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복직으로 첫애는 팔 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돌 때쯤 아이가 폐렴으로 건양대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정미정 선생님은 퇴근하고서 먼 데까지 파리바게뜨 롤케이크를 들고 병문안을 왔다. 나보다 우리 아이를 더 애틋하게 안아주시는 분. 동네 육아나눔터는 안 가 본 데가 없다. 어느 날은 참외 봉지와 지갑이 든 기저귀 가방을 금강 수변 공원에 놓고 오기도 했다. 다음날 가 보니 그 자리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정신없는 이웃이 조만간 찾으러 올 거란 믿음처럼. 김밥 한 줄을 사도 어묵을 서비스로 꼭꼭 담아주는 김밥집 사장님. 뽀로로 쿠키를 사달라고 떼쓰는 둘째에게 누나랑 나눠 먹으라고 뽀로로 쿠키 두 개 쥐어 주시는 빵가게 사장님. 방앗간처럼 들락거리는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이 물건을 진열하다가 종알대는 두 녀석에게 ‘서비스’처럼 죠스바 사탕을 건네주시는 무인가게 사장님. 아이들 등원 길에 “그새 많이 컸네?” 못 본 체하지 않는 아파트를 청소해 주시는 여사님과 헬스장 도우미. 수선집 사장님. 꽃집 사장님 등등 금강에 와서 맺은 인연을 생각하니 이 여름이 끝이 없을 것만 같다. 당근마켓으로 인한 인연도 최근 생겼다. 오래 끌고 다닌 고가구 수납장을 나눔 한 것인데 이분은 미술 선생님이다. 십 년 후 퇴직하면 고가구 갤러리를 여는 게 꿈이라고 한다. 수납장을 농막에 설치해 놓고서는 “너무 좋은 인연을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하네요”라고 웃는다. 새 단장하는 마음들. 당신이 그러한 것처럼 나 역시 흘러가는 이웃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