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의 사람들

by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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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의 사람들



전혀 딴 세상이다.


대낮처럼 밝은 유흥가는 그렇다치더라도,

인적 드문 정류장에 검은 실루엣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출퇴근 시간의 북적함이 어울릴만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침은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모두들 가면을 쓴 것처럼 표정이 똑같다.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면 다행.

기계처럼 반쯤 감긴 눈빛으로 버스 번호를 확인한다.

그리고, 기침소리 한 번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주기까지.


얼마전 서울 구로구에서 강남까지 가는 서울시내버스 6411번의 첫차가 화제가 된 적 있는데,

매번 겪으면서도 매번 놀랍고 새롭다.


어찌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매일 몇 시에 잠을 청하는 것인가.

매일이다. 어쩌다 새벽 4시 출근을 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았던가?

아니, 이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던가?


이 사람들의 목적지는 가깝지 않다.

그렇게나 멀디 먼 곳으로 가기위해 눈을 비빈 그들.

표정이 밝지 않아 더욱 아련하다.


젊은이는 거의 없다.

중장년층들의 뻔한 옷차림에서 비릿한 노곤함이 묻어난다.


그래, 좀 더 안전하게.


어쩌다 가끔 새벽 3시에 일어나는 나는 행복하다고 자위하면서

그들의 안녕을 빌어본다.


새벽 4시.

전혀 딴 세상을 열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태하고 자만했던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평생 한 번 못보고 살 뻔한 풍경을 보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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