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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Sep 22. 2023

뻐멍(버스 멍때리기)의 기적



뻐멍(버스 멍때리기)의 기적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으면 '멍을 때리는 일'이 생긴다, 

특히 요즘처럼 한낮 햇살이 따사로울 때의 그 노곤함 속에선 '멍'은 여지없이 파고든다.


유명 개그맨 A씨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무작정 버스를 탄다고 한다.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디어도 떠오른다고.


뇌의 휴식. 휴지기다. 뇌를 다시 청정지역으로 만들어 놓기 위한 '멍 때리기'는 그렇게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멍하고 있으면 여지없이 날아왔던 선생님의 그 분필조각이 아련할 정도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멍때리기 대회까지 열리는 수순이니, '멍'은 피부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지 능력 향상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아이러니의 끝판왕쯤 아닐까 싶다.


생각을 안 하는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이 얼마나 웃프고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


버스를 타면 멍~ 하게 될 수 있다. 자리에 앉지 않으면 대체로 덜하지만 자리에 앉으면 여지없다. 얼마나 멍(생각)에 잠겼는지 교통사고 지역을 지나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정도다.


휴대폰 감옥에서 벗어나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어찌보면 휴대폰은 생각의 감금지대인 셈)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첫사랑, 또 문득 생각난 어머니. 아! 오늘 전화 드려야지. 아! 오늘 약속 있었지! 아! 오늘 000 사야하는데! 등등. 바쁜 생활 속에서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는 '뻐멍의 기적'이다.

전두엽이 아닌 저 깊은 대뇌 속에 저장됐던 것이 갑자기 호출받아 완전 무장 대비 태세로 경례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 평소 생각도 안 나던 일들이 스크린에 펼쳐지듯이 생생하다.


갑자기 너무 그립고 보고싶고... 그렇다.


불멍 물멍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 혹은 시골에서도 '뻐멍'은 존재한다. 뇌를 쉬게 하는데 뇌가 더욱 활발히 움직여 활력을 불어넣는 것!


...


그런데 이런 뻐멍이 하차벨을 누르지 않게 만든다거나, 하차 지점을 놓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승하차할 때는 집중하자. 다만 각박하고 별 볼일 없는 이 도시 생활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만드는 '뻐멍의 기적'에도 가끔 빠져보자.


뭐... 이렇게나 그렇게나 다 살아지긴 마찬가지지만, 가끔은 숨도 좀 쉬고 가끔은 뒤돌아보면서, 그렇게 버스의 매력에나 빠져볼까나.





https://naver.me/FHYJi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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