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금의 종류 시리즈
“사용하기에 따라 약이 되고, 독이 되는 지원금: 3부”
엄청난 경쟁을 뚫고 정부 또는 민간지원금을 받게 되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해. 돈을 잘 쓴다는 것은 막 쓰는 것과 다르거든. 가장 기본적으로 사업계획서에 제시했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거야. 쉬울 것 같지? 하지만 실제로 견적을 받고, 협상을 하다 보면 애초에 계획한 가격과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해. 그리고 하나둘씩 그 차이가 누적되면서 골머리가 아파오는 거지.
약이라고 다 같은 약이 아니야. 안약은 눈병에 쓰는 거고, 위장약은 위장병에 쓰는 거야. 이처럼 지원금은 제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해. 잘못 쓰면 유용이고, 사적으로 쓰면 횡령이야. 너무 과격한 단어를 쓴 거 같아? 그만큼 주의 깊게, 올바르게 쓰라고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그 보다 더 강한 단어로 강조하고 싶어.
약으로 비유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어. 건강한 사람에게 계속 약이 필요하지 않아. 오히려 과도한 약은 독으로 인식되어 해독 작용을 하는 간에 무리가 가지. 지원금도 마찬가지야. 꼭 필요한 목적에 맞게,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되면 약이지만, 과하면 독이 되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약에 찌들게 되는 거지. 게다가 중독되어 약에 연명하게 될 수도 있어.
지원금을 받기 위한 아이템은 실제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우리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크지. 그렇기에 지원금 자체가 사업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어야 해. 그것이 후속 아이템이 되었든, 기술개발이 되었든 간에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신청을 해야 하는 거야. 못을 만드는 회사는 더 단단하고, 더 잘 박히고, 더 좋은 못을 만들기 위한 개발 또는 아이디어를 실행해야 하는데 지원금 받겠다고 뜬금없이 인공지능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드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끔은 그때 그때의 트렌드에 따라서 O2O를 했다가, 제조업을 했다가, VR/AR을 했다가 블록체인에 손대고 카멜레온처럼 아이템들을 바꾸며 지원금을 쫓아가는 회사들을 보곤 해. 그들의 눈에는 이미 고객은 없고, 어떻게 해서든 지원금만 받고자 하는 모습이지. 마치 마약을 찾아 눈이 돌아간 중독자의 모습이랄까?
이처럼 약은 올바른 복용방법을 알고 있어야 약으로써 제구실을 하는 거야. 지원금 역시 주의하고 있어야 할 사용 방법을 알고 제대로 활용되어야 회사에 도움이 되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5가지 꼭 짚고 넘어갈 이야기를 나눌게.
1. 세금계산서 발급을 꼭 확인할 것!
대금 지불을 하다 보면, 계좌이체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때 상대방에서 발급하는 세금계산서의 금액과 비목을 꼭 확인해야 해. 이 부분을 체크 안 했다가 나중에 지불한 돈과 세금계산서가 맞지 않아서 회계 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세금계산서는 견적서나 발주서와 달리 공식적으로 국세청에 기록되는 증빙이다 보니 이걸 잘 확인 안 했다가 나중에 문제 생기면 수정하기가 어려워져. 물론 요즘은 각종 증빙을 보내면 정부지원금을 회사가 아니라 자금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업체에게 바로 집행해주는 형태라서 이러한 문제가 덜 발생하지. 몇몇 대표들은 이런 시스템에 대하여 불편해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투명하게 자금을 집행하고,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는 장점이 크기에 좋다고 생각해.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준비하고, 증빙해야 할 서류 챙기는 수고로움이 있고, 시스템에 등록해서 승인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말이야. 이러한 과정들은 계좌이체로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서 생겨났는데 가급적이면 연구비 또는 사업비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해. 굳이 증빙이나 승인을 기다리기보다는 깔끔하고 간편하게 카드를 사용하면 모든 기록은 자동으로 시스템에 기록이 되거든.
2. 신규채용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해.
지원금은 신규채용에 대하여 100% 인건비 사용이 가능해. 그만큼 고용효과를 늘리려는 정책적인 목적도 있지만, 고용이 없는 지원 사업들은 한계가 발생하기 마련이거든. 자! 생각해봐. 지원금을 받아서 시제품이든 베타 서비스든 만들어가야 하는데 온전히 그것에만 매달리게 되면, 영업, 마케팅, 협력사 인프라, 바이어 컨택, 재무 등의 일반적인 사업 업무는 누가 해야 할까? 스타트업은 대표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지. 지원금을 받는 프로젝트 외에도 할게 많아서 정신이 없거든.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이러한 지원사업이 사업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업무량만 많아지게 되고,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되기도 해. 사전에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규채용을 해서 업무가 분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해. 우리가 활동해야 하는 영역이 계속 늘어나고 확장될 건데, 사람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대표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영역에 한계를 가져오거든.
신규채용을 할 때, 꼭 염두해야 할 것은 바로 채용기간에 대한 거야. 고용이라는 것인 내가 계획한 대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계획상 10월에 채용한다고 했던 사람이 11월, 12월에 들어오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더 긴 시간을 사람 구하지 못해 시간만 보낼 수도 있어. 때로는 간신히 채용했는데 중간에 그만두고, 다른 사람을 채용할 때까지 예상치 못하게 붕 떠버린 기간이 생길 수도 있어. 게다가 인건비라는 항목의 자금은 다른 항목, 예를 들어 재료비나 장비비 등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없어. 그러니 인건비에 대한 계획은 다른 항목보다 더 디테일하고, 신중하게 집행해야 해.
