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이해하는 28번째 속성 : 절제 (Temperance)
“절제는 불에 땔감을, 통에 곡식을, 지갑에 돈을, 가정에는 만족을, 등에 옷을 얹어준다.” - 벤자민 프랭클린
사전은 절제를 “정도에 넘지 않도록 알맞게 조절함”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절제는 조금 다릅니다. 절제란 타인의 강제적 통제가 아니라,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자신을 다스리는 힘입니다. 억제는 외부에서 누르는 힘이지만, 절제는 내면에서 길러내는 자율의 힘입니다.
삶을 깊이 이해하려면 무엇을 절제해야 하는지 분명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저는 가장 큰 다섯 가지 유혹을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성욕, 술, 도박, 재물욕, 명예욕입니다. 앞의 세 가지는 누구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성적 추구, 과도한 음주, 도박은 순간의 쾌락에 자신을 내맡기고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며, 결국 삶을 무너뜨립니다. 책임 없는 관계와 도피적 쾌락은 결국 패가망신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재물욕과 명예욕은 조금 더 교묘합니다. 왜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 문제일까요? 돈은 바닷물과 같습니다.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마릅니다. 많은 분들이 월 천만 원을 목표로 삼지만, 실제로 그 수입을 얻은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과정에서의 긴장과 성취가 더 즐거웠다고 회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 천만 원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책임을 감당해야 하고, 씀씀이 또한 커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더 큰 수입을 향해 재투자에 매달리다 보면 삶의 중심이 돈에 잠식됩니다.
돈 자체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재물욕은 돈뿐 아니라 인간의 갈망 전체를 끝없이 목마르게 합니다. 값비싼 물건은 얻을 수 있어도 지속적인 행복은 얻을 수 없고, 남의 몸을 쉽게 탐할 수는 있어도 진정한 사랑은 얻을 수 없습니다. 남는 것은 순간적인 도파민뿐입니다. 재물을 절제한다는 것은 돈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 쓰고, 필요한 만큼만 가지며, 남은 것은 나누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후회하는 것은 갖지 못 한 차나 가방이 아니라, 가까운 이들에게 더 주지 못한 사랑과 지혜입니다. 반대로 나누며 살아온 사람은 떠나는 순간조차 아름답습니다.
명예욕 역시 절제가 필요합니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체면은 중요해지고, 허영심은 오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리는 그 사람의 본성을 드러낼 뿐입니다. 현직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퇴직 이후 사람들이
결정합니다. 진심으로 베풀고 함께하던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곁에 남지만, 권위와 체면으로만 맺은 관계는 퇴직과 함께 흩어집니다. 명예는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겸손이 없는 명예는 허영일뿐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빛나는 명예는 언제나 겸손과 책임 위에서 세워집니다.
욕망은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방향을 잃으면 삶 전체를 무너뜨립니다. 절제는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올바른 형태로 승화시키는 힘입니다. 성적 욕망은 사랑으로, 재물은 나눔으로, 명예는 겸손으로 변화할 때, 인생은 오히려 깊어집니다. 절제는 삶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 넓고 풍요롭게 만드는 설계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