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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Feb 21. 2018

미생과 스타트업

웹툰 미생과 바둑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미생이라는 웹툰을 아는가.

웹툰을 모르더라도 드라마로 한번쯤은 들어봤을 듯하다.


미생을 처음 접한 것은 한창 직장생활에 지쳐있을 때였다.

웹툰으로 퇴근길에 버스 안에서 

직장인의 지침서라고 여길 정도로 푹 빠져있었다.


신입으로 입사한 후임에게 권할 정도로

회사 생활하는데 많은 사색과 물음을 던져 주는 작품이다.



창업을 하고 한 동안 잊고 지냈다.


TV를 안 보는 내 생활 속에서

미생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존재는 

사실 끝나기 전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뷰티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철 지난 미생 드라마의 짤막한 편집 영상을 발견하였다.


(출처: tvN "미생 "중에서, 영업3팀과 안영이)



그렇게 하룻밤을 새워서 미생 영상을 찾아보며,

다시금 나를 향한 물음을 되뇌게 되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부터였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지금의 길을 걷게 하고 있다.


단 한 가지 이유로 창업하게 된 것은 아니다.

주된 목적과 동기가 있지만 오직 그것 때문만 결정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단 한 가지 이유, 근거로 결정하는 일은 없다.


다각적으로 고찰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현재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고 난 후에야

결정이라는 해답을 찾는다.


마찬가지로

창업을 결심한 것은 대학생 때였다지만,

그 시기를 저울질할 때는 직장생활에서 느낀 

좌절감, 부조리, 실망, 가능성, 확신 등의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였다.



바둑을 조금 둘 줄 아는 나에게 있어

미생이라는 단어가 특별하게 와 닿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직장 생활하는 중에 접한 미생 웹툰을 통해 

특별한 단어로 느껴지기 시작했지.


미생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

완전히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




1. 미생은 불합리하지만 현실이다.


미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능력이 있다.

주인공 장그래를 비롯해서 오상식 차장, 안영이, 한석율부터

악역처럼 인식되는 최 전무, 박 과장까지...


드라마와 웹툰에서는 스토리 라인에 따라

극적인 갈등을 그리기에

악역이 존재하지만...


이런 구분을 배제하고 오직 능력으로 보았을 때,

이들은 모두가 능력이 출중한 인물들이다.


마 부장의 꼰대 같은 모습이 싫겠지만(물론 나도 싫다),

그가 대기업의 부장 자리까지 

고만고만하게 올라온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출처: 윤태호 작가님의 웹툰 "미생" 중에서 박과장의 에피소드 중에서) 


박 과장처럼 비리를 저지르는 인물에 대하여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의 시작점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큰 성과도 내고, 인정받는 능력자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완전하게 살지는 못하는 존재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우리는 내심 장그래를 응원하고,

오 차장과 영업 3팀에 몰입되어

정의가 승리하길 고대했다.


드라마 속 현실은 참 현실적이더라.

인턴/비정규직이라는 한계!

회사의 라인을 따라 흐르는 힘의 구도!

시스템에 묻히는 개인의 개성들!


우리는

노력하고, 열정을 쏟은 만큼

보상받길 원한다.


그러나 삶은 꼭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리고 특히나 직장인 입장에서는 

회사 다닐 맛을 잃어가게 된다.


미생 시즌 1의 결말처럼 

결국은 주요 인물들의 회사 밖으로 나가

새로운 창업의 길을 걷게 되는 스토리를

공감할 수밖에 없더라.




2. 미생은 또한 가능성이다.


미생은 살아있지는 않으나 죽지도 않은 상태를 뜻한다.

아직은 완결 난 것이 아니라 다소 불리하게 보일지라도

살아날 희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직장에서 아등바등 하루하루 버티는 것은 

신용카드 결제를 위함이라는 씁쓸한 농담이 있다.


하지만 내가 직장을 다닐 적에는

비록 적은 숫자가 통장에 찍혀도,

회사 복지나 환경이 불만족스럽더라도


가능성을 바라보고 출근했고,

집을 향하면서 보람이라는 친구와 동행했다.

물론 그 친구 옆에는 항상 피곤이라는 단짝도 있었지만 말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승진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이 꽉 물고 회사에 출근하기도 한다.


지금의 위치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고

열정을 쏟는 직장인들도 존재한다.


나와 같이 회사 밖 현실과 싸우는 부류가 있는 반면에

나와 달리 회사 안 현실과 싸우는 부류가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는 넌센스다.


내 입장에서는

회사라는 시스템과 배경과 자원에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여 임원이 되겠다는 꿈이

더 승산이 높다고 생각한다.


"회사 생활이 전쟁터라고? 회사 밖은 지옥이야"


뭐가 다르냐고?

후방지원과 전우들이 있는 상태로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혈혈단신으로 전쟁터로 나가는 것의 차이랄까?


그 순간 전쟁터가 아닌 여기가 이래서 지옥이구나

하고 파악했을 때, 직장을 그리워하게 된다.


다니던 직장에서

나의 능력은 십분 발휘되었다고 믿었다.


실제로 큼직한 계약 건들과 

기획한 사업들이 수익화 되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넘쳤었고,

승승장구하면서 잠시 동안 내가 한가닥 하는 줄 알았다.

마치 초창기의 박 과장처럼 말이다.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어느 정도 구체화된 아이디어와 계획들을 가지고

동일한 패턴으로 창업을 수행한 초창기에....