3. 규정에는 모든 것이 다 나와 있다.
지원사업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데 비목 외, 용도 외에 사용된 비용에 대하여 환수 조치를 받는 경우가 더러 있어. 예를 들어, 연구기자재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나름 연구에 필요한 장비라고 산 것이 냉장고인 거야. 회사 입장에서는 냉장보관이 필요한 시제품이라서 샀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사전에 그러한 용도로 구매해야 한다고 승인받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무리 필요한 장비였다 하더라도 인정받지 못해. 또 다른 예로, 회의비나 야근식대 같은 경우, 비용이 책정되었을 지라도, 야근을 했다는 증빙서류, 회의를 했다는 증빙 서류가 없다면, 인정받지 못 하지. 직장생활을 경험한 분들은 크게 실수하지 않는데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갓 창업했거나 학생 신분인 경우, 미처 이 부분을 신경 못 쓰기도 하더라고. 그래서 항상 지원금의 사용에 대한 규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해. 어떤 곳에서는 사용하면 안 되고, 무슨 항목에 제한은 어떤 것인지 시간을 들여서 공부해야 해. 웬만한 것은 다 규정에 나와 있는데 간혹 애매한 것들이 있어. 그럴 땐 바로, 집행 기관에 문의해. 괜히 ‘될 것 같다’,‘문제없을 것 같다’라는 자의적인 판단보다 확실하게 짚고 확인 후에 집행해야 탈이 없어.
4. 브로커는 무조건 반댈세.
지원금을 받게 해 주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처음에는 무슨 컨설팅을 해주겠다, 도움을 주는 기관에서 나왔다는 식으로 접근하는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원금 받도록 도와줄 테니 선정되면 몇 프로를 달라는 식으로 영업을 시작하지. 브로커를 끼는 것을 절대 반대야. 그게 무슨 문제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그 사람들은 너의 아이템을 책임져 주지 않아. 그들은 지원금을 받게만 해주고 빠질 사람들이야. 게다가 그들은 편법적인 방법들로 너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할 거야. 심지어 어떤 브로커들은 아이템을 만들어주기도 해. 우리 사업과 전혀 관련 없는 걸 만들어 줘 봤자 사업에 도움도 안 되지. 거기에 추가로 발표자료 같은 것도 만들어준다면서 돈을 요구하는 케이스도 본 적 있어. 그런 컨설팅업체들에게 휘둘리지 마. 그런 식으로 받는 지원금은 너의 사업에 독이 될 거야.
5. 흥청망청, 내 돈이 아니라고?
네가 오늘 열심히 수고해서 번 돈이라면, 쉽게 막 쓸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아끼고, 협상하고, 가성비 따져가면서 사용할 거 아냐. 근데 왜 지원금은 그리 쉽게 통장에서 빠져나가지? 물품 하나를 사더라도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흥정하면서 비용을 생각하는 사장님들께서 지원금으로 구매할 때는 내 돈 아닌 냥 인심 후하게, 비싸게 지출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질 않아. 같은 돈인데... 어쩌면 더 절약하면서, 곳간에 숨겨둔 비상금처럼 고이고이 사용해야 하는 거 아냐? 고생하고 힘들어하는 자식에게 요긴할 때 쓰라고 어머니가 준 돈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너의 그런 모습을 투자자가 본다면, 너에게 투자하려 할까? 너의 그런 모습을 팀원들이 본다면, 리더로서 도덕적 자질을 인정해 줄 것 같니?
외주 용역을 맡길 일이 있다면, 여기저기 비교 견적도 내고, 업체에 사정사정 해 가면서 서로 협상해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애써야 하잖아. ‘지원금으로 하는 거니까 얼추 가격 맞춰서 해 주세요’라고 넘겨버리는 호구 사장이 굳이 자청해서 되려는 심리를 모르겠단 말이야. 이제는 그러한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지, 외주업체들도 대뜸 ‘이거 지원사업으로 하는 건가요?’라고 먼저 묻는 경우도 있더라고. 그런 곳과는 진행하지 마. 그들에게 너는 보따리 가슴에 품고 갓 상경하여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바리 촌놈이야.
--------------------------------
이번 자금에 대한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혹시나 너도나도 지원금에 목매는 좀비기업의 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 지원금은 조금이라도 더 잘 되도록 도와주는 보조역할이라는 걸 잊지 마. 본질은 좋은 제품/좋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여 자생하는 거야. 농사와 비유하자면, 씨앗 발아가 잘 되도록 비닐하우스에서 사전에 종자를 거르고, 새싹을 발아시키는 것까지는 해 줄 수 있어도, 정작 필드(땅)에 모내기하고, 물길 내고, 거름 주고 수확하는 건 전적으로 너의 몫인 거야. 그걸로 끝이 아니야. 중간중간에도 지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은 수확물을 판매까지 해서 그 돈을 기반으로 다음 농사에서는 자급자족이 될 수 있게 해야 하지. 언제까지나 지원금이 회사를 연명하게 해 줄 거라 생각하지 마.
글의 처음에 언급하였지만 다시 한번 강하게 강조할게.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지원은 회사에 약이 되지만, 과하게 의존하면 독이 되는 거야. 우리가 건전하고 올바른 기업으로 성장하고, 그 수가 많아질 때, 대한민국 전체의 기업문화가 바뀌고,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야. 이론과 달리 현실은 이러한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다고? 힘든 길을 걷고, 이겨내는 것이 스타트업 정신 아니겠어? 그것이 진정한 탐험가이자 큰 보상을 꿈꾸는 개척자의 길이라는 걸 명심하자. 오늘도 우리 힘을 쥐어짜서 전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