이라고 불렀어.


오늘의 주인공 [벌]은 이러한 점에서 스타트업과 비슷한 곤충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



1. 꿀벌들의 하루 = 단순 명료한 목표


평범한 꿀벌 씨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보면, 이른 아침부터 꿀 따오기로 시작해서 꿀 따오기로 끝나.


어찌 보면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미션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한결같은 행동방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아.


무언가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나 자신을 던져 완성해 나가야 할 “목적”이 있다는 뜻이야.


그렇기에 우리는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해. 가끔 우리의 마음이 흔들리고 어떠한 선택 앞에서 망설임이 커지는 이유는 어정쩡한 목표 설정 때문이 아닐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떠한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창업하게 되었고,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


호박벌들은 가만히 공중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초당 날개를 230번씩 퍼덕인다구.


여기에 꽃가루나 꿀을 몸에 품고 이동한다고 하면 더 엄청난 날개짓이 필요하지. 이와 유사한 사례로 벌새라는 동물도 초당 55회 정도 날개짓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벌새보다 더 엄청난 활동량을 가진 셈이야.


부단하게 할 줄 아는 것을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넘어 존경심이 생기더라.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에 두루두루 잘하는 것은 없어.


그나마 잘하는 어떤 1가지 능력이랄까 재능 또는 아이디어에 필이 꽂혀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


할 줄 아는 것 하나를 붙잡고 부단하게 실행하며 강점을 단련하는 모습은 아마도 초창기 스타트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아닐까?


 가장 많이 효율성을 따지는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통해 성장하다보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누적되는 일의 양에 비하여 효율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반면에 가속도가 붙는 특정 시점부터는 일의 진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되고, 초고속이라고 부를 정도로 발전하는 특징이 있지.


뚜렷한 목적의식에 반복적인 행동을 끊임없이 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뿐만아니라 모든 분야/모든 영역에서 성공을 향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해.



2. 호박벌의 날개짓은 우리와 닮았다.


날개짓을 꾸준히, 빠르게 하기 위해서 호박벌의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飛翔筋: 비상근)은 엄청 발달되어있어. 갓 태어난 호박벌의 첫 비행거리는 매우 짧다고 해.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행거리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지속시간 역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지.


이렇게 벌들이 불합리한 몸 구조를 가졌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날개짓은 우리에게 “열정과 성실”이라는 단어로 비교될 수 있어.


처음 시작은 작은 아이디어와 서투른 액션들이 미미하게 반복되지만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씩이라도 더 성장하거든.


또한, 호박벌은 정말 눈물이 눈앞을 가릴 정도로 몸집에 비해 날개가 작아.


그럼에도 날아. 그것도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1,600km를 날아. 하루에 약 228km를 날아다니는 셈이지. 이렇게 날기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은 다른 곤충들에 비해 몇 배에서 수십 배 더 소모된다고 해.


어랏! 이거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이야기 같지 않아?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자원이랑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꽤 많은 시간과 인력, 자금을 필요로 하지.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활동량을 성장으로 변환시키는 점이 유사하지 않니?


날개가 있다고 다 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와 유사한 사례로 집이나 농장에서 키운 오리나 닭을 생각해봐. 그들은 날개가 있음에도 잠시 부유하는 정도(솔직히 살짝 뛴다는 정도?)랄까 날 수 있지는 않아.


아마도 굳이 날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 일거야.


가끔 내셔널지오그래피나 서바이벌 콘텐츠를 보면, 놀랍게도 야생오리나 야생닭이 날더라구. 이것은 주어진 환경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지게 되면서 날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생긴다는 증거일거야.


위협이 되는 포식자로부터 굳이 도망갈 필요도 없고, 시간에 맞춰 밥 달라고 울어대면서 굳이 날지 않아도 배를 채울 수 있는 환경에 적응한 거지.


생존을 위한 절실함이 결여되는 순간부터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는 모습은 비단 동물의 세계에만 존재하지는 않아.


조직의 생존을 위한 절실함이 있듯이 우리들도 온갖 걱정과 고민에 밤잠도 줄여가면서 이 고생길을 걷고 있잖아. 오늘 내일 간당간당한 생존문제로 절실할 수 밖에 없잖아.


 더군다나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 부족한 게 많을 수밖에 없기에 불편하고 어려운 점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어떻게든 행동으로 부딪히는 스타트업의 단순한 매력이 호박벌과 유사하게 느껴져.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게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에 좋다/나쁘다라고 구분 짓지는 않지만, 때로는 일부 스타트업들이 정부지원금에만 의존하면서 스스로 나는 법을 잊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잘 활용하면 분명하게 도움이 되는 것이 지원금이지만 익숙해지는 순간부터는 날아오르기보다는 걸어 다니는 기업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구.



3.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는 의사소통


벌은 행동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곤충이야.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동선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약 1,500가지의 춤으로 대화를 한다고 해. 나는 벌의 몸짓 대화에 꽤 감명을 받았어.


스타트업의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


백가지 계획이나 예측보다 한 가지 증명, 검증이면 굳이 여러 말 할 필요 없어.


예전처럼 추상적인 가능성과 두리 뭉실한 예측으로 왈가왈부하는 시절은 딱 창업을 준비하던 때까지만 유효해.


창업을 한 이후에는 실제로 어떠한 지표, 어떠한 숫자가 있기에 이러한 결과가 추정된다는 근거가 확실해야만 하지.


회사 내에서도 마찬가지야.

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희망만 주구장창 외치는 대표의 약발은 초창기까지는 먹힐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지나보면, 가장 가까이 있는 팀원들부터 외면하기 시작해.


대표는 행동으로, 성과로 표현해줘야 해.

허무맹랑한 말들로 한 두 번은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지만 단지 공수표가 되어버리는 말들은 힘을 잃어버려.

조직 내에서도 언행일치와 솔선수범의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되어야 신뢰가 강해지고, 리더의 말에 힘이 붙는 거야.




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한 줄로 요약하자면,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능력이 생긴다”라는 말이 떠올라.


환경이나 재능, 능력을 기준으로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미리 포기하지 않고, 하려고 하는 뜻을 꾸준하게 이어간다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지.


만약 벌이 자신에 대해 어차피 날지 못할 몸 구조니까 라고 인지하고 자포자기 한다면 날지 못 했을 거야.


 마찬가지로 우리 스타트업들도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마음이었다면 시작조차 안 했을 거야.


한편으로는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들이 지금 현재의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계획들에 불과했지만 그 목표가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가려는 노력과 열정이 우리를 계속 성장 가능하도록 이끌어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


그렇게 벌들의 명확한 목표와 성실함,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절실함과 의사소통을 배워 더 나은, 더 진화해가는 기업가가 되길 소망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