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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615. 옥자, 서울•대한극장, 파란나비효과

단관 극장에 걸릴 '옥자'와 '파란나비효과' 기자간담회가 있던 날


지난 14일, 종로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배급하는 영화 < 옥자>의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는데요, 봉준호 감독은 최근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사업사와 불거진 상영 불가 논란에 대해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 상영하려 했던 자신의 욕심 때문"이라고 전했어요

영화 <옥자>는 완성도를 떠나 투자배급을 맡은 넷플릭스가 지난달 폐막한 칸 국제영화제부터 국내 영화계에 이르기까지 영화인들의 반발을 샀죠. 대부분 작품이 먼저 극장에 개봉하고 IPTV나 VOD 등 온라인 서비스에는 최소 3주라는 '홀드 백' 기간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 스크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멀티플렉스 배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전국 약 100여 개의 단관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멀티플렉스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영화 산업을 주도했던 충무로의 대한극장과 종로의 서울극장 중흥이 기대됩니다. 두 극장은 얼마 전 영화 <대립군>의 정윤철 감독이 스크린 독과점을 비판한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의 포화 속에서도 다양성있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폭넓게 상영하면서 국내 예술영화 전용관들과 함께 다양성 영화의 토대를 지켜왔거든요.


이에 국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이용하는 관객들이 수없이 쏟아내는 국내외 화제작들 사이로 영화 <옥자>를 보기 위해 단관 극장을 찾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영화계에서는 향후 넷플릭스 등 투자한 자본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로 인해 온라인 배급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본격적으로 극장 배급과 온라인 배급사 간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넷플릭스 입장과 무관하게 봉 감독은 "촬영감독인 다리우스 콘지와 촬영할 때부터 영화를 온라인뿐 아니라 대형 스크린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극장 개봉 후 3주 후에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원하는 극장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극장과 동시 개봉이라는 넷플릭스의 원칙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어요.


그는 이어 "넷플릭스는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하는 플랫폼인데, 유료 가입자들에게처럼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가 없다"라며 "이러한 쌍방 간의 처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죠.



칸 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수상 배제 논란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옥자'가 초청되기 전에 프랑스 내부적으로 법을 정비했으면 좋았을 것 같았는데 사람을 불러놓고 민망하게 왜 그랬나 모르겠다"면서 "영화 만들기에도 정신없는데 법 조항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라며 "칸 영화제는 국제 영화제인데 프랑스 국내법을 적용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불편함을 토로했죠.

여하튼 <옥자>는 극장 개봉에 관계 없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언론시사회부터 쟁점이 되면서 넷플릭스의 마케팅이 '의문의 1승'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14일 오전에는 지난해 7월 13일, 박근혜 정부가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후보지로 발표한 이후 337일간 국내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핸 투쟁을 벌이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 <파란나비효과>의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도 개최됐습니다.



배급을 맡은 인디플러그의 고영재 대표는 "솔직히 많이 안 오셔서 편안한 것도 있죠"라고 비전문 배우인 출연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했고 영화에 출연한 배미영 씨는 "지상파 TV나 종편이 내용을 왜곡하고 프레임으로 가둘 때 바른 뉴스를 보도해주는 언론 매체와 '옥자'한테 안 가시고 와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언론에 뼈 있는 일침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올해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이 영화는 세월호의 노란 리본처럼, 사드의 전자파가 자녀들에게 입힐 피해를 걱정해온 평범한 엄마들이 파란나비 리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데요, 2013년 영화 <마이 플레이스>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평론가상을 받으며 다큐멘터리 연출에 능한 한예종 출신의 박문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영화는 위기를 통해 진심을 교감하게 된 성주 엄마들의 공생과 연대의 서사를 중심으로 불의한 현실과 왜곡된 역사에 눈뜬 보통 맘들의 작은 몸짓을 통해 무관심과 게으름으로 인해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에 대한 각성처럼 다가옵니다. 성주가 아닌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반대라는 1%의 가능성에 베팅한 절실한 모성애에는 걸크러쉬의 매력마저 느껴집니다.


영화 에필로그에 삽입돼 지난 정부 퇴진 운동을 벌였던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할 계획이 있냐고 질문하자 박문칠 감독은 "광화문이나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이번 주말에도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돌아가며 하고 있다"며 "국가의 주요 외교 행사 때 그때마다 대응하거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국민에게 뜻을 알리기 위해 기금 모금을 하는 등 크고 작은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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