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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나 김선자 Aug 30. 2024

마티스의 붉은 아뜰리에

재단 루이뷔통 미술관 



마티스 전을 보고 왔다. 전시 제목이 <l'Atelier rouge>, (붉은 아뜰리에) 또는 (붉은 작업장)이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의 작품에 대한 글을 쓴다는 건 그동안 내게 중압감을 주었고, 시작은커녕,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다. 마음먹는 자체가 가상하다 못해 오만하다 여겼다. 그의 작품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으로 지레짐작했다. 왜냐하면 그의 작업세계는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궤도에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작품의 범위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할뿐더러, 세기를 뛰어넘는 훌륭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그의 작품 및 전시를 수없이 보아 오면서도 내 능력의 한계를 느껴 섣불리 한 줄의 소감조차 글로 옮기지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붉은 작업장>이란 주제의 전시는 그가 활동했던 시기 중 기획에 들어맞는 일정 기간의 작품만을 발췌하여, 3개의 갤러리에서 적은 수의 작품들로 전시되어 과감히 용기를 내었다. 무엇보다 나는 주제와 같은 <붉은 아뜰리에>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마티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나는 비록 채색주의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기도, 재 해석된 방식의 드로잉을 내 작업에 도입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 특히나 자유로운 곡선의 드로잉들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창조적 자료를 제공하면서 리드미컬한 선들을 만들게 한다. 


마티스는 피카소보다 약 10년 먼저 태어나, 거의 동시대의,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화가다. 대중적으로는 피카소가 더 잘 알려져 있을지 몰라도 그림 애호가들 사이에서나 프랑스에서, 특히 내 주변에서는 마티스를 조금 더 우위에, 또는 대등하게 두고 좋아한다. 아니다. 서로 우위를 따질 수 없는 둘 다 모두 천재적인 작가로서 각자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특별한 창의성과 시대에 머물지 않는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게 더 적당하다. 

좀 더 말하면, 피카소(1881-1973)는 훌륭한 작품도 굉장히 많지만, 다작으로 인해 그렇지 못한 작품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마티스는 다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찾기 어렵다. 또한 마티스는 채색주의로써 야수파로 알려져 있는가 하면, 피카소는 콜라주와 입체주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나 마티스의 색채는 지금까지 세기를 통틀어 그를 능가할만한 작가가 없을 정도일 뿐 아니라 차라리 시대성을 불문하는 창조성을 띠고 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고자 하는 작품이 그의 수없이 많은 중요한 작품들 중 그 한 예다.


L'Atelier rouge, 붉은 아뜰리에, 1911 


이 전시의 주제와 동일한 <붉은 아뜰리에>의 작품이다. 마티스가 1911년에 제작한 이 작품은 당시 그가 즐겨 그렸던 형식에서 약간 벗어난 새로운 도약의 창조성을 보인다. 이 작품은 그의 파리 서쪽 근교도시 이시-레-물리노(lssy-les-Moulineaux) 작업장의 실내 모습이다. 그림 속에는 벽과 바닥에 놓인 그림과 조각품, 세라믹 도자기 그리고 가구들이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벽과 바닥, 그리고 가구들이 모두 포괄적이게 붉은색으로 덮었다는 것이다. 그리고서 가구의 윤곽을 선으로만 나타내었다. 


나는 작품의 위 부분에서 약간의 파란 바탕색이 비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마치 미완성적이면서 소홀하게 다루는 듯한 마티스의 기법이다. 물감을 묽게, 얕게, 가볍게 칠함으로써 전체적인 그림의 분위기는 여백의 효과를 가져오기도 또한 신선하고 자유로우며 가벼운 느낌을 준다. 

이것은 붉은색 그림 표면의 층 밑에 파란색 벽과 분홍색의 바닥, 가구들을 황토색으로 칠했으나, 그는 결국에 표면의 대부분을 붉은색으로 덮어 씌웠다. 이 결정은 마티스에 있어 작품의 실행을 한 단계 앞서 나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결정에 약간의 의심을 가지고 있은 듯하다. 왜냐하면 빨간색으로 표면을 덮은 직후, 그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한 헝가리 작가 빌마 발로그(Vilma Balogh) 앞에서 "나는 그것을 참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내가 왜 그것을 정확히 이처럼 그렸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그가 아직 가지 않은 길을 모험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말을 했단다. 