나는 무참히 깨지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뒤늦게 회사 밖에서 깨닫게 되었다.


"내 능력이 아니라 회사의 능력이었구나"


회사가 가진 레퍼런스들, 업력, 인프라, 영업망 등

이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배경이 되어 주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다는 걸 간과하였다.


나는 거기에 탑재된 부분적인 기능을 가진

작은 소프트웨어에 불과했다.


그러한 것들을 다시 무에서 유로 바꾸는 작업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을

부딪히고 아파보니까 알겠더라.


회사생활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밖에 나오니까 합리적이라는 것이 보인다고 할까.


그럼에도

스타트업으로 출사표를 던진 나에게 있어서

그때와는 또 다른 가능성과 희망을 품고 있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 웹툰, 드라마 미생보다는

살벌했던 "신의 한 수"란 영화가 더 피부에 와 닿는다.


(출처: 영화 "신의 한수" 중에서, 안성기 님이 열연한 장님 바둑 고수)



극 중 배우 안성기 님이 연기한

장님인데 바둑을 두는 모습처럼....


우리는 앞을 못 보면서 바둑을 두는

모습이 더 가까울 것이다.


안성기 님은 안 보여도 

기억력이 좋아 바둑은 고수지만...

우리는 안 보이면서 기억력도...

안 좋은데... 우짜지?


가능성이 희박하긴 한대...

앞이 안 보이면, 다른 감각이라도

극대화하여 고수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미생이라는 단어처럼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죽지도 않아서

완생이 될 기회를 노리며 준비하고 있다.




3. 미생은 변화이다.


불완전하다는 것은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대로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활로를 찾아야 한다.


완전하게 살아남기 위하여 

한점, 한점 사활을 걸고 고민하며 묘수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국면과 실리 사이에서 

우리는 무리수와 승부수를 판단해야 한다.


이 모든 활동은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체된 판세를 흔들기 위한,

변화를 주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대로라면 이도 저도 아닌 게 아니라

필패하게 된다.


미생에 등장하는 인턴들을 보면,

초반부에 모습과 후반부의 모습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들의 성장하는 과정을 우리는 엿볼 수 있다.


정직원이라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면,

결과론적으로는 성장했으나 실패였다고 보겠지만


삶이라는 판으로 보면, 

미완에서 조금은 더 완성에 가까워졌다.


발전하고, 더 성장하고, 더 기회를 만들 여지가 생겼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형세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형세를 바꾸려고 해야 한다.


어느 정도까지 도달해야 완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나 역시 의문이다.


하지만 미생이기 때문에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판세에 따라 유유히 가다 보면,

결착의 시점에서

상대방이 준비해둔 포석에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대국이 끝난 상태이다.


우리가 준비한 포석대로,

우리가 계획한 판세대로,

흘러가게 하려면 변화를 주어야 하고,


그 변화는 차별성, 기술, 인프라, 팀 빌딩 등

 여러 가지 형태가 될 것이다.



4. 대국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출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국, http://anngabriel.egloos.com/5978422)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대국 장면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많은 사회적 이슈를 생산해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대국이 끝나고 복기를 하는 이세돌 기사의 장면이다.


알파고에게 패하고 나서 

어디서부터 어느 부분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는지

복기하는 모습!


다음 판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

판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다들 알파고가 승리한 것과

이세돌 9단의 패배가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할 때,


묵묵하게 다음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는 오히려 더 멋지게 보이더라.


그리고 그렇게 비록 한 판이지만

이세돌 기사는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얻었다.


작게는 하나의 판 안에서 미생이 존재하지만

좀 더 범위를 넓히면,

다음 판을 위한 미생이 존재하기도 한다.


복기가 없이는 다음에 바뀌는 것이 없다.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실수가 뭔지 모르기 때문이거나

실수를 알아도 대응하는 방법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틀린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면 

다음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에서

또 틀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학창 시절,

그렇게 많은 오답노트를 작성하지 않았던가.


태생적으로 스타트업은 실수가 많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우리는 복기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미완의 아름다움에 대한 수필을 읽은 적이 있다.


완성된 것은 종결을 뜻하지만,

미완은 아직도 변화와 더 채울 수 있음이 있어

아름답다는 말이 참 멋들어진 표현이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인생이 끝없는 미완의 연속일진대

어느 순간이 되면,

마치 다 알아버린냥,

다 경험한 듯이 

아는 채, 잘 난 채 하지는 않던가.


우리가 늘 미완의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자.


그러나...

우리는 "미생"이라는 이름하에 

제한을 걸어 놓으면 안 된다.


미완이 아름다운 이유는 

완성을 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어차피 목표를 못 이룰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니까"

"흙수저 치고는 선방했어."


이런 것은 미생이 아니라 대국을 포기한 것이다.

완생을 바라고 성장해야 하는 미생과

완생을 버리고 정체하는 미생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웹툰 미생의 시즌 2에서

장그래와 영업 3팀이 주축이 된

"온길"이라는 중소기업의

다음 대국이 기대된다.




열심히 시간을 쪼개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비록 어줍지 않은 글이고,

깊이가 얕은 글이지만...


그래도 구독해주시고,

심심할 때 한 번씩 들러주시는 분들께

공해가 되지 않는 글이 되길 원합니다.


그럼에도 말단에 조금은 

회사 제품과 회사소개를 알리고자

링크를 걸어 놓습니다.


이제 막 제품을 첫 출시하다보니...

한 분이라도 더 우리를 기억해 주십사,

우리 제품을 돌아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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