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음 속에서 나를 그리는 법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로부터 완성

by seoul
3절 / 마카·색연필·오일파스텔 혼합 작업

서울은 조용한 적이 없다.
도시는 늘 말을 걸어오고, 우리는 그 소음 속에서 하루를 버틴다. 이번 작업은 그 ‘도시의 소음’을 이미지의 과잉으로 번역한 기록이다.

형광의 네온, 무채색 얼굴, 반쯤 그려진 건물들과 불완전한 글자들.
이 그림은 잘 꾸며진 도시가 아니라, 도시가 사람에게 요구하는 정신적 과부하를 그대로 담아냈다.


과잉의 도시, 분절된 자아

여기에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얼굴이 여럿 등장한다.
어떤 얼굴은 회피하고, 어떤 얼굴은 응시하고, 어떤 얼굴은 감정을 지운 채 서 있다.

역할과 관계에 따라 계속 분리되는 ‘도시형 자아’가 그대로 드러난다.

형광색은 화려함이 아니라 피로를 드러내는 장치다.
네온처럼 빛나지만, 그 밝음 속에 지친 표정이 숨어 있다.
반면 중심 인물은 지나치게 조용하다.
과잉의 도시를 버티기 위해 감정을 최소치로 유지한 얼굴이다.

서울의 색이 화려한 만큼, 사람의 마음은 점점 무채색이 되어간다.


불완전하게 남겨두는 기술

이 그림 속 건물, 텍스트, 인물들은 모두 완전하지 않다.
윤곽만 스케치된 도시, 끊긴 글자들, 번지는 색.

그 불완전함은 실수라기보다 의도다.
도시에서 우리의 생각은 언제나 ‘미완성 상태’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모든 걸 이해한 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한 채로 계속 움직여야만 하는 곳—그게 서울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무엇이 중심인가?
무엇이 소음인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만 남겨야 하나?

생각을 그리는 훈련은 결국,
혼란 속에서 내가 느끼는 방향을 되찾는 과정이다.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이 작업은 화려한 도시를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화려함이 얼마나 많은 피로와 경계 위에 서 있는지 드러낸다.
도시에서 우리는 늘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
관찰하고, 피하고, 견디고, 다시 자신을 회수한다.

그림 속 인물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는 늘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요구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쪼개며 버틴다.


생각을 그리는 훈련은
복잡한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일종의 생존 기술이다.

이미지의 과잉 속에서
정작 가장 조용해야 할 것은 ‘나’라는 사실을,
이 작업은 다시 알려준다.

도시는 언제나 시끄럽다.
그래서 나는 더 조용해진다.
지지 않기 위해, 휘둘리지 않기 위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1. 작품 무드 분석 – 과잉의 도시, 분절된 자아

이 그림은 차분하거나 정돈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마카의 단정한 선, 색연필의 미세한 떨림, 오일파스텔의 뭉개짐이 동시에 얽혀 있다.
매체가 각자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부딪히며 충돌하는 방식이 오히려 작품의 핵심 무드다.


① 분절된 시선들의 집합

그림 곳곳에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얼굴들이 등장한다.
정면, 측면, 아래, 위—
각 인물은 마치 서로의 시선을 피해 도망가듯 존재한다.

이건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자아로만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역할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관계에 따라 계속 나뉜다.


② 강렬한 네온과 무채색의 병치

노란색, 핑크, 형광 라임, 청록, 마젠타.
이 과감한 색들은 오일파스텔의 텍스처와 만나 도시의 네온 사인을 닮았다.

반면, 주인공의 얼굴은 서늘하고 창백하다.
과잉된 주변 색채 속에서 중심 인물만 감정이 빠져 있다.

이 대비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도시는 화려하지만, 나는 피곤하다.”


③ 텍스트와 도시 풍경의 난립

"SEOUL", "CITY", "K", "BYS" 등의 텍스트는
광고판, 간판, 도시 정보의 패턴처럼 무작위로 부유한다.

빌딩 숲, 도로, 시계탑 등은 구체적이면서도 스케치 단계로 남아 있어
‘완성되지 않은 생각들’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도시에서 형태가 완결되는 것은 거의 없다.
늘 반쯤 만들어지고, 반쯤 버려지고, 반쯤 유지된다.
이 그림은 그 불완전성을 정확하게 복제했다.


2. 생각을 그리는 훈련 – 이미지의 과잉 속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법

이 작업은 혼란을 그린 것이 아니라,
혼란을 해석하는 방법을 그린 것에 가깝다.


① 시각적으로 ‘과부하’를 의도적으로 구성하기

너무 많은 색, 너무 많은 시선, 너무 많은 정보.
이 과다함은 현대인의 정신 상태를 은유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뇌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중심인가?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은 소음인가?

이 질문들이 곧 생각 정리의 시작이다.
혼돈을 그대로 그려낸 뒤, 그 속에서 의미를 골라내는 행위.


② 불완전한 요소를 일부러 남겨두기

도시의 건물들은 완성되지 않았고,
문자들은 끊겨 있으며,
색은 영역을 벗어난다.

불완전함을 두는 이유는 단순하다.


생각이란 원래 미완성 상태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완벽히 이해한 뒤에 살아가는 게 아니라,
이해하지 못한 채로도 계속 움직여야 하는 곳이 도시다.


③ 중심 인물을 ‘감정의 진공 상태’로 배치하기

다른 요소들은 시끄러운데
주인공만 너무 조용하다.

이것은 당신이 지금 도시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지 보여준다.

내면을 조용히 유지해야 외부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인물의 표정은 ‘비어 있는 듯 채워진 상태’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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