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로 돌아온 태양의 서커스
HIGHLIGHT
‘태양의 서커스’가 2023년 서울에 다시 상륙했다. 이번엔 1만 리터의 물과 함께 말이다. 오리지널 작품 ‘루치아(LUZIA)’를 들고 2023년 연말까지는 서울을 2024년 2월까지는 부산을 ‘루치아’의 세계 속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로 불리는 ‘태양의 서커스’가 2023년 서울에 다시 상륙했다. 이번엔 1만 리터의 물을 쏟아붓는 그들의 38번째 오리지널 작품 ‘루치아(LUZIA)’를 들고 2023년 연말까지는 서울을 2024년 2월까지는 부산을 ‘루치아’의 세계 속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루치아'는 스페인어로 '빛(luz)'과 '비(lluvia)'의 소리를 합쳐 만들어진 단어이며, 이번 공연은 빗속의 빛, 빛 속의 비를 공연에 녹아내면서 러닝타임 130분(인터미션 25분 포함)을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가득 채웠다. 1만 리터의 물을 사용하기에 태양의 서커스 작품 중 까다로운 작품에 속하는 이번 공연은 지금까지 다른 쇼에선 볼 수 없었던 기술과 연출로 환상적인 서커스 공연을 완성했다.
‘루치아’에선 멕시코의 문화, 자연, 신화를 다양한 시각적 표현으로 풀어낸다. 라틴 아메리카 분위기의 음악과 멕시코 전설과 신화, 전통에서 모티브를 따온 분장과 의상은 러닝타임 내내 우리에게 이국적인 매력을 뽐내며 실제로 우리가 신비한 환상의 나라로 초대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 공연은 화려한 곡예를 나열한 공연이 아니라 멕시코의 문화를 녹여낸 공연이다. 공연은 낙하산을 타고 멕시코 어딘가로 불시착한 남성으로 시작한다. 이 남성이 호기심에 이끌려 거대한 금속 열쇠를 돌리자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항공기 기내 안내 같은 공연장 안내 음성을 듣고 있자면 실제 멕시코에 도착한 것처럼 느껴진다.
공연은 다양한 곡예를 에피소드별로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 화려한 곡예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멕시코에 불시착한 남성이 각각의 에피소드에 참여함으로써 마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형식으로 한 편의 영화 같은 공연을 보여준다. 극 중 이 남성은 꾸준하게 에피소드에 참여하며 극 중 캐릭터로 여겨지지만, 한편으론 관객과 함께 공을 차거나, 함성 유도, 재치있는 유머로 관객과 동등한 위치에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은 역시 한 남성이 불시착하였고, 이 남성이 열쇠를 돌리자 환상의 세계로 다 같이 빠진다는 설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결국, 공연의 스토리에 맞게 무대 구성과 연출을 했고 이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하였다. 화려한 퍼포먼스에 환호하는 관객들에게 서사적인 면도 보여주면서 종합예술의 모습을 면밀히 선사하였다.
공연 파이널 장면은 축제 장면으로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마치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였다. 이런 온한 분위기가 객석을 감싸며 마치 멕시코 축제장 한가운데에 있는 듯하게 연출하였다. 축제가 한창 진행되고 불시착한 남성 여행자는 다시 보이는 열쇠를 돌리며 축제를 뒤로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마치 공연을 본 뒤 무대를 뒤로하고 공연장을 떠나는 관객들의 모습과 흡사하여 관객들은 더욱 이 남성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 불시착한 남성 캐릭터는 공연을 보러 온 관객 개개인의 모습으로 볼 수 있으며, 공연에 한껏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 캐릭터이자 한 편의 영화의 흐름을 책임졌던 인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루치아’는 멕시코에 불시착한 한 남성 여행자가 환상세계로 들어가면서 만나는 신비한 인물들과 문화, 자연, 신화를 보여준다. 특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멕시코의 문화, 자연, 전통, 신화를 곡예 퍼포먼스로 화려하게 선보였다. 축제 ‘죽은 자의 날’, 프로 레슬링 스포츠, 천연 우물인 ‘세노테’ 등 멕시코의 모든 면을 온전히 녹여낸 퍼포먼스는 멕시코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할 정도였다.
특히, 세노테는 땅이 무너지면서 자연스레 생긴 싱크홀이다. 멕시코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아즈텍인들은 동굴에 모여 기우제를 지내면서 세노테가 사후세계로 통하는 신성한 관문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루치아’는 멕시코 문화의 세노테를 중심으로 원형 무대를 구성해 1만 리터의 물이 쏟아질 수 있는 무대를 구현했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곡예는 물론 훌라우프, 축구공, 밀라그로 등 여러 오브제를 활용한 퍼포먼스는 관객의 눈과 귀를 쉴 새 없이 홀렸으며, 후반부 펼쳐지는 콘토션은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들 정도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뱀이 연상되는 콘토션은 관객들이 자신의 몸을 꼬면서도 경이로움을 토해내도록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멕시코 전설,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인 동물을 모티브로 다양한 코스튬 및 거대한 크기의 말과 재규어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실제 동물이 아니지만, 실제 동물을 데리고 왔다고 무방할 정도의 섬세한 모션은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튜바와 트럼펫 등의 브라스 선율과 플라멩고를 떠올릴 수 있는 스페인 기타의 매혹적인 멜로디, 퍼커션, 드럼은 매혹적인 라틴 아메리카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는 시시각각 자연스레 변한다. 오래된 영화 촬영장에서 바다로, 댄스홀에서 사막으로 끊김이 없이 부드럽게 이동한다. 에피소드마다 무대 전환이 이루어지는데, 퍼포먼스를 펼쳐지는 동시에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무대 스태프와 배우들의 호흡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환이 되기에 관객들은 화려한 곡예를 보다 보면 어느새 다음 에피소드 무대를 자연스레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는 멕시코 전통과 문화를 무대 구성, 음악, 분장, 의상 등 다양하게 녹여내면서도 단순 곡예의 나열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알차게 공연을 구성하였다. 모든 이들이 열광하고 태어나서 꼭 봐야되는 공연으로 칭해지는 태양의 서커스가 얼마나 작품에 고민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2022년 <뉴 알레그리아>, 2023년 <루치아>와 함께 한국을 찾은 태양의 서커스. 2024년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까 한껏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본 글은 예술플랫폼 [아트렉처]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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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tlecture.com/article/3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