마티스에게서 이 작품은 현대 회화를 생각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며 그의 작업에서 가장 복잡한 경험 중 하나로 머문다.

작품은 근본적으로 붉은색의 표면을 덮으므로서 변화되었고, 가구의 윤곽들은 음화적이고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마티스는 이처럼 회화적인 층이 보이도록 남겨두면서 가구들의 윤곽을 이루어 선들의 여백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림 속에 있는 각각의 작품들은 붉은색으로 덮이지 않고 마치 붉은 톤 모노크롬 공간 안에서 떠있는 듯이 소외된 동시에 결합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빨강은 이처럼 추상적이고 평면적 단계의 이미지로 들어오면서 3차원적 공간의 모든 인상을 부인한다. <붉은 아뜰리에>는 표현에서, 또는 모든 서사적인 기능에서 자유롭게, 자신에게서 예술적인 요소의 색을 만들면서 중대한 하나의 선언이다. (전시서문 참조)    


이 작품은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를 위해 초대되어 대서양을 건너왔다. 마티스는 1911년 이 작품을 제작한 후, 15년 동안 마땅한 구매자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처음 마티스의 가장 열렬한 수집가인 슈추킨(Chtchoukine, 1854-1936)에게 발표했지만 슈추킨은 이 작품의 소장을 거절하고 인물이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 이후 <붉은 아뜰리에>는 런던을 거쳐 뉴욕에서 전후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작품의 자질이 마침내 드러나게 되었다. 1946년 MoMA는 처음으로 이 작품(당시에는 "아뜰리에"라는 제목이었음)에 관심을 표명하지만, 이전 소장가였던 켈러는 작품과 헤어지기를 거부했고, 1948년 비로소 양도할 생각을 굳혔다. 결국 1949년 <붉은 아뜰리에>라는 제목으로 현재의 뉴욕 MoMA(뉴욕의 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와 예술 평론가들에게 깊숙이 표출되었다.


이러한 사연에 비추어보아 심지어 마티스의 그림일지라도 당시 실행된 그의 기존작품보다 앞서간 모험적인 작품이 인정받기까지 이토록 어려움과 긴 시간이 필요했음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나는 이 그림에서 그의 말년에 실행한 오려 붙이기 방식의 작품들과 유사한 일련의 연관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붉은 바탕에 각각의 작품들을 조각조각 오려 붙여 표면에서 떠 있는 듯한, 평면적 구성이 아주 추상적으로 다가왔다.   

벽과 바닥 즉 바탕색을 모두 붉게 덮어 버린다는 것도 대담한 착상이지만, 조각조각 펼쳐 놓은 듯한 구성은 추상적이다 못해 오늘날 실행되는 아주 현대적인 구성 형식이다. 과연 시대를 뛰어 넘어선 방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짙고 무광택의 붉은색은 절대 자극적이지 않으며, 가볍고 날린다거나 떨림이 없을뿐더러, 차분히 중후한 느낌을 준다. 디자인적으로 차갑거나 매끈하게 정돈된 칠이 아니라 서툰 듯 자연스럽고 다양한 변화감과 깊이감이 있다. 이것이 바로 마티스의 회화다. 자연스러우면서 인간적인 따뜻함!     

  

그리고 갤러리 6 전시장은 흡사 한그루 거대한 나무를 보는 듯 또는 일가족의 모습을 보는 듯이 모두 <붉은 아뜰리에> 작품과 맥락을 같이한다. 넓은 전시장 한 벽에 <붉은 아뜰리에>의 대형작품이 걸려있고 나머지 벽과 공간에 도자기 한 점과 회화 여섯 점, 세 개의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좀 더 관찰자의 세심한 눈으로 이 작품들을 살펴보면 하나하나의 작품이 그의 <붉은 아뜰리에>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 같다. 바로 <붉은 아뜰리에> 작품 속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이다. 그중 왼쪽 벽에 세워져 있는 Grand nu à la colle(접착제를 사용한 큰 누드)라는 제목의 1911년에 제작된, 분홍색 바탕에 누드가 있는 작품과 물론 가구들도 여기 전시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종이 위에 그려졌으며, 이미 파괴되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애석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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